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일상에도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다
깨진 일상에도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다
  • 칼럼니스트 고완석
  • 승인 2020.03.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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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동권리 히어로] 코로나19가 바꾼 일상… 봄은 언제 올까?
겨울부터 시작한 코로나19는 봄에도 계속되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 춥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겨울부터 시작한 코로나19는 봄에도 계속되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 춥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한창 추울 때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는 따뜻한 봄이 오는 줄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그 사이 우리 가족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올해로 여덟 살이 된 큰아이는 그동안 다니던 유치원을 졸업했다. 물론, 졸업식은 마스크를 쓰고 진행됐다. 선생님, 친구들과 헤어짐을 느낄 새도 없이 속전속결로 끝이 나버렸다.

그날부터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손꼽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새로 산 가방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메보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를 해보기도 했다. 기다리던 3월이 됐지만, 입학은 연기됐다. 입학일이 계속해서 늦춰지자 아이는 더 이상 가방을 메보지도 않고, 언제 학교에 가냐고 물어보지도 않는다.

놀이터에 나가고 싶다고, 키즈카페에 가고 싶다고 난리를 치던 네 살 둘째 아이도 이제는 체념한 듯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누나와 싸우지만 혼자 노는 것보다는 누나와 노는 게 좋은지 금세 누나를 찾는다. 물론 밖에서 뛰어놀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집에서라도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이런 모습은 비단 우리 집만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어른들의 일상이 깨진 것처럼 아이들의 일상도 변해버렸다. 밖에서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우리 아이들이 집에만 있고,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즐겁게 지내야 할 우리 아이들이 집에서 스마트폰만 하는 모습에 씁쓸한 마음이 드는 한편 이제는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코로나19로 몇 주째 재택근무를 하는 나에게 딸아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빠는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는 사람이니까 이제 집에만 있지 말고,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도와주러 가도 돼요.”

그렇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깨져서 불평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의사, 간호사, 구급대원, 경찰, 공무원 그리고 자원봉사자 등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깨진 일상과 불편함 때문에 불평하기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다 보면 코로나19도 잠잠해지고, 다시금 일상도 회복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봄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여덟 살 딸, 네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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