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창간한 베이비뉴스가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아동과 양육자의 권리를 더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설계해야 할까요. 각계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베이비뉴스 창간 10주년 기념 연속 특별기고를 통해 ‘육아의 미래’를 전망합니다. - 편집자 말
"당신이 10개월을 임신했으니 10개월은 내가 키울게!"
2017년. 혼인신고를 하고 5개월 만에 아기 천사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임신 소식에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걱정에 가득 찬 눈빛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다섯 살 연하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앞으로 10개월은 많이 힘들 테니, 출산하고 10개월은 내가 전담해서 다 키울게!" 겁도 없이 그 말 한마디만 믿고 출산을 다짐했다.
임신기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입덧지옥'이라는 말이 생겨난 걸까? 나는 병원에서 출산하는 날 아침까지 입덧을 했다. 입덧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25kg이나 체중이 증가했다.
배 속에서 점점 커져가는 아이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엎드려 자는 것이 소원이 될 정도로 늘 편한 자세를 찾아 배를 잡고 한 쪽으로만 기울여 잠이 들었다.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변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다행이었던 것은 임신은 내가 했지만,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출산 전 남편으로부터 10개월의 ‘풀타임 육아’ 약속을 받았으니, 임신과 출산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나'를 돌보는 데 집중했다.
남편은 정말 멋지게 육아를 했다. 분유의 온도를 정확히 재고, 양을 맞추고, 트림을 시켰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처럼 능숙하게 목욕을 시켰다. 잠을 못 자고 있는 아이를 밤새 보듬어주었다. 그렇다. 나는 축복받은 엄마다. 남편이 학생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통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아빠'의 존재는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밤에 늦게 들어오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아빠를 ATM이라고 부를 정도로, 얼굴을 맞대고 식사하거나 얘기하는 시간보다 돈을 벌어오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의 육아에 대한 편견과 제도에 기인한다.
특히 남성에게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보장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 물론 여성의 경우도 넉넉히 제공받지는 못하고 있다 - 아빠들은 아이가 평생 가져갈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함께 만들어나갈 기회조차 얻을 수가 없었다.
◇ 육아휴직 보장 강화로 부모 함께 양육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나는 지난해 20대 국회에서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라떼파파법'을 대표 발의했다.
한 손에 카페라떼를 들고, 한 손으로 유아차를 밀고 한낮에 거리를 거니는 북유럽의 아빠들처럼, 부모가 출산을 할 경우 남ㆍ여 각각 3년간의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육아휴직 대상 자녀의 나이를 10세로 규정해 남성과 여성이 차별 없이 육아휴직을 보장받게 하는 법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통계상 2010년부터 2017년까지 0세부터 7세까지 자녀를 둔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남성 1.6%, 여성 38.3%에 불과하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임신과 출산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입사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인사상의 불이익, 퇴사를 권유받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동시에 현재 영유아를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지원되는 보육료를 각 가정에 가정양육수당으로 제공해, 가정에서 영유아를 돌보더라도 육아와 생계가 가능하도록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함께 제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2세 이하 영아 보육시설 이용률이 53.4%로, OECD 34개국 중 평균 33.2%보다 20% 이상 높다. 가정에서 양육하는 영유아에 지원하는 가정양육수당이 표준보육비용이 비해 훨씬 적어,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가정이 아닌 보육기관에서 자라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법안들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21대 국회에서 부모의 육아휴직을 더 강력하게 보장하는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 저출생 시대에 일과 양육 사이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 가정에 지원을 확대하고 부담을 덜어주길 기대한다.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확산됨에 따라 많은 학자들은 '포스트 코로나'와 '뉴노멀'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돼 가족과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재택근무라 하더라도 여전히 가정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갓난아이를 돌볼 시간, 어린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소통할 시간은 부족할 것이다.
부모 각각의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여 공동으로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더 나아가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양육하고, 이 행복한 가정이 대한민국 사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는 여성이 낳지만, 육아는 모두가 할 수 있는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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