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육아… 유일한 해법은 '시행착오'
답 없는 육아… 유일한 해법은 '시행착오'
  • 칼럼니스트 박민주
  • 승인 2019.08.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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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쉼표육아] 부모가 한 걸음 물러나면 아이는 한 걸음 나아간다

올여름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넓은 수영장이 딸린 숙소를 예약했다. 가족들과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 출발하는 날만 기다렸다.

여유로운 여행을 기대하는 마음은 진작 접어뒀다. 아이가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고, 별일없이 휴가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워킹맘인지라 평소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번 여행으로 채웠으면 했다. 

그러나 아직 36개월에 불과한 어린아이와 함께 떠나는 장거리 여행은 준비해야 할 것들이 참 많았다. 나는 우선 우리 아이와 비슷한 월령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여행 후기와 정보를 부지런히 검색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책, 애착이불, 간식, 옷 등을 여행 가방에 챙기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생각보다 많은 짐을 챙기는 나를 보며 남편이 말했다.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아? 꼭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챙기지."

"다 필요한 거야. 나중에 가서 '그것도 챙길걸'하고 후회하느니 일단 가져가자."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체력전, 신경전의 연속이었다. 주관이 생기기 시작한 아이는 하고 싶은 대로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기분 좋게 시작한 여행은 어느새 피곤하고 지치는 여행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니까 그렇지. 아직 감정이 미성숙하니까 이해해야지.'

평소에 읽어두었던 육아서의 내용을 떠올리며 아이에게 화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참을 인(忍)을 마음에 새기며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건은 수영장에서 일어났다. 아이에게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 안전조끼를 입히려는데, 갑자기 아이가 안전조끼를 안 입고 그냥 물에 들어가겠다고 떼를 부렸다. 

"조끼를 입어야 물에 들어갈 수 있어. 그냥 들어가면 위험해. 다른 친구들도 다 조끼 입고 수영하고 있잖아. 엄마가 얼른 입혀줄게."

나의 말에 아이는 "싫어. 조끼 안 입어. 그냥 들어갈래. 수영할 거야"라고 말하고는 바닥에 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조끼를 입어야 물에 들어갈 수 있는 거야. 물 위에 둥둥 뜨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어."

아이는 내 얘기를 듣지 않고 더 크게 울었다. 주변 사람들이 다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갔다.

결국 조용한 곳으로 아이를 데리고 가서 "왜 조끼 입기 싫었어?"라고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아이는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물에 풍덩 할래. 저기 언니 있어."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에는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수준급의 실력으로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부모님과 함께 안전한 수심에서 조끼 대신 튜브를 잡고 놀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됐다. 아이가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 적정실내온도 있듯이 육아에도 '적정온도' 있다면….

아이와 함께 떠난 여행을 돌아보며 '부모가 한 걸음 물러나면 아이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는 어떤 책의 문구가 떠올랐다. ⓒ베이비뉴스
아이와 함께 떠난 여행을 돌아보며 '부모가 한 걸음 물러나면 아이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는 어떤 책의 문구가 떠올랐다. ⓒ베이비뉴스

물놀이는 시작도 못 했는데 체력은 이미 바닥이다. 남편은 우는 아이를 안고 “그랬구나. 저 언니처럼 수영하고 싶어서 속상해서 눈물이 났구나. 울고 싶으면 울어”라고 말하며 아이를 토닥였다. 아이는 더 크게 울었다. 정말 많이 속상했던 모양이다. 아이는 10분 정도 울고 싶은 만큼 울고 난 후에야 눈물을 그치고 이렇게 말했다.

"조끼 입을래. 물놀이 할래."

그제야 우리 가족은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차분하게 아이의 마음을 읽고 공감해준 남편 덕분이었다. 

부모가 되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이의 시선에서 보는 세상은 어른인 나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음을 알았다. 

적당한 실내 온도가 있는 것처럼 육아도 적당한 육아 온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이 있고, 그 감정엔 당연히 온도 차이가 있다. 정확한 답이 없는 육아.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배운다. 

우리는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 인정하고 공감해야 한다.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아이의 감정은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다. 부모는 아이의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다. 서로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관심과 대화를 통해 알아가야 한다. 

아이의 감정을 미리 짐작해 판단하고 먼저 해결하려 들지 말자.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하고 싶어 하는지, 뭘 원하는지,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먼저 대화해보자. 그러면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의 언어 표현을 들을 수 있을 것이고, 아이의 행동이 다양해졌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부모가 한 걸음 물러나면, 아이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는 어느 책의 문구가 떠오른다.

한 걸음, 아니 두세 걸음 뒤에서 아이를 지켜본다면 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앞으로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고 의견을 물어보자. 무조건 부모가 먼저 뭐든 다 해주려고 하지 말자.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

"오늘 저녁 뭐 먹고 싶어?"

"내일은 뭐 하고 놀고 싶어?"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해한다는 것은 아이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고, 아이에게 노력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 중요하다. 아이가 자신이 느끼는 것을 언어나 행동으로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이다. 한 걸음 더 아이가 나아갈 수 있도록 부모가 한 걸음 물러서 지켜본다면 아이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 박민주는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오랜 시간 유치원 교사로 일했습니다. 육아와 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에 관심이 많습니다. 매일 조금씩 성장해가는 아이들과 쌓아온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지친 육아에 쉼표가 되는 글로 마음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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