염치없지만, 오늘도 쓰레기를 버립니다
염치없지만, 오늘도 쓰레기를 버립니다
  • 칼럼니스트 전아름
  • 승인 2019.07.0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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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트윈스 육아일기] 초보 주부의 변명

집에서 내가 쓰는 일회용품을 생각해봤다. 아이들 기저귀, 빨대, 물티슈, 화장실 휴지, 주방용 비닐장갑, 키친타월, 비닐봉지, 밀폐용 지퍼백이 우선 떠오른다. 설거지할 때 쓰는 수세미, 행주도 일회용이고 정전기 청소포와 물걸레포도 일회용이다.

아이들 재우고 먹는 야식도 일회용 용기에 담겨 배달오고, 먹을 때도 설거짓감 최대한 늘리지 않으려고 나무젓가락과 플라스틱 숟가락을 쓴다. 종종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도 테이크아웃 해 오는데 그것 역시 일회용. 아, 내가 한 달에 한 번 쓰는 생리대도 일회용이고 화장할 때 쓰는 퍼프도 일회용, 화장 닦아낼 때 쓰는 화장 솜과 면봉도 일회용이다. 순간 생각나는 것만 써봤는데, 아아, 많다 많아. 

◇ 초보 주부의 변, "일회용품 아니면 찝찝해서 못 쓰겠어요"

아기들이 신생아였을 때는 오줌을 한 번만 싸도 기저귀를 갈아줬기 때문에 하루에 버리는 기저귀만 1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꽉꽉 채웠다. 지금은 그때보다 컸기 때문에 당연히 그때만큼 기저귀를 많이 쓰지 않는다. 대신 물티슈를 어마어마하게 쓴다.

생각해보니 주방에 하나, 아이들 생활공간에 하나씩 물티슈를 놓고 너무 아무렇지 않게 툭툭 뽑아 대충 닦아내고 쓰레기통에 버린다. 머리카락 한 가닥 떨어져있다고 쓰고, 간식 떨어트렸다고 쓰고, 물 마시고 입에 물 묻어서 찝찝하다고 쓰고, 애들 손 닦아 준다고 쓰고… 하여튼 물티슈가 없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물티슈를 많이 쓴다. 

일회용 빨대도 만만찮게 많이 쓴다. 나는 빨대컵 닦는 게 너무 싫었다. 물 한 번 먹이고 닦자니 너무 번거롭고, 그렇다고 안 닦고 먹이자니 찝찝했다. 닦아도 어쩐지 구석구석 깨끗하게 닦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일회용 빨대를 꽂아 사용할 수 있는 컵을 또 샀다. 컵에 일회용 빨대만 끼워서 물이나 음료를 먹인 뒤, 빨대는 버리고 컵만 깨끗하게 닦아 쓰면 되니 아주 편했다.

쓰레기통에 쌓여가는 빨대가 신경 쓰였지만, 그리고 빨대를 쓸 때마다 "아름아 어느 나라의 바닷가에서 코에 빨대가 꽂힌 채 피를 뚝뚝 흘리던 거북이가 발견됐대… 우리라도 빨대 쓰지 말자"라며 글썽이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애써 외면했다.

내가 이렇게 일회용품을 많이 쓰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나름의 답을 찾아보니 ‘찝찝하고 시간이 없어서’다. 일회용 수세미가 출시되기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수세미 하나를 사면 몇 조각으로 잘라 그때그때 쓰고 바로 버리곤 했다. 양념이며 기름기 잔뜩 묻은 수세미를 아무리 깨끗하게 빨아 쓴다고 한 들 그게 과연 깨끗할까 싶어서다.

수세미와 달리 일회용 행주를 쓴 진 얼마 안 됐다. 아이를 낳기 전까진 예쁜 행주를 몇 개 사놓고 그때그때 삶아서 쓰곤 했다. 삶을 때 냄새도 좋고 널어놓으면 널어놓은 대로 인테리어 효과가 있어서 예뻤는데 쌍둥이들 낳고 나니 무용지물이다. 닦아야 할 것들은 많아지는데 시간은 없다. 나는 쓰던 행주들은 다 구석으로 몰아놓고 일회용을 쓰기 시작했다.

청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낮에 시간이 좀 있었을 때는 구연산이나 식초를 넣고 물을 팔팔 끓여서 안 쓰는 깨끗한 면을 담가 방이며 아이들 매트며 이런저런 살림들을 구석구석 닦아냈다. 힘은 좀 들지만 마음이 아주 흡족했는데 일을 하고서부터는 그런 짬도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청소는 무조건 일회용 청소포로, 구연산 삶은 물 청소는 스팀청소기가 대신하고 있다. 

◇ 매일 돈과 시간을 들여 '맛있는 쓰레기'를 만들고, 버린다 

일회용품은 아니지만 나는 식재료 낭비도 잘한다. 요리하고 자투리 야채 남는 것이 싫어 정량과 상관없이 한번 껍질 깐 야채는 무조건 솥 안에 넣는다. 그래서 어떨 땐 국에서 양파만 떠다닐 때도 있고, 불고기에 뜬금없이 양배추만 잔뜩 굴러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TV에서 보니 누가 그러던데, 재료 아끼지 않고 팍팍 넣어야 맛있다고.

그런데 그것도 요리 나름이다. 부재료로 쓰여야 하는 재료를 메인재료보다 많이 넣으면 그 요리는 말짱 꽝이다. 맛없으니 손이 안 가고 며칠 냉장고에 방치되다가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가 돼버린다. 먹으면 밥인데 버리니 쓰레기라니, 이 맛있는 쓰레기를 만들기 위해 들인 공이며 돈이 얼만데. 아쉬운 생각이 들다가도 속 시원하게 버리고 후련하게 잊는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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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1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하나, 1리터짜리 음식물 쓰레기봉투 하나 각종 플라스틱 모아놓은 재활용 박스를 버리러 나간다. 밤이어도 그날 공기 질이 어떤지 파악할 수 있다.

해방촌 우리 집은 고도가 높기 때문에 공기가 안 좋은 날에는 언덕 아래 시내가 뿌옇게 번져 보이고, 반대로 공기 좋은 날은 새 안경을 맞춘 것처럼 모든 스카이라인과 간판과 가로등 불빛이 또렷하게 보인다. 숙명여자대학교 간판이 제대로 보이는 날은 의심할 여지없이 ‘미세먼지 좋음’이다.

얼마 전에도 잔뜩 쓰레기를 버리면서 “오늘은 또 왜 이렇게 공기가 안 좋아”라고 투덜대다가 문득 나란 인간이 참 간사하고 염치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매일같이 쓰레기를 이렇게 버려대면서 미세먼지가 어떻고, 중국발 황사가 어떻고, 공기 질이 어떻고, 물 오염이 어떻고, 환경이 어쩌고저쩌고 입 놀릴 자격이나 있는가. 귀찮고 찝찝해서 일회용품 쓰는 주제에 말이라도 안 하면 밉지나 않지. 

◇ 염치없지만, 오늘도 쓰레기를 버립니다 

나는 시어머니를 만나면 시어머니가 살림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다. 시어머니는 요리할 때 양파 반개, 오이 반개, 당근 반에 반개 정확히 잘라 쓰시고 남은 채소는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신다.

물티슈를 한 장 쓰더라도 완전히 끝장을 낸다는 자세로 쓰신다. 물티슈 한 장 뽑아 방에 굴러다니는 부스러기 훔치고, 깨끗하게 빨아서 냉장고며 선반, 소파 같은 데를 구석구석 닦고, 그다음에 또 깨끗하게 빨아서 창틀을 닦아낸다. 그 물티슈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빨아서 현관을 청소하고 나서야 쓰레기통에 버리신다.

아기들 쓰는 물티슈야 워낙 도톰하니 빨아서 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도 몇 번 해보긴 해 봤는데, 직접 그 현장을 목격하니 존경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최근에 그래서 나도 시어머니 따라 물자를 좀 절약해 볼 요량으로 물티슈를 몇 번 빨아서 써 봤는데 습관이 되지 않은 일이라 생각보다 실천이 어려웠다.

물티슈 빨러 갔다가 무의식적으로 쓰레기통 페달을 밟고 버린 일도 부지기수다. 내 고충을 들은 친구들은 “살던대로 살어~”라지만 이제는 마음을 좀 고쳐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보호를 위해! 지구를 위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라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그냥, '아직까지는' 일회용품 없이 살림할 수 없는 스스로의 몰염치함을 좀 덜어내기 위함이랄까.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어쩌다 쌍둥이 엄마가 된, 서울 용산에 사는 30대 여성이다. 얼떨결에 유부녀가 됐지만 아이를 낳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결혼 전엔 이런저런 글을 쓰고, 이런저런 잡지를 만들며 일했다.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하루, 밥으로 시작해 밥으로 끝나는 하루를 살고 있지만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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