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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보느라 운동할 시간 없다면, 함께 걸어보세요

[여행 리포터 엄마의 행복한 여행 육아] 건강과 추억, 동시에 얻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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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백일이 지나고 다시 광고모델 일을 할 때였어요. 아직 몸도 푸석푸석한데 긴장한 날은 유축까지 잘 안 돼, 그야말로 가슴이 축구공처럼 부푼 날이 많았죠. 하필 그날은 밥까지 잔뜩 먹고 가, 카메라를 보던 감독님이 불호령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모델이 곤충이야? 머리, 가슴. 배밖에 안 보이잖아!”

아이와 걷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이 때문에 운동할 시간이 없으니 유모차에 태워서라도 걸을 생각이었죠. 아이를 낳기 전에 살았던 미국 캘리포니아 산책로에서 유모차를 밀며 걷는 엄마들을 자주 봤었거든요. 심지어 운동복을 차려입고 조깅 유모차를 밀며 뛰는 엄마들도 있었습니다.

북유럽 핀란드를 취재할 때도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추운 날씨에도 꽁꽁 싸맨 아이와 걷는 가족들이었어요. 그런 여러 가지 풍경이 마음속에 잡고 있던 터라 저는 망설임 없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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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유모차를 밀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송이진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유모차를 밀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송이진

◇ 아이와 함께 걷다 얻은 뜻밖의 다이어트 효과 

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는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요령도 부족해 집 밖을 나선다는 것부터가 힘든 일이었습니다. 애써 나갔는데 빠트린 준비물이 있거나, 갑자기 아이가 무른 똥을 싸 옷이 젖거나, 자꾸 안아달라고 보챌 때는 나오자마자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막상 집을 나서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벼워지는 듯 했습니다. 두 다리에 탁탁 힘을 주고 걸을수록 녹슨 듯 뻣뻣했던 제 몸에 윤기가 도는 듯 했고, 마음 속 깊숙이 쌓였던 스트레스와 피곤함도 한 겹씩 떨어져나가는 것 같았어요. 시선을 멀리 두고 상쾌한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걷는 일은 제 안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충전하는 중요한 일과가 되어갔습니다.

유모차 속도에 맞춰 걷던 걸음도 아이가 커갈수록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두발로 걷던 아이가 뛰고, 킥보드와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면 저도 함께 빠르게 걸을 수 있게 되었지요. 우리는 산책로를 찾아다니고,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엔 실내 몰이나 백화점을, 그도 여의치 않을 땐 마트를 빙빙 돌며 걸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걸은 날엔 아이도 저도 꿀맛 같은 밥을 먹고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어요.

그래서 살이 빠졌냐고요? 가장 먼저 효과를 본 것은 턱살이었습니다. 아이를 안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간이 길다보니 어느 순간 턱 아래 살이 불룩하게 잡혔었거든요. 그런데 그 턱이 조금씩 갸름해지고 물에 젖은 듯 무겁고 물렁거리던 살들도 조금씩 정돈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둘째가 생겼나 싶을 정도로 불룩하던 뱃살도 납작해졌고요. 특별히 다이어트나 트레이닝을 받아 완성한 그림 같은 몸매는 아니지만 아이와 걸었던 시간은 지금의 몸매로 돌아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아이와 걸었던 시간들은 지금의 몸매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송이진
아이와 걸었던 시간들은 지금의 몸매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송이진

◇ 아이와 걸을 땐, 느리게 가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아이와 걷는 것이 운동이 될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부모도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보폭도 짧고 오래 걷지 못하는데다, 뭔가에 빠지면 도통 움직이질 않아 무한정 기다려야 할 때도 많으니까요. 게다가 아이를 안아야 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운동이 아닌 노동이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아이와 걸을 때는 느리게 걷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급한 마음에 아이를 다그치게 되거든요. 그리고 저는 따로 시간을 내서 걷기보다 이동해야 할 기회가 생기면 가급적 걸어 다니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조금씩 다리 힘을 길러두어야 아이도 부모도 점차 오래 걸을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걷기를 놀이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재미없고 지루하다 싶으면 금방 힘들다고 주저앉아버리는 존재잖아요. 아이가 어릴 때는 유모차에 태워 다닐 수도 있고, 비누방울을 불며 앞장서거나 스무 걸음마다 과자를 하나씩 주기만 해도 잘 따라오는 편이었는데요. 아이가 커가며 그에 맞는 놀이법이 동원되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면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야 계단을 재밌게 오르고, 그림자밟기 놀이를 해야 그림자를 밟히지 않으려 저만치 앞장서 달려가는 거지요.

아이에게 걷기는 즐거운 놀이로 느껴져야 합니다 ⓒ송이진
아이에게 걷기는 즐거운 놀이로 느껴져야 합니다 ⓒ송이진

◇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걷는 일… 아이와 걸으며 누린 최고의 호사

그런 면에서 한적한 숲이나 동네 야산의 산책로는 아이와 걷기 최적의 코스였습니다. 평지보다 오르막 내리막의 경사가 있는 곳이 운동량도 많고 아이도 다양한 지형을 장애물로 여겨 재밌어 했거든요.

특히 숲에서는 계절에 따라 무궁무진한 놀이법을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데요. 제 아이는 작은 장난감 바스켓과 집게 하나만 있으면 밤, 도토리, 버섯, 산딸기, 새 깃털, 심지어 돌맹이마저 보석이라 여기며 꽤 오랜 시간 숲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그러다 맞아도 아프지 않는 도토리 같은 열매를 주우면 저에게 던지며 전쟁놀이를 하기도 했고요.

도시에서는 걸을 때 특정 간판이나 설치물을 찾는 미션을 주기도 했는데요. 하나씩 찾을 때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를 줬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직접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쇼핑의 기쁨을 알게 되자 아이는 즐겁게 걷고 갖고 싶은 것을 봐도 사달라고 떼를 쓰지 않게 되더라고요.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도 색다른 걷기를 할 수 있는데요. 비가 오는 날에 우비와 장화로 무장하고 나서면 머리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물장구를 칠 수 있는 웅덩이를 찾아다니는 것은 아이에게 최고의 놀이인데요. 비슷한 예로 눈이 오는 날,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찾아다니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부모님도 잘 아실거에요. 그렇게 걷다보면 아무리 추운 날에도 온몸에 열이 나고 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마련이지요.

그러다 아이가 지쳐 걷기 싫어하면 어떡하냐고요? 그럴 땐 또다시 아이를 뛰게 하는 저만의 주문이 있답니다.

“앞에 가는 사람은 경~~~~찰, 뒤에 가는 사람은 도~~~둑”

아이에게 걷기는 즐거운 놀이로 느껴져야 합니다 ⓒ송이진
함께 걸었던 길마다 함께한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갔습니다. ⓒ송이진

◇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아이와 함께 걸어보세요 

아이 때문에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이 때문에 걷게 된 길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이가 클수록 그게 아니더군요. 아이는 태권도장이나 수영장으로, 저는 홀로 러닝머신을 뛰는 날이 많아졌어요. 그런 날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팔다리를 휘저으며 파워워킹을 해보지만 마음 한 구석엔 허전함이 들기도 합니다. 그동안 함께 차곡차곡 쌓아온 발걸음과 에피소드들이 떠올라 괜히 씁쓸해지기도 하고요.

가을은 일 년 중 가장 걷기 좋은 계절이잖아요. 이런 좋은 날씨에 아이와 뚜벅 뚜벅 걷는 즐거움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거창한 계획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동네 구석구석에는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들이 많으니까요. 오늘 당장, 아이와 동네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칼럼리스트 송이진은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활동하는 19년차 방송인이자 50여 편의 광고를 찍은 주부모델이기도 합니다. 아이와 매년 4~5회의 해외여행, 다수의 국내여행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아이와 해외여행 백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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