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탓'으론 학대 못 막아… 문제는 '고립'이다
'계모 탓'으론 학대 못 막아… 문제는 '고립'이다
  • 기고=백운희
  • 승인 2020.06.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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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몇 달 째 바깥 놀이는 물론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초등학생인 아이가 온라인 학습을 하고 있었다. 출석 확인 삼아 담임 선생님은 매일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데, 이 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과 그 이유”였다.

놀랍게도 아이와 같은 반 친구들은 대부분 같은 답을 게시판에 적었다. “나다. 자신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 “지구, 지구가 없으면 모든 생명체는 살아갈 수 없다”는 응답을 제외하곤 마치 짠 것처럼 “가족(부모님)”을 꼽은 거다.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존재”라거나, “나를 지켜주니까” 등의 이유를 보며 농담처럼 “아니 요즘도 가족주의가 이렇게 굳건하다니?”라고 말했지만 마음 한 곳이 묵직해졌다. 

감염병 확산이라는 불안한 상황과 그로 인해 이전보다 가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아이들이 가족의 울타리와 양육자와의 친밀감을 보다 중요하게 여기게 됐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아이들에게 가족의 의미와 양육자의 존재가 새삼 어느 정도인지 다시금 확인받는 듯 했다. 

◇ 학대 원인보다 이야기에 집중하는 보도… 비난에 불편한 마음 덜어줘

양육자에 의해 여행가방에서 사그라졌던 또래의 아이로 인해 이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아홉 살 아이는 가로 44cm, 세로 60cm 크기의 여행 가방에 갇혔다가 의식을 잃은 뒤 결국 숨을 거뒀다. 아이를 가둔 이는 친아빠의 동거 여성이었다. 

그는 이후 학대의 이유를 훈육이라고 했다. 아이를 향한 학대 정황은 그간 여러 차례 포착됐다. 학교에서 교사가, 병원에서 의료진이 문제를 인지하고 가정과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손을 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학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사망했다. 아이에게 그동안 가족과 집은 어떠했을지, 짐작만으로 가슴이 미어졌다. 

가해행위가 잔혹하고 가해자가 친아빠의 동거여성이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과 비난은 증폭됐다. 언론은 이를 ‘천안 계모 아동 학대 사건’, ‘가방 감금 천안 계모’ 등으로 보도했고, 급기야 ‘가방 계모’ 라는 지칭이 등장했다. 

아동 학대 사건에 계모가 관련된 경우 언론은 ‘계모사건’으로 이름을 붙인다. 지난 2013년 울산과 칠곡, 2016년 평택에서 일어난 학대에 그러했다. 어느새 많은 이들이 아동학대하면 계모나 계부에 의한 극악한 사건을 떠올리게 됐다.

임지선 등 한겨레신문 기자들이 공저한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시대의 창 펴냄)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어른의 학대로 목숨을 잃은 아이는 모두 263명이었다. 2013년 학대로 사망한 서현이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서현이는 최소 다섯 차례는 학대로 인한 몸으로 구조신호를 보냈다. 등에 멍, 대퇴부 골절, 손목과 발목에 2도 화상, 갈비뼈 16개가 골절되고 부러진 뼈가 폐에 박혀 사망하기까지 장기간 인과적이고 의도적인 학대를 겪었다.  

사안의 심각성에 경찰은 방대한 분량의 조사 자료집을 따로 남기며 이를 ‘울산(울주) 계모 아동 학대 사건’이라며 공식이름을 붙였다. 외국과 달리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를 따져 반영하는 한국적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경우다. 

미디어 역시 아동학대의 근본 원인과 현상을 반영하기보다 이야기를 구성했다. 주목되는 소수의 병리적 행동에 주목하고 기사를 양산했다. 대중들 역시 친부모보다는 계부모의 학대행위에 덜 불편한 마음으로 비난을 가할 수 있다는 심리가 더해졌다. 

아동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와 자녀를 부모의 종속적인 존재로 대하는 인식에서 아동학대는 공생한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아동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와 자녀를 부모의 종속적인 존재로 대하는 인식에서 아동학대는 공생한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 “가해자에 분노와 비난만 가하면 문제 해결 길목 막힌다”

아동학대에서 ‘계모’, ‘새엄마’, ‘의붓어머니’가 부각되자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과 정부는 학대 행위자 중 친부모가 절대적임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판명된 사건에서 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과의 관계는 부모(76.9%), 대리양육자(15.9%), 친인척(4.5%) 순이었다. 또한 부모에 의한 학대만을 놓고 봤을 때도 친부 (43.7%), 친모(29.8%), 계부(2.2%), 계모(1.2%) 순서로 나타났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도 신고된 아동학대 행위자 중 친부모가 다수라는 통계수치에 큰 변화가 없다. 물론 이를 근거로 친부모가 아이를 더 많이 학대한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 전체 친부모 가운데 학대 행위자의 비율, 전체 계부모 중 학대 행위자의 비율이 정확히 나와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계모, 계부를 유독 잔혹한 이들로 몰고 가며, 집단을 일반화하며 도덕적으로 평가하는 행위는 위험하다.

계부모냐, 친부모냐에 논점이 집중되고 개별 가해자에게 분노와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것에 그치다보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아이’는 소거되고, 문제 해결의 길목을 가로 막게 된다. 나아가 이미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족 관계와 구성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자기 자식이 아니니까 마구 대한다”며 계부모를 향한 삐뚤어진 렌즈를 계속 들이대는 사이 상처를 입은 이들이 다시 생겨나게 된다.  

문제는 가족의 형태가 아니다. 학대를 낳는 구조적 환경이다. 아동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와 자녀를 부모의 종속적인 존재로 대하는 인식에서 아동학대는 공생한다. 

혈연중심 한국 가족주의의 문제를 다룬 책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동아시아)는 “문제는 계부모냐 친부모냐가 아니라 친권”이라고 강조했다. “계부모도 입양절차를 거치면 아이의 친권자”라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친권을 앞세워 개입을 거부하면 밖에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친권이 양육자로서 의무로 존재하기보다 그릇된 권리를 행사하는데 악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제라도 법무부가 10일 ‘민법상 친권자의 징계권’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지난해 UN아동권리위원회에서 전면 삭제를 권고한데 이어 4월 법무부 ‘포용적 가족문화 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가 제출한 권고사항이기도 했다. 1958년 민법이 제정된 후 무려 62년 만이다.  

민법 제 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징계권 조항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용인하는 것으로 잘못 읽히는 동시에 자녀를 부모의 권리대상으로 간주한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실제로 자녀학대로 고발된 부모들은 ‘사랑의 매’ 따위의 맥락으로 이 민법상 징계권을 내세워 감형이나 면죄를 받아왔다. 폭력은 증폭의 속성을 지닌다. 민법 개정으로 체벌이 명백한 범죄이며 폭력이라는 인식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 양육지식 부족과 스트레스가 학대 부른다… 부모교육 비롯한 실질 대안 필요

아울러 전문가들은 양육자, 부모에게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학대 행위자 특성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양육지식 및 기술 부족’,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 경제적 사정’ 등이었다. 

미국은 2016년 ‘아동학대 사망근절을 위한 국가전략보고서’에서 학대사망을 위한 긴급 조치로 최근 5년 간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일어난 환경을 조사했다. 게임 또는 약물중독, 사회적 고립, 경제적 불안정, 이른 출산으로 양육에 대한 지식이 없고 스트레스가 높은 경우, 어린 시절 가정 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등이 공통원인이었다. 따라서 이에 해당되고 학대조짐을 보이는 취약가정에 집중해야만 아동학대 사망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다. 

아이를 낳았다고 다 양육자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아동학대 관련 조사에서도 학대 행위자들은 대부분 배변, 수면습관, 울음 등 성장하며 아이들이 겪는 자연스런 생리 현상을 학대의 이유로 꼽았다.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 양육자들 역시 양육서를 전집 수준으로 독파했던들, 약한 존재인 아이를 직면해 키우는 일은 막상 늘 시행착오와 스트레스를 겪는다. 지극히 당연한 것을 감당하지 못했다고 비난만 해서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울러 가족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힘이 든다. 이때 자칫 가정 내에서 가장 취약한 아이에게 방임이나 직간접적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 양육자 중 한쪽이 분리되며 다른 쪽 양육자의 부적절한 양육 태도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방치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공적개입이 필요하다. 

학령기 아동부터 정규 교육 과정으로 수업 중 갓난아기를 직접 접하고 성장 과정을 따라가며 공감능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자연스레 타인을 이해하고 양육법을 익히는 장기적 관점의 접근부터 이혼으로 가정이 해체될 경우 무엇보다 자녀를 중심으로 더 적합한 양육자를 지정하고, 이혼 전 부모교육을 통해 양육사항을 결정하게 하는 일 등 실질적 대안을 찾으려는 제안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다. 사회적 돌봄으로 틈새를 메우고 적절한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다. 사회적 돌봄으로 틈새를 메우고 적절한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 “영유아 가정은 고립해선 안 돼… 유아교육의 기본”

‘연결되어야 건강하다’는 명제는 여기서도 확인된다. 심각한 고립의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학대 가정은 없다고 말한다. 긴축재정이 영국 탁아소에 미친 영향을 기록한 「아이들의 계급투쟁」(브래디 미카코, 사계절)에는 국가 돌봄의 축소는 결국 빈곤 계층의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고, 양육자들을 계층 간 분리하고 가난한 이들을 더욱 고립시켰음을 말한다. 

이 책은 “아이들을 지원한다는 것은 그 아이들의 부모를 지원한다는 것”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학대나 양육포기 같은 불행한 상황은 일반적으로 닫힌 상황에서 일어난다”며 “영유아가 있는 가정은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 이것은 유아교육의 기본이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주목해야 할 것은 ‘집’이라는 공간과 ‘집안 사정’을 다루는 통념이다. 아동학대는 대다수가 사적공간인 집에서 일어나기에 목격자가 존재하기 어렵고 외부 개입의 여지를 줄인다. 이는 부부간 폭력에서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에서 2012년에 펴낸 ‘아동 학대 사망 관련 지원 서비스 체계화 방안 연구’를 보면 부부간 폭력이 있는 경우에는 폭력이 없는 경우에 비해 아동에 대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4.9배나 높았다. 집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부분 함께 머무르니 구조 요청이나 신고도 힘들다. 더욱이 아이들처럼 약한 존재는 외부 개입 없이 자력으로 상황을 떨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가정폭력 신고 정도가 오히려 줄었다는 통계에 대해 현장 활동가들이 우려를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숫자로만 해석한 채 감춰진 내막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위기 상황을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개학이 계속 미뤄지고, 지역사회 돌봄마저 미치지 못하는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충남의 중학생의 경우는 방임과 돌봄 공백이 가져온 아픔이자 사회복지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감염병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취약 계층을 향한 사회적 돌봄의 틈새는 더 벌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물리적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가능한 안전한 집 안에만 있으라는 캠페인은 가정이 가장 위험한 공간일 수 있는 누군가에게는 절망의 경구로 닿을 수 있다. 그 안을 어떻게 들여다 볼 것인가? 자꾸 들춰내 빛을 비추는 일을 우리는 하고 있는가? 더 늦기 전에 행동으로 답하기를 말 못할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앞서 인용한 책 「아동 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에 따르면 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 열 명 중 네 명은 돌을 넘기지 못했다. 출생 신고조차 되지 않은 아이들을 포함해 열에 일곱은 여섯 살이 되기 전 세상을 떠났다. 2008부터 2014년까지 263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 아이들은 학대로 계속 목숨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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