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파리지옥 키울래!” 식충식물을 집에 들였다
“엄마, 파리지옥 키울래!” 식충식물을 집에 들였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9.12.13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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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귀엽게 생겼지만 파리 잡아먹는 신기한 식물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한 파리지옥. 귀엽게 생겼지만 알고보면 식충식물로 파리 등의 곤충을 잡아먹는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한 파리지옥. 귀엽게 생겼지만 알고보면 식충식물로 파리 등의 곤충을 잡아먹는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얼마 전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첫째 아이가 초롱초롱한 눈을 하며 “엄마, 엄마” 부른다. 뭔가 새로운 걸 배워온 듯하다.

“엄마, 파리지옥이 있잖아. 파리가 앉으면 잎이 닫혀서 파리를 잡아먹는대!”

“정말? 이름이 파리지옥이야? 엄마는 처음 들어보는데?”

“으응! 파리를 잡아먹는 식물이래. 신기하지? 엄마가 파리해, 내가 파리지옥 할게!”  

아이는 신이 났다. 작은 두 손이 파리지옥이라며, 파리 역할을 맡은 엄마를 잡아먹는 시늉을 한다. 알림장을 확인해보니 식충식물을 직접 눈으로 관찰하는 활동을 했다고 한다. 식충식물이라.. 영화 속에서 봤던 거대한 식인식물의 모습만이 떠오른다. 포털사이트 백과사전에서 파리지옥을 찾아봤다. 파리지옥은 불과 0.1초만에 먹이를 잡는, 아주 적극적인 식충식물이다. 파리, 나비, 거미 등의 곤충을 산 채로 먹는데, 일단 먹이를 삼키면 소화가 완전하게 될 때까지 잎을 닫아 놓는다고 한다. 이 기간이 보통 열흘 정도다. 잎 안에 갇힌 파리가 발버둥 칠수록 더 많은 소화효소가 분비돼 파리를 녹여버린단다. 끈끈이주걱, 네펜데스, 벌레잡이제비꽃 등도 파리지옥과 같은 식충식물이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엄마, 우리도 파리지옥 기르자. 파리지옥 사주세요!”

그때부터 아이의 파리지옥 타령이 시작됐다. 네 가족이니 파리지옥도 꼭 네 개를 사야 한다며 아이는 끊임없이 파리지옥을 외쳤다. 사실 난 선인장도 죽여 버리는, 식물 기르기엔 눈곱만큼의 능력도 없는 손을 가졌다. 그런데 파리지옥이라니, 식충식물이라니! 자신 없다. 왜? 선뜻 샀다가 제대로 기르지도 못하고 죽어버릴 경우 찾아올 아이의 생떼를 받아주고 싶지 않다. 아예 시작조차 안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하지만 아이는 정말 간절히 파리지옥을 원하고 있었다. 인터넷에 ‘파리지옥 기르기’로 검색해보니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호기심 때문에 파리지옥을 기르는 것 같았다.

‘까짓 거 아이랑 같이 식물 공부도 할 겸 잘 길러보지 뭐.’

마음 먹었지만 파리지옥을 구하기가 쉽진 않았다. 동네 꽃집 몇 곳에 전화를 돌리니 겨울이라 갖고 있지 않다는 얘기만 돌아왔다. 다행히 온라인 쇼핑몰에선 판매하는 업체들이 있었다. 그중 한군데 괜찮은 곳을 찾았다. 문제는 배송. 식물이 겨울 한파에 노출될 수 있어 바로 바로 배송해주지 않는단다. 보온 포장을 하더라도 외부와의 온도차로 결로가 생겨 식물이 쪄서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기상청 예보 기준 0도 이상인 경우에만 택배 발송을 해준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파리지옥을 위해 날씨가 0도 이상이 되길, 그래서 얼른 아이의 파리지옥 타령이 멈춰지길 기다렸다.

아이는 파리지옥 잎이 신기한지 한참 바라보다가 살짝 만져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파리지옥 잎들이 검게 변해가고 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는 파리지옥 잎이 신기한지 한참 바라보다가 살짝 만져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파리지옥 잎들이 검게 변해가고 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다행히 며칠 뒤 파리지옥이 도착했다. 식충식물이라고 해서 뭔가 징그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귀엽게 생겼다. 잎은 어른 손톱만한 크기로 아담하다. 이 크기로 파리를 잡아먹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날파리는 잡아먹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이는 파리지옥 앞에 턱을 괴고 앉아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리곤 한마디 한다.

“엄마! 아빠! 파리 좀 잡아줘~”

그래, 파리지옥을 샀으면 파리를 얼마나 잘 잡아먹는지를 보고 싶은 게 당연하지. 나도 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파리, 모기, 개미 한 마리 안 보이는 추운 겨울이다. 겨울엔 파리가 없어서 먹을 수 없다고, 대신 물이 부족하지 않게 잘 챙겨주자고 설득하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파리지옥을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분 아래쪽에 물을 채워서 뿌리를 통해 물을 주는 등 충분한 습도를 유지시켜줘야 하며, 충분한 햇볕을 쬐게 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궁금증을 참지 못해 파리지옥의 잎을 억지로 닫게 하면 안 된다는 것. 괜한 자극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단다. 아이의 호기심 때문에 산 파리지옥이지만,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작고 연약해 보이는 저 식물이 파리를 끌어들이다니... 오래전에는 파리지옥도 보통의 식물들처럼 햇빛과 땅에서 양분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키 큰 식물들에 밀리고 밀려 습지를 터전으로 삼게 되면서 부족한 영양분을 곤충의 몸을 통해서 얻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파리지옥이 안쓰럽고 대견해보인다.

‘그래, 2년, 3년 잘 자라서 진짜 제대로 파리 한번 잡아먹어 보자! 이 아줌마가 잘 길러줄게.’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파리지옥 잎이 검게 변해가고 있다. 우리집에 온 지 겨우 5일째다. 선인장도 죽이는 내 손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 아니면 물을 주려는 건지, 물총 놀이를 하려는 건지 연신 분무기를 뿌려대는 아이 때문일까? 아이가 자꾸 잎을 건드려, 스트레스 받았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 파리지옥 상태가 비실비실하다. 파리지옥이 파리 잡아먹는 모습을 절대 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이도 파리지옥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엄마, 파리지옥 잎이 이상해. 왜 까매졌지?”

“그러게~힘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물을 너무 많이 줬나?”

아이가 실망할까봐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 아이의 한마디가 내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음... 엄마, 그럼 이번엔 파리지옥 말고 끈끈이주걱은 어때?”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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