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되지 않은 참사, 처벌받지 않는 기업
해결되지 않은 참사, 처벌받지 않는 기업
  • 기고=손수연
  • 승인 2020.08.14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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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손수연 씨

손수연 씨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으로, 'SK케미칼 애경 가습기살균제 1·2단계 피해자 모임'의 대표입니다. 이번 특별기고는 지난 12일 열린 '죽음, 파괴된 삶, 지속되는 고통' 산재사망·재난참사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에서 손수연 씨가 발언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 편집자 주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돼 현재까지 사망자가 1500명에 이르는 전대미문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돼 현재까지 사망자가 1500명에 이르는 전대미문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안녕하세요. 저는 SK케미칼이 공급하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하고 폐 손상 피해를 입은 아이의 엄마입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너무 오래 됐고, 가해기업도 처벌받은 것 같고, 다 끝난 문제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피해조사 과정도, 피해보상 문제도, 가해기업 처벌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돼 현재까지 사망자가 1500명이 넘었으며, 그 피해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청자 중 소수는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를 인정받아 치료비와 장례비 등을 지원받고 있지만, 피해자들 전체 수에 비하면 그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고, 미흡합니다.

무엇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가장 큰 문제는 1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심각한 참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조사 과정이 매우 미흡했다는 것입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의 문제가 알려지고 피해자들은 2012년 제조·판매사들을 형사고발했습니다. 이후에 2차, 3차 형사고발을 했지만, 검찰은 3년 6개월이 지난 후인 2016년에야 비로소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옥시와 롯데만 형사처벌을 받았고, 가습기살균제를 세계 최초로 제조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흉인 SK케미칼은 기소조차 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조사 과정이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산재사망, 재난참사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노동건강연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산재사망, 재난참사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노동건강연대

2019년 피해자들은 다시 한 번 가해기업에 대해 재수사 형사고발을 해, 드디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함께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알려지고 10년 만에 잡은 기회입니다. 15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살인기업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또한 원료를 제공한 SK케미칼뿐 아니라, 판매한 기업은 옥시, 롯데, 애경, 홈플러스, LG, 이마트, 다이소, GS리테일 등 많은 기업이 있습니다. 모두 그 죗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LG화학은 최근 인도 공장 독가스 누출 사고로 많은 인명피해를 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현지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과 대책 마련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에서도 LG화학은 국내에서 옥시, 애경 다음으로 가습기살균제를 많이 판매한 기업입니다. 그런데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이 인도 공장 독가스 누출 사고에 대처하는 자세를 보며,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LG화학과 같은 반복되는 사고와 그에 따른 소극적인 사태 해결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은 많은 가해기업들을 철저히 조사해서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합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참사입니다. 흡입 독성 실험을 제대로 하지 않고 오로지 기업의 이윤만을 추구하고 소비자의 안전에는 무관심한 가해기업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화학물질로부터 좀 더 안전한 미래가 마련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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