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아이가 울 때, 잘 달래야 하는 이유
말 못하는 아이가 울 때, 잘 달래야 하는 이유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9.09.1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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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아이의 울음과 스트레스 호르몬의 상관 관계

Q.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는 요즘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고 보챕니다.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아 그대로 두면 5~10분 정도 울다가 혼자 잠들곤 합니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애착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됩니다. 

이유라도 좀 알자, 도대체 왜 그렇게 우니? ⓒ베이비뉴스
이유라도 좀 알자, 도대체 왜 그렇게 우니? ⓒ베이비뉴스

A. 아직 말도 못 하는 아이가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고 보챌 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부모들은 답답하다. 그러나 아이들의 대부분은 배가 고프거나, 너무 춥거나 혹은 덥거나, 기저귀가 젖었거나, 몸이 아프거나, 어둠에 대한 공포 때문에 운다. 아이가 울 때 부모는 아이가 우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울면서 자기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한다. 

◇ 아기가 울 때 적절한 반응 얻지 못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울음은 아이가 자신의 고통을 말하고, 긴장을 풀고 회복하는 하나의 절차다. 미국의 아동심리학자 알레타 솔터 박사는 ’눈물은 인체가 복원되려는 노력이며 힐링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눈물을 흘릴 때 혈압은 낮아지고, 몸 안의 독소가 제거되고, 근육의 긴장이 풀리며 호흡이 진정된다. 아이도 마음껏 엉엉 울고 나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고 기분도 나아진다.

아이는 자랄수록 충격을 덜 받지만, 춥거나, 배가 고프거나, 피곤하거나, 아플 때는 여전히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고통스러운 분리불안에 시달리고,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해지면서 불쾌해하거나, 즐거워한다. 말을 배우기 전까지 아이가 우는 이유는 대개 ’싫다‘는 표현이다.

그러나 아이가 혼자 오랫동안 울게 내버려 두는 일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몇 시간 동안 높은 농도로 뇌에 머문다. 아이가 오랫동안 울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련의 호르몬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그 반응은 하위뇌 안쪽 깊숙이 자리한 시상하부에서 시작된다.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옆에 있는 뇌하수체를 자극해서 ‘ACTH'라는 또 다른 호르몬을 만들어낸다. 이 호르몬은 콩팥 바로 뒤에 있는 부신을 자극해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이 코르티솔은 몸과 뇌에 퍼진다. 이 스트레스 반응 회로를 ’HPA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이라고 부른다. 아이가 고통을 느끼는 동안 HPA축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코르티솔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아이를 달래면 이 흐름을 멈출 수 있다. 

어릴 때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는 그 스트레스 때문에 HPA축이 영구적으로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극심한 고통을 겪은 아이들의 뇌 MRI를 찍으면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위축되어있다고 한다.

해마가 위축된 성인들은 기억력과 언어추리력이 떨어지는데, 스트레스가 심한 아이의 해마를 MRI로 찍어보면 노인의 것과 비슷하다. 아이의 뇌에서는 감정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오피오이드,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세로토닌을 포함한 기본적인 시스템이 끊임없이 발달 중인데,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해져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하거나 폭력적으로되며, 오피오이드가 부족하면 부정적인 감정과 스트레스가 커진다.

뇌에는 ’감마아미노낙산(GABA)‘이라는 중요한 항불안 화학물질이 있어 자연적으로 코르티솔 분비를 억제하고 하위뇌의 정보체계인 편도체를 진정시킨다. 연구에 의하면 어린 포유동물은 혼자 남겨지거나 오랫동안 고통을 받으면 GABA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뇌의 스트레스 반응시스템이 과민해지고 아이는 불안감 속에서 살게 된다.

결국, 어린 시절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GABA 시스템이 변하면 어른이 된 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하기 쉽다. 알코올이 뇌의 GABA 시스템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반응회로. ⓒ김영훈
스트레스 반응회로. ⓒ김영훈

◇ 아이가 울 때 충분히 감정 풀어낼 시간 준 뒤 달래야 효과적 

신생아가 우는 이유는 어른을 조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기가 어른을 조종하려면 일정 수준의 사고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자면 전두엽에서 뇌 화학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제대로 작용해야 한다. 하지만 아기 뇌에는 글루타메이트 시스템이 완전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아기는 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없으며, 당연히 부모를 속일 수도 없다.

아이가 울지도 못하게 바로 달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가 눈물을 흘릴 때 곁에 있고 아이의 울음에 귀를 기울여주면, 아이는 감정이 폭발한 후에 긴장이 풀리고 부모에 대한 믿음이 생기며 안정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니 아이가 울거나 소리 지르고 불안에 떨 때 무조건 달래려고 하지 말고 감정을 풀어내게 하자.

아이가 울 때 곁에 있고 관심을 기울여주는 것은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울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아이의 뇌에 효율적인 스트레스 반응시스템이 형성되어 커서도 스트레스를 잘 견딜 수 있다.

아이가 울 땐 반응을 보이자. 아이가 위안이 필요해 우는데 부모가 반응하지 않고 우는 아이를 달래주지 않으면 아이의 자율신경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과민해진다. 자율신경계가 과민한 아이는 천식 등의 호흡기질환, 심장병, 섭식장애, 소화기 장애, 불면증, 고혈압, 공포발작, 근육 긴장, 두통, 만성피로 등의 질병에 걸리기 쉽다. 아기가 울 때 90초 안에 엄마가 반응을 보이고 아이를 달래면 아이가 5초 만에 울음을 그친다는 보고도 있다. 

우는 아이 달랠 때는 신체접촉이 가장 효과적이다. ⓒ베이비뉴스
우는 아이 달랠 때는 신체접촉이 가장 효과적이다. ⓒ베이비뉴스

왜 우냐고 질책하지 말자. 그런 질책은 아이에게 죄책감을 주거나 부모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게 할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울 때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이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에 집중한다. 그러나 아이가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아이는 그저 부모가 자기의 감정을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신체접촉은 진정효과가 있다. 특별한 신체적 욕구를 해결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엄마나 아빠가 편안히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진정할 수 있다. 부모와 아이가 신체를 접촉할 때 어른의 성숙한 신체 각성 시스템이 아이의 미성숙한 각성 시스템을 조절하는 원리다. 신체접촉은 진정효과가 있는 옥시토신의 분비를 자극한다. 아이가 울 때 아이의 몸을 마사지하거나,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기의 뇌에서 진정효과가 있는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기 때문이다.

엄마가 먼저 위안을 받자. 아이의 감정 상태는 거칠고 원시적이기 때문에 엄마의 뇌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다량 분비되면서 도파민과 오피오이드 같은 긍정적인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차단된다.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가 더 많이 우는 경향이 있다. 예민한 아기는 많은 위로와 위안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가 먼저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위로와 위안을 받아야 한다.

아이의 ’이성적인‘ 울음을 무시하지 말자. 아이가 우는 이유를 도통 알 수 없을 때가 많겠지만, 아이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 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주도적인 아이를 대할 때는 절대로 화를 내거나 흥분해서 소리 지르지 말고 차분하고 여유 있는 감정 상태와 태도를 보이려고 노력하자. 그래야 아이의 부정적 감정 상태와 부모의 긍정적 감정 상태가 만나 아이를 진정시킬 수 있다.

까다로운 아이는 주변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울음이 잦고, 한번 울면 숨이 넘어갈 만큼 심하게 운다. 아이가 울 땐 엄마가 네가 울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음성 신호를 보내거나, 아이에게 다가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아이 곁에 있을 땐 아이를 안거나 적절한 스킨쉽을 해주자. 아이의 울음에 일관성 있게 반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감성적인 아이가 이유 없이 운다면 엄마의 애정을 구하며 엄마와 함께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아이와 기본적인 신뢰감을 형성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아이를 배려하자.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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