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0세반과 1세반 학부모 전원이 원장 해임을 요구한 서울 서초구 A어린이집. 이 곳 원장이 베이비뉴스 보도 이후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2일 베이비뉴스는 국공립 A어린이집의 원장-학부모 간 갈등을 단독 보도했다.(관련기사 : [단독] “갑질 원장 해임해주세요” 어린이집 부모-원장 ‘진실게임’) 학부모들은 원장이 보육교사들에게 갑질을 일삼고 권고사직을 종용했다는 것과, 아동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을 주장했다.
해당 원의 0세반과 1세반 학부모 전원은 원장 해임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위탁체와 구청에 각각 지난 14, 19일 두 차례 제출했다. 베이비뉴스 취재 당시 원장은 학부모들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기사가 나가고 일주일 뒤인 28일 오전 A어린이집 원장은, 서초구의 위탁을 받아 A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교육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관할 구청인 서초구청 담당자는 원장 사임 이유를 “신뢰 관계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29일 서초구청 담당자는 베이비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원장이 서울교대 측에 사직서를 낸 것은 사실”이라며, “교대 측에서 학부모들한테도 공식적으로 연락드린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학부모와 교사와 원장이 서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돼야 하는데, 서로 신뢰 관계가 깨진 상태라 원장이 사임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원장은 1월 31일 자로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이며, 서울교대는 새 원장 선발 계획을 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 보육교사 노조 “현재 위탁시스템, 원장에 권력 모여… 강력한 개입장치 필요”
원장 사임에 대한 학부모들은 어떤 심정일까. 학부모들은 원장이 자진 사임한 것을 두고 우선 놀랐다는 입장이다.
29일 해당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베이비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절대로 사임할 것 같지 않았던 원장님인데, 어제(28일) 자진 사임을 했다는 소식을 서울교대 측에서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들은 2월 초에 새로운 원장을 뽑는 일에 (서울교대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직무대행이라도 할 수 있게끔 추진해달라고 요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한편 보육교사 노조는 A어린이집의 원장 갑질 논란은 잘못된 민간위탁 시스템이 야기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29일 이현림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은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어린이집 원장들의 갑질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권력분배가 핵심”이라고 답했다.
이 지부장은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을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위탁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민간) 원장에게 위탁을 준다 하더라도 어린이집에서 문제가 생겼을 시 즉시 위탁을 취소할 수 있는 강력한 개입장치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위탁시스템은 원장에게 권력이 전부 모여 있어서 부모와 교사가 원장에게 대응하는 것 하나도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또 이 지부장은 “일부 부모로 이뤄진 운영위원회보다는 해당 원의 전체 부모들이 하나로 뭉쳐 부모회를 조직하고, 교사 역시 노동조합이나 교사회로 묶어 권력을 분배해야 (원장의 갑질을 막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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