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육아정책연구소, 국회에 '성과 뻥튀기' 자료 제출
[단독] 육아정책연구소, 국회에 '성과 뻥튀기' 자료 제출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11.15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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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윤경 의원실 자료 요구에 '외부기관 수탁과제'도 모두 자체 성과로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육아정책연구소.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육아정책연구소.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육아정책연구소가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태스크포스) 활동으로 국회에 제출한 실적 중 진위가 의심되는 내용이 다수 섞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기관의 의뢰를 받은 연구 목록을 TF 연구 실적으로 기입하거나, TF 출범 이전에 진행된 활동을 실적에 포함했다.

베이비뉴스는 지난달 24일 기사 ‘[단독] ‘문제적’ 보고서 하나 남기고 문 닫은 사립유치원 TF’를 통해 육아정책연구소의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가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보고서(정책 브리프) 한 장만 남기고 활동을 종료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기사가 나간 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은 육아정책연구소에 TF 활동에 대한 소명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육아정책연구소는 회의 네 차례와 토론 세 차례, 정책 브리프 1부, 연구과제 10건을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 활동결과로 제출했다.

그러나 10건의 연구과제는 모두 외부기관에서 의뢰받은 연구였다. 이들은 세종시교육청이 의뢰한 ‘수탁과제’로 확인됐다. 세종시교육청이 의뢰하지 않았다면 육아정책연구소가 하지 않았을 연구다.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연구기관별 연구과제 현황(2019년 6월 말 기준)’에 따르면, 세종시교육청은 올해 3월 ‘2019 유아교육 교육력 제고 사업’을 육아정책연구소에 발주했다. 해당 사업은 18개 과제, 총 32억 8000만 원 규모다. 육아정책연구소는 18개 과제 중 2019 개정 누리과정 관련 연구를 제외한 10개 과제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 연구 실적으로 제출했다.

이같은 실적 부풀리기는 ‘연구기관의 관습’으로 볼 수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는 “한두 건이라도 연구 TF를 통해 연구 실적이 나오면 많은 것”이라며, 육아정책연구소가 짧은 기간 동안 TF를 운영하며 10건의 연구 실적을 낸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기관에서 의뢰한 연구를 연구소 내부 활동 성과로 분류한 것에 대해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국책연구기관 소속 A 씨는 “수탁과제는 외부 기관에서 연구 의뢰를 받아오거나 외부 기관이 낸 공고에 지원해 따낸 연구과제를 말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수탁과제를 TF 성과로 분류하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책연구기관 소속인 B 씨도 A씨의 의견에 동의하며 “수탁과제를 자체 연구 성과라고 기입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육아정책연구소에서 해당 자료 작성을 담당한 연구자는 14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이들 연구들은 TF 활동의 연장이라고 설명했다. “TF에서 논의했던 주제들은 상당부분 그 과제 리스트에 반영된 건 사실”이라면서, “실제로 정확하게는 실적이 없지만 올해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이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로 추가로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육아정책연구소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의 유일한 결과물로 확인된 육아정책 브리프. ⓒ육아정책연구소
육아정책연구소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의 유일한 결과물로 확인된 육아정책 브리프. ⓒ육아정책연구소

◇ TF 구성 두 달 전 회의도 실적에… “사전 대응 위한 활동 포함” 해명

문제는 또 있다.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 구성 이전에 진행된 활동들도 TF의 활동 성과로 포함돼 있었다.

사립유치원의 대규모 회계 부정 사실이 알려진 시점은 지난해 10월 5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다. 5일 뒤인 11일 언론에 감사결과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이 일은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육아정책연구소는 국회 제출 자료에 지난해 10월 25일과 11월 3일, 11월 20일, 그리고 12월 18일 TF 회의가 네 차례 있었다고 적었다. 연구실적에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열린 정책 토론회 발제·토론 참석 3건을 기입했다.

하지만 이들 회의가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 때문에 마련한 것이 아니라, ‘연구 수행의 일환’이었다는 스스로 모순된 기록을 남겼다. 소명자료 중 내부 결재 서류 ‘사립유치원 운영 공공성 제고를 위한 긴급 간담회(10월 25일)’에서 “2018년 수시과제 ‘유치원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회계관리 시스템 인증 방안 연구’ 수행의 일환”이라고 회의 목적을 밝혔다. 

당시 TF에 참여한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진은 기자의 질문에 사실상 TF 출범 이전 활동까지 TF 활동으로 포함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서류상으로 TF가 꾸려진 것은 지난해 12월”이라면서 “그 전부터 긴급간담회를 열어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에) 대응을 하자고 해서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답변했다. 연구진의 답변대로면 지난해 10월과 11월 활동은 TF 실적이 아니게 된다.

◇ 제윤경 의원, “국책연구기관이 사회적 이슈에 연구 기획 없어” 비판

육아정책연구소는 유아교육과 보육에 대한 정책연구를 담당하는 국책연구기관이다. 지난해 ‘사립유치원 사태’를 통해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확인했음에도 올해 연구 목록에서도 유치원과 관련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들은 제윤경 의원실에 제출한 TF 활동 실적 자료 말미에 “2019년 현재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및 질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연구가 수행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유치원 관련 정책 및 제도 개선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연구기관별 연구과제 현황’을 보면, 육아정책연구소는 연구소 출연금으로 수행하는 자체과제에서 ‘유치원’ 혹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주제로 한 연구는 없었다. 시급한 정책현안을 위해 단기간 내에 수행하는 수시연구사업 목록에서조차 유치원 공공성 관련 연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유치원 회계 부정 사태’ 이후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에 대한 정책 제안을 하겠다고 TF를 발족시킨 육아정책연구소. 이들은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은 '문제적' 정책 브리프 하나를 남기고 활동을 사실상 종료했다. 국회에 제출한 소명 자료에는 유아교육 공공성 관련 모든 연구소 활동을 TF 자체 성과로 포장했다. 이같은 사태를 지나왔음에도 유아교육 공공성을 다룬 자체 연구 활동도 전무한 상태다.

이같은 연구소의 태도에, 제윤경 의원은 “육아정책의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사회적 논란이 된 이슈에 대해 분석하고 제공해야 함에도 자체 연구를 기획하지 않은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유아교육 공공성 TF 활동도 진행 중인 연구에 묻어서 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 제 의원은 “육아정책연구소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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