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완모'하면 육아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신생아 '완모'하면 육아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 칼럼니스트 김나희
  • 승인 2019.12.2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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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정보 거기 서!]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BFHI)'에 대한 오해를 풀자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Baby-Friendly Hospital Initiative, BFHI)을 아십니까? BFHI는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시작한 운동인데요, 산모에게 모유수유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의료 환경을 조성해 아기에게 모유수유라는 '최고의 혜택'을 주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합니다.

BFHI는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성공적인 엄마 젖 먹이기 10단계'를 실천해야 하는데요, 그 안에는 ▲의료요원을 위한 모유수유 정책 수립 및 모유수유 기술 훈련 ▲산모 모유수유 교육 ▲24시간 모아동실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또한 모유대체품(분유) 제조사로부터 무료 샘플과 지원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에 대해 아기가 울어도 분유를 주지 않는다거나, 엄마가 모유수유하느라 쉬지 못해 힘들다는 불만을 종종 봅니다. (이런 불만을 일부러 퍼뜨리는 무리도 있습니다). 이런 불만과 오해를 풀어야 아기와 엄마가 둘 다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과 신생아 모유수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일곱 가지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과 신생아 모유수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함께 알아봅시다. ⓒ베이비뉴스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과 신생아 모유수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함께 알아봅시다. ⓒ베이비뉴스

◇ 완전모유수유를 권하는 의료인 본인에게도 수고롭지만 보람있는 일입니다 

첫째, 건강한 만삭아는 충분한 지방을 축적하고 태어나 사흘 정도는 소량의 초유만으로 지낼 수 있습니다. 굶기라는 뜻은 아닙니다. 대부분 초유로 충분하고, 또 초유만 필요합니다.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의 의료진들도 의료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보충 수유를 지시하기 때문에 안심하셔도 됩니다. 

사실 의료진들에게도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는 것은 쉽고 편한 길로 가는 유혹일 수 있습니다. 관행대로 하면 되거든요. 하지만 완전모유수유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의료진들에게도 시간과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며 분유 회사가 제공하는 물질적 이익을 끊어내겠다는 의지의 산물입니다. 그러므로 산모의 불평에도 모유수유를 격려하는 의료인은 쉬운 길을 버리고 좁은 문으로 들어가서 참 의료인의 본분을 지키려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신생아의 위장 용적(부피)은 출생 첫날 5cc 정도로 매우 작기 때문에 초유 이상의 젖이 들어가면 수용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영아는 입에 물체가 들어오면 무조건 빠는 반사를 보이기 때문에 위장이 빵빵해도 젖병에서 분유가 계속 흘러나오면 반사적으로 빨아서 삼키게 됩니다. 아기가 정말 위장이 비어서 분유 젖병을 빠는 것이 아니라, 단지 빨기를 멈출 수 없기 때문에 빨고 있는 것입니다.

◇ 분유 시작은 미루면 미룰수록 좋습니다

셋째, 단 한 방울이라도 분유의 시작은 미룰수록 좋습니다. 당신이 정말 모유량이 부족한 2~5%에 속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나중에 어떤 사정으로 모유-분유 혼합수유를 시작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기의 생애 초기에는 분유의 도입을 어떻게든, 하루라도 늦추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우유 알레르기는 굉장히 흔하고 면역 체계가 아직 미숙한 아기에게는 알레르기가 더욱 해롭기 때문입니다. 분유의 원료인 우유는 사람이 아닌 소의 젖이고, 모유에 없는 베타-락토글로불린을 다량 함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성분으로 인한 우유 알레르기는 흔하기 때문에 분유는 정말 단 한 방울이라도 먹이는 순간을 최대한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젖병으로 먹이는 경우 엄마의 유두와 젖병 꼭지를 아기가 혼동하여 엄마 유두를 거부하는 ‘유두 혼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기의 입장에서는 더 손쉽게 나오는 젖병을 더 좋아할 수도 있고, 유두와 인공 젖꼭지의 다른 질감에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인공 젖꼭지의 사용은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분유나 유축한 모유를 주게 된다면, 숟가락이나 작은 컵에 담아서 아기에게 조금씩 먹여 주세요. 아기 입에 부어 넣는 것이 아니라 입술에 모유 혹은 분유가 닿을 만큼만 기울여주면 신생아들도 스스로 홀짝거려서 잘 삼킬 수 있습니다.

신생아가 컵으로 유축한 모유를 먹는 장면입니다. 아기 입술에 모유 표면이 찰랑거리며 닿을 정도로만 기울여주면 아기가 홀짝홀짝 잘 삼킵니다. (아기 입에 부어 넣는 것이 아님에 주의하세요!)
신생아가 컵으로 유축한 모유를 먹는 장면입니다. 아기 입술에 모유 표면이 찰랑거리며 닿을 정도로만 기울여주면 아기가 홀짝홀짝 잘 삼킵니다. 아기 입에 부어 넣는 것이 아님을 주의하세요! ⓒTeamMotherly

◇ 아기는 원래 태어나고 며칠간 몸무게가 좀 줄어듭니다

다섯째, 생후 며칠간 최대 10%까지의 체중 감소는 정상입니다. 분유 보충을 하지 않아서 아기가 체중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원래 줄어듭니다. 그러니 초조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참았던 태변을 보고, 소변도 보고, 호흡도 시작해서 수분이 날아가기 때문에 체중이 감소하게 됩니다. 신생아를 만져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구름을 만지는 것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워요. 피부의 수분 함량이 높기 때문입니다. 

엄마 자궁 안의 양수, 즉 물속에서 둥둥 떠서 커왔기 때문에 아기의 몸은 85% 정도가 물입니다. 커가면서 물의 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후 며칠은 물이 날아가면서 체중이 감소합니다. 만일 출산 과정에서 엄마가 수액을 많이 맞고 있었다면 아기 역시 그 영향으로 좀 더 수분이 저류되어 있는 상태로 출생 체중이 기록되어(즉 심한 붓기 때문에 출생 체중이 실제보다 높게 잡혀서), 생후 체중이 더 많이 빠지는 듯한 착시 현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조산아, 저체중아라면 더 집중적인 관심이 필요하지만, 건강한 만삭아라면 체중 감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셔도 됩니다.

여섯째, 신생아는 원래 웁니다. 꼭 배고파서 우는 것이 아니에요. 물론 가끔 배고파서 울 수는 있지만 다른 이유로 울 때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유 없이 울 때가 가장 많습니다. 사람 아기는 다른 포유류 아기보다 미숙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엄마의 자궁 밖에서 지내기 힘듭니다. 침팬지, 고릴라 등 다른 영장류의 신생아 상태와 비슷한 성숙도가 되려면 사람 아기는 출생 후 3개월은 지나야 합니다. 그러니까 석 달 정도는 원래 엄마 배 속에 더 있다가 나왔어야 다른 영장류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성숙도로 태어나는 것이죠. 이 개념을 네 번째 삼분기(4th trimester)라고 부릅니다. 

아기는 태어나 석 달간은 세상에 적응하기 힘들어 많이 울어댑니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나면 아기나 양육자에게 편안한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100일 잔치', '100일의 기적' 같은 표현이 그것입니다. 이때쯤이면 완전모유수유하는 엄마들은 벅찬 안도감을 느끼면서 ‘모유수유하니 편하다, 밤에 깨서 불 켜고 분유 타야 하는 양육자들은 참 힘들겠구나’ 하는 안쓰러움마저 느끼게 됩니다. 

완전모유수유는 산모에게도 의료진에게도 쉽지 않은 길입니다. 하지만 아기에겐 확실히 더 좋습니다. ⓒ베이비뉴스
완전모유수유는 양육자에게도 의료진에게도 쉽지 않은 길입니다. 하지만 아기와 엄마에게 압도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베이비뉴스

◇ 젖은 그냥 늘지 않습니다 아이가 빨아야 늘어납니다

일곱째, 빈 젖 같아도 출산 직후에 열심히 아기가 엄마 젖을 빨아야 수유량이 확립됩니다. 출산 후 3일 정도는 아직 본격적인 모유 생산라인이 가동되기 전에 예열하는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태반이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급감하면서 본격적으로 모유 생산 체계에 돌입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모유 생산을 억제하지 않았다면 임신 기간 중에 불필요하게 모유가 분비되어 에너지와 영양분이 낭비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몸은 아기가 쌍둥이인지 또는 사산되었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딱 필요한 만큼의 모유를 생산하기 때문에, 아기가 빠는 양을 통해 생산량을 결정합니다. 이때 빈 젖이라고 걱정이 된다면, 다시 한번 빈 젖이 아니라 초유가 나오는 중이라는 점을 떠올리시기 바랍니다.

◇ 신생아 때의 수고로 나중의 육아가 훨씬 편해집니다  

사실, 출산 후 며칠 동안 모유수유를 확립하는 내용은 산전수유교육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양육자들이 앞으로 펼쳐질 풍경을 미리 짐작하고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산후에 닥쳐서 질문했을 때 비로소 대답을 들으면 둘러대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기가 체중이 늘기는커녕 줄고 있어요"라고 호소하는데 그제서야 "아, 아기는 원래 출생 후 며칠간 체중이 줄어요"라고 대답하면 믿음이 가지 않겠지요. "우리 아기가 배고파서 계속 울어요"라고 호소하는데 그제서야 "아, 아기는 원래 많이 울어요"라고 하면 신뢰를 얻기 힘들겠지요. 출산 전 교육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러니, 아기에게 분유를 되도록 주지 않고 태어나자마자 첫 모유수유를 하고 24시간 모아동실을 하여 아기가 원할 때마다 수유하는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지침을 신뢰해 보시기 바랍니다. 장기적으로 아기와 엄마가 건강하게 되는 방법을 제시하는 병원이니까요. 여기에 보너스! 24시간 모아동실을 하면 아기의 울음소리를 금방 분간할 수 있게 됩니다. 

아기와의 의사소통을 빨리 시작할수록 아기가 배고파서 우는지, 더워서 우는지, 오줌을 싸서 우는지 구분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 육아에 자신감이 붙게 됩니다. 신생아 때 1만큼 노력한다면 나중의 수고는 10만큼 줄어듭니다.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이죠. 엄마나 아기의 건강에 문제가 있지 않은 한, 신생아 때 엄마와 아기는 밀착되어 있을수록 좋습니다.

*칼럼니스트 김나희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42개월까지 모유수유했으며,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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