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을 향한 언론의 ‘렌즈’부터 닦아야 한다
저출산을 향한 언론의 ‘렌즈’부터 닦아야 한다
  • 칼럼니스트 백운희
  • 승인 2019.09.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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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키우는 아이] 저출산을 ‘소비’하는 언론

*이 글에서는 ‘저출생’ 대신 ‘저출산’이라는 표현을 썼다. 성평등 관점이 담긴 ‘저출생’이 보다 적합한 용어라고 보지만, 정부 공식 통계와 언론의 관점을 논하고자 했기 때문에 ‘저출산’으로 표현했다. - 글쓴이 주

대한가족계획협회의 1985년 가족계획캠페인 신문광고 ⓒ대한가족계획협회
대한가족계획협회의 1985년 가족계획캠페인 신문광고 ⓒ대한가족계획협회

“셋부터는 부끄럽습니다.”

30년 전 대한가족계획협회에서 만든 광고 문안이다. 손가락을 각각 하나와 둘씩 꼽은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들고 있는 반면, 세 개를 펼친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두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지금 보면 생경하고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그 즈음 초등학교를 다닌 이들이라면 당시 다자녀를 향한 사회 분위기를 충분히 떠올리게 된다.

학년이 바뀌고 가족관계를 조사할 때면 선생님은 “집에서 첫째인 사람 손들어요, 둘째? 셋째? 나머지?” 순서로 묻곤 했다. 그때마다 늘 겸연쩍게 ‘나머지’에 손을 들어 넷째임을 알려야 했다.

형제자매 관계가 둘, 셋이 가장 많고, 외동만큼이나 사남매는 찾기 힘들었기에 ‘평범하지 않은’ 부모님의 자녀계획을 괜히 원망해 보기도 했던 기억이다.

하지만 불과 한 세대 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8년 출생 통계(확정)’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나타났다. 가임기 여성이 평생 동안 출산하는 아이 숫자를 의미하며,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래 최저치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결혼을 꺼리고, 결혼을 하더라도 연령대가 높아지는 동시에 산모의 나이가 많아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음을 다시금 통계는 보여줬다.

◇ “국가적 재난” “백약 무효” 심각성만 부각시키는 언론들

이에 대해 언론들은 잇따라 ‘세계 유일 합계출산율 1명 미만 국가’, ‘OECD 유일 초저출산국’, ‘국가적 재난’, ‘혈세 쏟아 붓고도 백약이 무효’ 등의 제목을 내걸고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어떤 기사를 보면, 이대로라면 곧 대한민국이 사라질 것만 같다.

통계 내용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인구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UN 통계 자료를 봐도 지난 1950년에는 전 세계 평균 여성 한 명이 평생 4.7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현재는 2.4명으로 줄었다. 인구감소와 저출산 현상이 부정적 측면만 지니는 것도 아니고, 여러 긍정적 기능도 있다고 본다.

다만 한국의 경우 출산율 감소가 워낙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사회적으로 대비가 돼 있지 않고, 인구구조 역시 위로 치우친 ‘다이아몬드 형’이어서 청년층보다 노년층에 인구가 집중되는 데 따른 우려가 이는 점은 공감한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에는 모든 사회문제와 이를 대하는 구성원의 변화된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원인을 제대로 짚지 않고 결과만을 논한다면 바뀔 것은 없다.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나빠지는 환경, 높은 청년실업률과 서울 중심의 인구밀도, 사교육비와 집 값 지출 비용 증가, 성불평등하고 여성에게 편중된 육아 부담 등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공적 돌봄을 확대하고, 고용안정성을 높이며 주거비용 부담을 낮추는 정책이 제시된다. 실제로 공무원 비율이 높고 도시계획부터 돌봄과 교육의 공적 기능을 높인 세종시는 출산율이 1.57명으로 서울(0.76명)의 2배에 달한다.

주거비용이 세종시보다 낮은 다른 지방 도시의 출산율은 계속 하락한다는 점에서, 여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이용률 중 공무원의 경우가 민간 기업,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 근무자에 비해 2배 이상 정도가 높다는 점에서 고용안정성은 출산과 양육환경에 밀접한 관계를 지님을 알 수 있다.

지난달 28일 2018년 합계출산율이 0.98로 조사됐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언론에는 예산을 "쏟아붓고도"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여럿 보도됐다. ⓒ다음포털갈무리
지난달 28일 2018년 합계출산율이 0.98로 조사됐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언론에는 예산을 "쏟아붓고도"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여럿 보도됐다. ⓒ다음포털갈무리

◇ 현상 분석하고 방향성 제시하는 것이 언론 역할인데…

또한 최근 주목받는 것은 심리적 본성이다. 재생산은 생물학적 본능이기도 하지만 구성원들의 심리적 지각 정도에 따라 재생산 행위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일찍이 ‘인구론’에서 멜서스도 “과거 식량이 부족한 시기, 인간은 본인의 생존이 어려운 경우 절대로 재생산을 우선하지 않았음”을 설명하고 있다. 여러 연구에서도 ‘인구밀도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출산율이 낮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산출된다.

환경이 갖춰져야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결국 미래 세대를 안심하고 출산할 만큼 현재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체감해야 한다는 의미다.

‘출산은 행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이유다. 경제적 지원만으로, 양적 수치 증가에만 집중하는 정책 대안으로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 그래선지 최근 정부의 접근도 더 이상 숫자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시각이 읽힌다.

하지만 언론 보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역대’, ‘사상’, ‘최초’ 등을 내세워 통계를 풀어내는 데 그치거나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를 우려하고, 그간의 정책효과를 비판하는 내용이 다수다.

그 근거로 드는 2006년 저출산 기본계획 수립 이후 예산액에 대해서 120조 원, 130조 원, 143조 원, 152조 원까지, 매체마다 금액이 널을 뛰는 점도 신뢰를 갉아먹는다.

물론 정부 예산이 그간 올바르게 사용됐는지 점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저출산 예산을 명목으로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노래자랑대회 개최’, ‘해외취업 지원’, ‘가족여가 프로그램 개발’ 등을 갖다 붙인 사례는 여러 번 지적돼왔다.

하지만 거기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현상을 분석하고, 다양한 시각을 담아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 저출산 해결만큼 시급한 언론의 ‘시각’ 재조정

아이를 낳는 선택은 ‘우리’가 아니라 각각의 ‘개인’이 한다. “저출산 문제에 집합적인 숫자와 통계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각자가 아이를 키울 때 느끼는 무게를 줄여줘야 한다”(송길영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김영사)는 시각이 사회 전반적으로 힘을 얻는 이유를 들여다봐야 한다.

공동체를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논지는 전망조차 어려운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당장 오늘을 살아가는 일이 시급한 이들에게 공감받지 못한다.

언론에서 저출산이 정말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라고 인식한다면 화제성으로 소비하기보다 더 늦기 전에 근본적으로 ‘사회불평등’ 요인을 개선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정치권 등 사회지도층의 일자리 청탁, 일터에서의 불평등한 처우, 산업재해를 가벼이 다루는 풍조를 없애는 데 귀를 기울이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그리고 먼저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조차 ‘환대’받지 못하는 사회를 조명해야 한다.

‘정상가족’만을 상정한 채 출산할 능력과 의지가 있으나 사회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과 미혼모, 한부모가족을 외면한다면,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유보육기관이 잇속으로 운영되고 비리가 발생해도 정책 당국이 이를 제대로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학교라는 울타리가 성폭력을 방조하고 은폐하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면 저출산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기존의 의식과 제도는 바꾸지 않고 현상이 문제라고만 하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제 저출산을 향한 기존 렌즈를 닦고,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 해결만큼 시급한 일이다.

*칼럼니스트 백운희는 여전히 육아와 관련한 이야기에는 흔들리는 눈빛과 팔랑거리는 귀를 가지고 초등생 딸을 키우고 있는 전업모입니다. 아이와 함께 부모로 성장하며 겪은 시행착오들을 통해 조금 덜 실망하고 좌절하는 육아 팁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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