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가 너 어떻게 하는지 다 보고 있어" 
"CCTV가 너 어떻게 하는지 다 보고 있어" 
  • 칼럼니스트 주혜영
  • 승인 2019.10.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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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지키는 유아권리] CCTV는 훈육 수단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가끔 원장실에 와서 CCTV 모니터를 본다. 아이들은 모니터 속에서 자기 반이 어디인지 확인하고, 모니터에 비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재미있어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아이들이 이럴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든다. 이 기계가 교실에 있는 선생님과 자신의 행동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설치됐다는 것을 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CCTV는 보육 시설에 다니는 영유아의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아동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16년부터 어린이집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 당시 교사 인권, 초상권 등의 문제가 거론되며 많은 사회적 논란이 일었지만, 무엇보다 '영유아 권리'가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의무 설치가 허용됐다. 

그러나 보육실의 CCTV가 교사의 모든 행동을 하나하나 모니터링 한다는 것은,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는 유아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CCTV가 보육교사의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보육교사가 가지는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한다고 한다면, 교사와 같은 공간에 놓인 영유아의 권리에도 제약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육실의 CCTV가 가진 인권 문제를 영유아의 입장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부모와 교사도 어떤 권리 의식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보육실의 CCTV, 그리고 '유아권리 침해'. ⓒ베이비뉴스
보육실의 CCTV, 그리고 '유아권리 침해' ⓒ베이비뉴스

◇ CCTV로 아이 훈육하는 것, '협박'이다 

때때로 어른들은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CCTV의 존재를 이용하기도 한다.

"CCTV가 너 어떻게 하는지 다 보고 있어. 네 행동 카메라에 찍혔어."

"네가 진짜 그랬는지 CCTV로 확인해 보자." 

감시카메라를 이용해 유아를 훈육하는 방식은 권리 측면에서 보았을 때 적절하지 않다. 유아의 행동을 '천장에 달린 기계'로 통제한다면, 이것은 교육적 지원이라기보다는 '협박'적 요소가 있다. 아이의 행동을 협박이나 겁주기로 통제하는 행위는 많은 측면에서 비교육적이다. 

행동의 동기는 자발적이어야 하는데, 부모나 교사가 감시카메라를 이용해 행동을 훈육한다면 유아의 행동 양식이 수동적으로 될 뿐만 아니라 누가 보고 있을 때와 보지 않을 때 다르게 행동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뿐만 아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은 나의 모든 것을 다 알고, CCTV라는 기계로 자신의 모든 행동이 통제받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CCTV로 아이를 옴짝달싹도 못 하게 하는 것은 어른과 아이 간에 공정하지 못한 관계를 만들어 낸다. 유아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망태아저씨'나 '도깨비'로 겁을 주는 것이나 '너 계속 그러면 엄마가 너 두고 갈 거야', '너 그러면 (이거) 안 시켜 줄 거야' 등의 말을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어른이 불가항력적인 힘을 쓸 때, 아이는 무력해진다. 그렇게 어른과 아이는 공정하지 않은 관계가 된다. 물리적인 힘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른은 '언어'로도 아이에게 불가항력적인 힘을 쓸 수 있다. 

또, 권위나 협박을 통해 양육된 아이는 그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권위적 태도를 자신도 모르게 학습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순간 타인에게 그 힘을 행사할지도 모른다. 

아이에게는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부모나 교사가 자녀의 행동 문제를 훈육할 때 아이의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 

어른이 먼저 '권리존중 양육'의 가치를 이해해야 아이를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울 수 있다. ⓒ베이비뉴스
어른이 먼저 '권리존중 양육'의 가치를 이해해야 아이를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울 수 있다. ⓒ베이비뉴스

CCTV는 아동학대의 징후가 있을 때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의 동의를 받고 여러 절차를 거친 후 개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을 두는 것은 아동학대나 안전과 관련해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CCTV에 노출된 유아와 교사 및 기타 종사자들의 인권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실제 어린이집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보고 싶으니 CCTV를 보여 달라고 요청하는 부모들이 있다. CCTV를 쉽게 개방하고,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으로 허용하는 분위기는 CCTV 설치자와 학부모, 교사 모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문제다.

개인의 행동은 그 누구라도 쉽게 들여다 봐선 안 된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아에게도 "엄마가 너 오늘 친구 안 때리고 놀았는지 CCTV로 확인해 볼 거야” 등 CCTV 존재를 아이들이 계속 의식하게 만드는 언어는 지양해야 한다.

나는 CCTV를 통해 자신의 행동이 모니터링되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몰랐으면 좋겠다. 그것이 유아교육 기관에서는 더 교육적일 것이다. 부모나 교사도 아이의 행동을 통제할 때 CCTV를 거론하지 않는 것이 더 교육적이다. 나는 성인이 보육실 감시카메라의 존재를 이용해서 유아의 행동을 통제한다는 것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 어른이 먼저 '권리존중 양육'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

아이가 자신의 권리와 인권을 이해하려면 어릴 때부터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서 보호받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인권 침해적 요소를 발견하고,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려야 한다.

그러나 영유아들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아도 그것이 침해인지 모르거나, 알아도 표현하지 못한다. 영유아는 자신의 견해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거나 주장하기에는 아직 미숙한, 아직 성장 중에 놓여 있기 때문에 보호자가 그 권리를 대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영유아의 권리를 대변하는 부모나 교사는 아이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아무리 작더라도 '권리'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다면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적절하게 인지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할 줄 아는 아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권리'의 측면에서 바라볼 줄 아는 아이, 그것이 공정한지 아닌지 판단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와 교사 등 아이 주변의 어른들이 먼저 올바른 인권 의식과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칼럼니스트 주혜영은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어린이집에서 본인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동인권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어린이집 운영 이후 숲생태유아교육과 유아교수방법 등으로 전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아동발달심리연구회 창립멤버로서 12년째 연구모임을 통해, 교육현장의 사례를 발표하고 연구회에서 공부한 것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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