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정부가 보육지원체계 개편에 따라 어린이집에 지원하기로 한 연장반 교사 인건비가 예산 고갈로 지원이 중단됐다.
올해 어린이집 운영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보육지원체계 개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모든 어린이집이 휴원하면서 3월 시작할 예정이었던 보육지원체계 개편 운영도 긴급보육 중에 일부 이뤄졌으나, 전국 단위 휴원 명령이 해제된 지난 1일부터 정상 운영이 가능해졌다.
보육지원체계 개편의 핵심은 전국 모든 어린이집 운영을 기본보육(오전 9시~오후 4시)과 연장보육(오후 4시~오후 7시 30분)으로 나눠 운영하고, 정부는 연장보육 전담교사 인건비와 보육료를 지원하는 것.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부터 예산이 부족해 연장반 전담교사 신규 채용은 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게다가 오는 7월부터는 지원기준(이용 아동 수·이용 시간)이 충족되지 못하면 연장반 전담교사 인건비 지원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 보육지원체계 개편 시작하자마자… "수요 예측 너무 소극적으로 한 것"
이와 관련해 어린이집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전히 휴원 중이지만, 연장반 수요가 있으나 예산이 없다고 하니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지난 8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휴원 중이지만 애들이 (긴급보육으로 많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연장반 수요가 있는데, 교사 채용을 하려고 보니 예산이 없다고 해 난감하다”면서 “복지부가 수요 예측을 너무 소극적으로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 원장도 같은 날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정부가 대대적으로 보육지원체계를 개편한다고 홍보한 지 얼마나 됐다고 돈이 없어 연장반 교사 신규 채용이 안 된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보육교사들의 입장은 어떨까. 경남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보육교사 커뮤니티에 “5월 입사해 보조교사와 연장반 교사를 겸임하다 7월 신설반이 개설되면 담임교사로 보직을 변경하기로 하고 입사했다. 그런데 공문이 내려와 보조교사와 연장반 교사 신규 채용하면 지원이 안 되니 하던 업무를 계속 하라고 해 황당하다”고 글을 올렸다.
서울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 교사도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교사를 충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지원이 끊겨 안 된다고 해서 기존 교사들이 당번제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각 어린이집에서는 연장반 이용 수요조사를 한 후 지자체에 지원 신청을 마쳤다. 연장반 전담교사 채용도 지난해 11월부터 인력뱅크를 통해 채용한 상태. 복지부의 10일 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 3만 5671개소 중 2만 4423개소(68.5%)에서 연장보육반을 운영하고, 2만 9187명의 연장보육 전담교사 배치됐다. 보조교사 겸임 등을 제외하고 신규 채용된 연장보육 전담교사는 1만 7773명.
복지부는 4월 말까지 채용된 인력에 한 해 연말까지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5월부터는 신규 교사 채용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왜 사업 초기부터 예산이 바닥난 걸까.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들어봤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8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4월 중순까지 모니터링했을 때 예산 범위를 초과해 4월 말까지 채용된 분에 한해서 연말까지 지원한다고 공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마다 상황이 달라 신규 채용을 멈춰두고 모니터링하면서 시·도 내 예산을 재배분하고 있다. 추경을 통해 예산 확보되는 상황과 지자체별 모니터링 후(신규 채용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7월부터 기준 미충족 시 기존 교사도 지원 중단… "휴원 중 어린이집은 어쩌나"
휴원 중이라 지원기준(이용 아동 수, 이용 시간)을 충족시키지 못해 오는 7월부터 인건비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곳에서는 “휴원 중 긴급보육 상황이라 지원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려우니 유예기간을 연장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2020년 보육사업안내 지침(458쪽)에 따르면, “학기 초(3월~4월)는 인건비 지원기준(연장보육 이용 현원 및 이용 시간)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인건비를 지원한다. 전담교사 지원 선정 이후 이용 아동 감소로 인건비 지원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2개월까지 인건비를 지원한다. 이후에는 어린이집에서 인건비 부담.”이라고 명시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각 어린이집에서 상황에 따라 연장반 교사 인건비를 스스로 부담하든지, 아니면 교사를 해고하든지 알아서 판단하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 어린이집 원장은 "어쩔 수 없이 해당 교사에게 해고 통보했다"면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휴원 중이라 긴급보육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지원기준 미충족에 대한 유예기간을 연장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장반 교사를 미리 채용하지 못했거나, 지원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어린이집에서는 보육지원체계 개편 이전과 마찬가지로 교사들이 당번제로 근무할 수밖에 없다.
경기 수원시의 한 보육교사는 “보육지원체계 개편대로만 운영된다면 진짜 혁신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재 현장은 이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이 그대로 운영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보육교사 8시간 근무 정착과 장시간 보육이 필요한 아동과 보호자가 눈치 보지 않고 연장보육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보육지원체계 개편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준 미달에도 5월, 6월까지 두 달간 지원기간을 유예를 한 상황이라 7월부터는 보육사업 안내 지침에 따라 이용 현원, 이용 시간에 따라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이용하는 사람이 없는데 계속 지원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했다. 유예기간 연장과 관련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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