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증상은 ‘입덧’만 있는 줄 알았던 남편의 깨달음 
임신 증상은 ‘입덧’만 있는 줄 알았던 남편의 깨달음 
  • 칼럼니스트 김명규
  • 승인 2020.03.02 16: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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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육아일기 MAY] 몰랐다, 임신이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은
라이브 육아일기 MAY. ⓒ김명규
라이브 육아일기 MAY. ⓒ김명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아기가 되기까지 대략 10개월. 일수로는 280여 일. 시간으로는 6720시간. 그동안 산모는 평소보다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냄새에 예민해지며, 속이 거북해 식욕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점점 배가 나오며 허리통증을 느낀다.’

딱 이 정도가 내가 아는 임신 기간의 증상이었다. 하지만 10개월의 대장정을 곁에서 지켜본 결과 이는 구구단을 외웠다고 수학을 통달했다고 하는 꼴이었으며, 라면 하나 끓일 줄 안다고 한식 자격증에 도전하는 꼴이요, 부루마불 몇 판 해보고 세계 부동산 경제의 흐름을 파악했다고 떠드는 꼴이었다.

◇ 자꾸 잠 온다는 아내, 임신한 줄도 모르고 "원래 잠은 잘 수록 졸린 거야"

테스트기로 ‘두 줄’을 확인한 후 병원에 갔을 땐 임신 5주 차였다. 그때 마침 아내는 시도 때도 없이 졸린다고 했다. 임신 사실을 몰랐을 땐 “요즘 왜 이렇게 자도 자도 졸리지…?”라는 아내의 말에 “잠이란 게 원래 자면 잘 수록 더 피곤한 법이야. 자기는 요즘만 그렇지? 난 늘 그래”라며 별 시답잖은 고민을 다 한다는 식으로 대꾸했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말이었다. 실제로 병원 검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아내에게 옆구리를 살짝 꼬집히긴 했다.

"뭐어~자도자도 졸린 게 잠이라고?" ⓒ김명규
"뭐어~자도자도 졸린 게 잠이라고?" ⓒ김명규

잠은 서막에 불과했다. 더위가 시작된 초여름, 아내는 본격적으로 ‘고난의 시간’을 맞이하게 됐다. 내가 몰랐던 임신 증상 중에는 ‘호흡곤란’도 있었다. “임신했다고 무슨 호흡곤란까지 와?”라고 말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으나, 정말 말 그대로 아내는 ‘호흡’을 힘들어했다. 호흡곤란은 식사할 때 더욱 심하게 찾아왔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인간의 호흡은 의식하지 않아도 일정한 리듬으로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는데, 아내는 이 리듬이 깨져서 호흡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문득 신혼여행 때 스쿠버다이빙 체험이 생각났다. 나는 그때 “그까짓 것 대충~산소통 매고 입으로 숨 쉬면 되지!”라며 설명도 제대로 듣지 않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숨이 내 맘대로 쉬어지지 않아 함께 들어간 현지 안전요원의 목을 붙잡고 “노 브레쓰! 헬프 미! (No Breathe! Help me!)”를 외쳤던 기억이 있다. 그게 한 30초 남짓 됐으려나. 단 30초라도 호흡이 내 의지대로 안 되면 괴로움을 넘어 공포까지 느끼게 되던데, 아내는 그걸 시도 때도 없이 겪었다. 남편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심호흡을 유도하며 안타깝게 바라보는 일 뿐이었다.

또 다른 증상 하나는 두통이었다. 먼저 혹시 과음 후 숙취 중 어떤 증상이 가장 괴로우신지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다. 나는 다양한 숙취 증상 중 두통이 제일 괴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내는 이런 두통을 임신 초기 내내 달고 살았다.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매일 숙취에 시달리는 상태로 산 것이다. 당사자께서는 이렇게 표현하셨다.

전날 과음했는데 4시간도 못 자고 만원 버스 타고 출근하는 기분이 임신 증상이라고? 세상에! ⓒ김명규
전날 과음했는데 4시간도 못 자고 만원 버스 타고 출근하는 기분이 임신 증상이라고? 세상에! ⓒ김명규

"전날 과음했는데 4시간도 못 자고 만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어떤 느낌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오만상이 절로 찌푸려지는 훌륭한 예시였다. 하지만 잘 아시듯, 임신부는 진통제도 쉽게 먹을 수 없다는 것. 역시 남편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효과도 없는 어설픈 두피 마사지 뿐이었다.

◇ 드라마에선 분명히 태동이 오면 행복하댔는데… 현실은 너무 달랐다 

“워워…메이야, 조금만 얌전히 자리 잡자. 엄마 너무 힘들대.” ⓒ김명규
“워워…메이야, 조금만 얌전히 자리 잡자. 엄마 너무 힘들대.” ⓒ김명규

그리고 증상 하나 더. 바로 ‘태동’이다. 내가 알기로 태동은 ‘엄마와 아기의 신비롭고 긴밀한 소통’이며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인데, 이 태동으로도 엄마가 힘들 수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실제로 드라마만 봐도 그렇다. 임신한 등장인물은 태동이 왔을 때 “어머! 방금 아기가 움직였어!”라며 기쁜 표정을 짓기 일쑤였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봤을 때, ‘어떤 존재’가 내 배 속에 있는 장기를 툭툭 때리거나, 밀어내거나, 잡아당기기까지 한다고 생각한다면, 마냥 유쾌할 것 같지는 않다.

아내도 임신 중 아기의 태동에 당연히 반가워하고 기뻐했다. 하지만 갑자기 “악!”소리를 내며 통증을 호소할 때가 많았다. 특히 갈비뼈 옆쪽의 통증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요상한 통증’이란 표현도 했다.

아기라고 일부러 엄마를 아프게 하려고 그랬을까. 아기도 그 좁은 곳에서 자리 잡느라 힘들었겠지만, 태동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를 보고 있자면 내가 참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이런 것뿐이었다.

“워워…메이야, 조금만 얌전히 자리 잡자. 엄마 너무 힘들대.” 

혹시 아내에게 ‘야속하기 짝이 없는 남편’이 되고 싶은 분 계신다면, 태동이 와서 힘들다는 아내에게 “엄마니까 기쁜 마음으로 태동을 즐겨”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내가 아는 임신 증상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었다. ⓒ김명규
내가 아는 임신 증상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었다. ⓒ김명규

이 외에도 골반과 허벅지 뼈 사이로 불시에 찾아오는 통증, 피부 트러블, 수면 질 저하로 인한 무기력함 등등…. 어쩜 이렇게 임신 증상은 다채로운지. 곁에서 지켜보니 하나씩 알아가게 됐다. 정말, 안다고 아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참 고루한 표현이지만, 한 생명을 품고 탄생시킨다는 것이 이렇게나 힘겹고 숭고한 일임을 새삼 깨달은 입장에서 그 당시 오만했던 나에게 이런 메모를 남긴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라지만, 알 기회를 외면하는 건 죄일지도 모르겠다.’

임신한 아내의 고통, 겪기 전 까진 모를 수 있지만, 알 기회를 외면하는 건 죄일지도. ⓒ김명규
임신한 아내의 고통, 겪기 전까진 모를 수 있지만, 알 기회를 외면하는 건 죄일지도. ⓒ김명규

*칼럼니스트 김명규는 결혼 2년 차 2020년 2월에 딸 아빠가 되는 프리랜서 MC 겸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다양한 매체에서 그림 그리는 진행자 ‘구담’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생초보 아빠인 구담의 '라이브 육아일기 MAY'는 매달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육아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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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p**** 2020-03-02 22:10:13
와이프 입덧 때
갑자기 아침에 낫또를 구해오라길래
짜증냈다가 본전도 못 찾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로 둘째 때는 뭘 구해오라고 하던
일단 액션은 취했던 것 같아요

mysk**** 2020-03-02 17:21:18
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아빠가 되는 기회가 주어지면 죄는 짓지 않겠네요ㅎㅎ 좋은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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