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보육정책, 마이너스 100점… 혼란만 가중"
"20대 국회 보육정책, 마이너스 100점… 혼란만 가중"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3.04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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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함미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신임 지부장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20대 국회 보육정책요? 굳이 점수를 줘야 하나요? 마이너스 100점요.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봐요. 보육교사를 위한다고 했지만 서류가 더 많아졌죠. 휴게시간만 봐도 그래요. 정착되기보다는 비리를 하나 더 만들었어요. (쉬지도 못하고) 휴게시간 사용 확인서에 서명하게 됐으니까요.”

함미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신임 지부장의 20대 국회 보육정책에 대한 평가다. 함 지부장은 보육교사로 일하기 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아닌 일반 직장생활을 15년간 했다. 노동자에게 부여되는 연차, 휴게시간은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보육교사가 된 후 당연한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함 지부장은 낮에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고 밤에는 지부장으로서 늦은 시간까지 교사들의 고충을 상담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지난달 12일 경기 성남시 서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보육지부의 활동과 20대 국회를 평가하고, 2년의 임기에 대한 각오와 다짐을 들어봤다.  

◇ "2월은 보육교사 해고 시즌"… 1년 안 되는 '364일' 꼼수 근로계약

함미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신임 지부장을 지난 12일 경기 서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함미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신임 지부장을 지난달 12일 경기 성남시 서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Q. 2월부터 지부장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저녁에 (교사들) 노동문제 상담하고, 단체협약 체결하고, 공문 작성하고 정신없이 뛰고 있어요. 2월은 어린이집 ‘해고 시즌’이라고 보시면 돼요. 1년도 안 되는 기간의 계약직으로 보육교사를 고용하는 관습이 없어져야 해요.

채용공고는 정규직 교사로 내놓고, 막상 면접 보고 출근하면 계약서에 계약직으로 기재돼 있어요. 원장이 원하는 '말 잘 듣는' 교사를 채용하기 위해서죠. 원장들이 교사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게 제도 개선이 정말 시급합니다.”

Q. ‘해고 시즌’이라고 하셨는데 주로 어떤 이유로 어떻게 해고를 하나요?

“노동상담을 해보면, 교사가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원장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줄 알아요. ‘너 내일부터 안 나오면 좋겠어’라고 하기도 하고요, 일주일 근무했는데 해고하고 급여도 안 준 경우도 있어요. 정해진 근로계약 기간이 되지 않아도 나가라고 하는 거죠. 일반 직장인들은 대부분 이해를 못 하는데 어린이집은 가능하더라고요.

해고 이유는 ‘웃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밥 왜 이렇게 많이 먹어?’ 이런 것들도 있어요. 특별히 이유가 있다고 하기보다는 원장 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고 하는 거죠. 어린이집 비리를 고발했다고 해고당한 선생님도 있어요. ‘6개월 뒤 선생님 자를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주는 어린이집도 있습니다.”

Q. 이렇게 갑작스러운 해고를 막기 위해 어떤 것들이 좀 바뀌어야 할까요?

“교사들이 기본적인 노동법을 알고 보육노동자로서 정체성 확립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지켜야 합니다. 원장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다는 것도 더 많이 알려져야 해요. (노조에서는) 비조합원들을 상대로 노동법 학교를 1년에 두 번씩 하고 있어요. ‘직장갑질119’, ‘어린이집 상담전문’ 등 네이버 밴드나 오픈 채팅방, 보육교사 온라인 카페 등에서 이슈가 되는 내용을 홍보도 하고 질의응답도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제도 개선이 시급해요. 1년 계약서에도 꼼수가 있어요. 3월 1일은 삼일절 공휴일이라고 근무 시작일을 3월 2일로 기재하거나, 2일이 일요일이면 3일로 계약서를 작성해요. 근무 종료일은 그대로 다음해 2월 28일이 되는 건데, 이러면 하루이틀 차이로 근속기간이 1년이 안 돼 퇴직금도 못 받습니다. 저도 승급할 때 하루가 모자라서 1년을 더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바로잡는 데 정말 힘들었거든요.”

◇ "평가인증 한 달 동안 아이들 '방치'… A 받아도 평가 끝나면 원위치"

함 지부장은 지자체가 어린이집 위수탁 계약 시 교사 고용승계하도록 하고, 1년 계약직 교사 임면보고도 3월1일자로 계약서 작성하게 하는 등 근로계약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함 지부장은 지자체가 어린이집 위수탁 계약 시 교사 고용승계하도록 하고, 1년 계약직 교사 임면보고도 3월1일자로 계약서 작성하게 하는 등 근로계약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Q. 그동안 보육지부에서 해온 활동에 대해 평가 좀 해주세요.

“지난해 ‘가짜 휴게시간 버스킹’을 통해 언론에 많이 노출되면서 선생님들이 휴게시간 문제에 대해 인지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관련기사 : 쪼개기 휴식도 서러운데 “조용히 처리하라”는 근로감독관) 경기 지역 농어촌 초과보육수당 미지급 설문조사를 통해서 수당을 받아냈고요.

보육교사는 사용하지 못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 이슈마다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어요.(관련기사 : 보육교사도 엄만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그림의 떡') 교사 대 아동비율 전면 축소 요구, 어린이집 급식비리 고발 등 보육교사 처우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을 많이 해왔습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현장 상황은 크게 변화된 게 없다는 점이에요. 현장 목소리가 정책에 많이 반영되진 못한 것 같습니다.”

Q. 2년 임기 동안 어떤 일을 계획하고 계세요?

“그동안 보육교사들이 노동자로서 갖는 기본 권리를 알리는 데 치중했다면 이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보려고 해요. 국회토론회를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해 실제 정책과 제도가 바뀌게 하려고 합니다. ▲지자체 조례개정을 통해 어린이집 운영 위·수탁계약 시 교사 고용승계 ▲1년 계약직 교사 임면보고 3월 1일자로 계약서 작성 ▲채용공고부터 정규직 여부 명시 등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고 합니다.

지난해 경기 지역 농어촌 초과보육수당 미지급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농어촌지역 어린이집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을 탄력편성해서 원아를 더 받을 수 있어요. 아동이 많아지면 교사가 힘드니까 수당을 더 지급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조사 결과, 거의 다 수당을 못 받고 있더라고요. 원장님들은 정부에서 수당을 받고, 교사까지 전달이 안 된 겁니다. 전국적으로 조사를 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Q. 20대 국회에서 어린이집 평가인증제가 의무로 바뀌는 등 변화가 좀 있었는데 현장에 도움이 될까요?

“평가인증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부모님들이 보시기엔 A등급 받으면 교사의 질도 환경도 좋으리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A등급을 받기 위해 한 달 동안 아이들은 통합보육 하면서 방치되는 수준입니다. 선생님들은 한 달 동안 주말도, 저녁도 없는 삶을 살아요.

그 시간에 청소, 환경 꾸미기, 서류업무를 하는 거죠. 평가인증 한 달은 보육을 제대로 할 수 없어요. 힘들게 A등급을 받더라도 평가가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쓸데없는 서류를 늘리기보단 정말 아이들과 할 수 있는 놀이 위주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해요.”

Q. 20대 국회에서 ‘유치원 3법’이 어렵게 통과가 됐습니다. 어린이집 원장 단체들은 '어린이집은 유치원과 비교하면 회계가 투명하다'고 주장해왔는데요, 그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장들은 투명하다고 하죠. 회계장부와 영수증을 완벽하게 꾸며 놓으니까요. 진실은 교사들만 알 수 있어요. 가족 외식을 해놓고 교사들과 회식했다고 영수증을 꾸며놓으면 서류상 완벽하잖아요. 지원 부분에 대해서도 횡령이 많이 일어나지만 내부고발 외에는 증명이 힘든 상황입니다. 회계가 투명화되려면 교사가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해요. 학부모운영위원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 "21대 국회, 엄마 마음으로 보육정책 품는 국회 되길“

함미영 지부장은 정책에 보육교사의 현장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근무시간에 간담회, 회의에 공식적인 참석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함미영 지부장은 정책에 보육교사의 현장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근무시간에 간담회, 회의에 공식적인 참석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Q. 4·15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보육 이슈를 어떻게 좀 담아내려고 하세요?

“노조 차원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면담 자리를 마련해볼 예정입니다. 그동안 법안과 관련해서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국공립어린이집 위·수탁 문제, 근로계약 문제, 부실 급간식, 페이백(원장이 교사 급여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것) 관련해서 21대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진행해보려고 해요. 또 후보자 중에 보육정책 공약을 내신 분이 계시면 면담하는 자리도 가지려고 합니다.

20대 국회에서 ‘유치원 3법’, ‘어린이생명안전법’ 일부 통과, 급간식비 예산 인상 등을 지켜보면서, 정치권도 당사자들이 가만 있지 않는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을 겁니다. 보육에서 보육교사는 당사자들의 관계 속에 있습니다. 보육환경 개선만이 인권보육으로 가는 유일한 일이라는 것, 보육교사가 23만 명이라는 것을 예비 국회의원들에게 인식시켜야죠.”

Q. 21대 국회에는 어떤 정책을 바라십니까?

“아동 대 교사비율 전면 축소, CCTV를 통한 보육교사 감시 근절, 아동학대 기준 확립, 국공립어린이집 위·수탁 계약 시 고용승계 법제화 등이 있습니다. 특히 가정어린이집 원장의 담임 겸직 허용은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명목상 원장반이 있지만 원장은 주로 외부행사나 연합회 모임에 나가시고 교사가 다 돌보는 상황이에요. 교사 대 아동 비율도 지켜지지 못하고, 아이들도 위험한 상황입니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처럼 국민의 소리에 귀를 닫고 자기네들끼리 싸워 마비되지는 말았으면 해요. 아이들 관련 예산은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잖아요. 삭감되거나 동결되는 예산이 많은데 21대 국회에서는 엄마 마음으로 보육을 품는 국회가 되길 바랍니다.”

Q. 3월부터 보육지원체계가 개편돼 운영됩니다. 기본보육(오전 9시 ~ 오후 4시)과 연장보육(오후 4시 ~ 오후 7시 30분)으로 나뉘고, 연장반 교사를 따로 채용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제도 시행을 앞두고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7시간 근무, 1시간 휴게시간, 1시간 행정업무, 정말 꿈같죠. 이대로만 진행되면 보육교사 직업에 있어 혁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휴게시간도 못 쉬고 행정업무에 치여서 집에 가서까지 서류작업 하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보육지원체계 개편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커요. 오후 4시 이후 연장보육 신청 영유아가 많지 않으면 교사를 추가로 채용하지 않고 기존 교사가 당직을 선다고 합니다. 초과근무수당도 없고요. 그러면 기존과 달라지는 게 없어요. 오전·오후 당직은 수당 없이 출·퇴근시간을 옮기는 것으로 조율해왔는데 그것조차 없어지는 거죠. 잘 좀 정착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Q. 끝으로 2년 임기를 시작하는 새 지부장으로서 각오 한 말씀 해주세요.

“매년 쏟아져 나오는 보육정책을 보면 실제 보육교사에게 와닿지 않는 정책이 많습니다. 정책 토론회와 같은 모임에 현장교사 목소리가 없어요. 토론회에 참석하시는 분들은 원장님, 그리고 원장님이 데리고 온 '아는 교사들'뿐이기 때문에 현장 목소리가 반영이 안 되는 겁니다.

보육교사도 원장과 동일하게 근무시간에 간담회, 회의에 공식적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합니다. 업무연락도 원장들만 공유하고 교사와 공유하지 않아요. 저는 (임기 동안) 현장의 많은 이야기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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