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교육에 '나중에'란 말은 없습니다
차별 없는 교육에 '나중에'란 말은 없습니다
  • 기고=박정경
  • 승인 2020.09.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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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특별기고 ‘육아의 미래’⑧] 박정경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대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창간한 베이비뉴스가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아동과 양육자의 권리를 더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설계해야 할까요. 각계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베이비뉴스 창간 10주년 기념 연속 특별기고를 통해 ‘육아의 미래’를 전망합니다. - 편집자 말

박정경 작가는 “이번 그림책 작업에 참여한 장애아동 엄마들이 자기 스스로 인식이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박정경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대표. ©베이비뉴스

2020년 5월 코로나19가 정점을 찍던 어느 날, 아이들은 학교에 못 가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고, 모든 것이 멈춘 것 같던 그때, 제주도 발달장애 아동 부모 모임 온라인 카페 ‘제주아이 특별한아이’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지금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가요?’

제주특별자치도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발달장애 아동 부모가 느끼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였다. 공공기관 담당자가 직접 질문을 한 것이니, 회원들의 답변 반응도 좋았다. 2020년,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는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까? 아이 키우기에 앞으로 무엇이 개선되길 바랄까?

◇ 집 가까운 유치원 보내고 싶은 마음, 장애아 부모라고 없을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다 보니 제일 관심이 많은 부분은 역시 교육이다. 그중 미취학 장애 유아의 특수교육 문제는 항상 제일 먼저 언급되곤 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3조의 내용은 이렇다.

"제3조(의무교육 등) ①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하여는 교육기본법 제8조에도 불구하고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및 고등학교의 과정의 교육은 의무교육으로 하고, 제24조에 따른 전공과와 만 3세 미만의 장애영아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②만 3세부터 17세까지의 특수교육대상자는 제 1항에 따른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의무교육을 받아야 할 만 3세 영유아들이 특수교육을 받을 기관은 턱없이 부족하다. 제주시 병설 유치원 특수학급은 2020년 기준 현재 10학급이다. 2021년에는 2학급이 늘어 12학급이 될 예정이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 유아는 특수교육 대상자에 선정되지 못하여,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치료비 지원 서비스나, 치료서비스, 순회교육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는 특수교육 대상자인 장애 유아가 특수교육기관으로 지정된 유치원과 그렇지 않은 어린이집 중 어디에 다니는지에 따라 교육지원이 달라지므로 명백한 차별이다. 또 유치원은 교육청 담당, 어린이집은 시청 담당이어서 이원화 체제로 관리됨에 따라 장애 유아의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고 있지 않은 것도 큰 문제점이다. 

특히 제주도는 지난 2017년 병설 유치원에 만 5세반 정원을 대폭 늘리는 정책을 취한 바 있다. 그래서 어린이집의 만 5세 반이 점차 사라지며 장애 유아가 갈 수 있는 교육기관은 더 줄어드는 실정이다. 

지난 7월 7일 베이비뉴스 취재진이 제주의 한 발달장애 아동의 하루를 동행했다. 아이를 업고 가는 엄마.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7월 7일 베이비뉴스 취재진이 제주의 한 발달장애 아동의 하루를 동행했다. 아이를 업고 가는 엄마.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더 심각한 것은, 제주도 내 사립 유치원 중 특수학급이 있는 유치원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이다. 장애 아동 부모가 바라는 것은, 집 가까운 교육기관에서 아이에게 맞는 개별화 교육을 지원받는 것이다. 그러려면 집 근처 유치원에 특수학급이 설치돼야 하고, 장애통합어린이집도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특수보육교사 수급이 어려워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곳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특수보육교사의 처우도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 특수보육교사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아이에게 맞는 개별화 교육지원도 가능하다.

또한 지금처럼 장애 영유아가 두 명 이상 있어야 장애 통합반 운영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아닌, 단 한 명뿐이라도 장애 통합반이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2020년의 장애 아동 부모는, 아이를 보내고 싶은 교육기관에 보내고, 비장애 아동과 차별 없이 교육받길 바란다.

◇ 장애 학생 돌봄 문제, 비장애 학생보다 더 치열하게 다뤄져야

장애 학생의 돌봄은 비장애 학생보다 더 필요한데도 늘 번외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장애 학생의 돌봄이 제대로 안 되는 이유는 이렇다. 장애 학생을 돌보려면 인력이 추가로 필요해서, 장애 학생 돌봄 인력을 수급하기 어려워서, 장애 학생의 돌봄 수요가 없어서. 이유가 많아 보이지만 사실 같은 문제다. 

초등 돌봄교실은 돌봄 교사 1인당 돌봐야 할 학생 수가 20명가량 된다. 여기에 장애 아동까지 있으면 당연히 혼자선 힘들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돌봄을 신청한 장애 아동의 부모에게 “돌봄이 힘들 것 같으니 그만두라”고 이야기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최근에는 사정이 나아져서 장애 학생이 돌봄을 신청하면 추가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교육청이 발표했다. 그런데 문제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애 학생을 돌봐줄 인력을 채용하는 일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장애 학생을 돌보는 일은 대부분 자원봉사자가 하는데, 세 시간으로 제한되어 있고, 인건비는 대략 2만 원 선이다. 처우가 좋지 않으니 직업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 상황에 누가 적극적으로 하려고 나서겠는가? 

또한, 이 때문에 장애 학생은 돌봄을 더 받고 싶어도 지원 인력이 근무할 수 있는 세 시간이 지나면 돌봄 교실에서 귀가해야 한다. 학생이 우선되는 것 아닌, 시스템 우선이 아닌가? 

세 번째, 장애 학생 돌봄 수요가 없다는 것은, 돌봄의 질이 낮아서 수요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유치원에서도 나타난다. 제주도 유치원의 경우 유치원 일과 시간이 끝나면 오후에는 방과 후 교실이 시작된다. 이때 장애 학생을 위한 추가 인력이 없다면 장애 학생은 방과 후 교실을 이용하기가 힘들다. 

한 발달장애 아동의 집에 꽂혀 있는 장애 관련 책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 발달장애 아동의 집에 꽂혀 있는 장애 관련 책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020년, 코로나19 때문에 긴급돌봄이 시행됐다. 모든 학교가 장애 학생 돌봄을 시행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제주도에서 모자가 유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난 후 긴급돌봄이 확대 시행됐다. 

그런데 긴급돌봄을 이용한 장애 학생의 부모가 ‘학교 다닐 때보다 나는 지금이 훨씬 더 좋아’라고 이야기해서 놀란 적이 있다. 더구나 그런 말을 한 장애 학생의 부모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평소보다 학생 수가 적으니 (10명 내외) 장애 학생에게 더 신경 써줘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만을 보아도, 장애 학생의 돌봄은 질적으로 확실하게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돌봄은 학교 안에서 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 밖 돌봄에서도 장애 학생은 차별을 받고 있다. 학교 밖 돌봄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마을학교, 지역아동센터, 다함께 돌봄센터 등 다양한 돌봄 기관이 있다. 하지만 마을학교는 장애 학생의 경우 보호자가 동반하여 이용해야 하며, 지역아동센터는 지원 체계상 지적장애나, 경계선 장애 정도의, 장애가 심하지 않은 아동이나 이용이 가능한 실정이다.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장애 학생 1인당 비장애 학생 1.5인으로 인정한다. 이 시스템은 장애 학생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고자 하면 특수교사나, 인력을 지원하는 체계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다함께 돌봄센터는 보건복지부에서 틈새 돌봄의 일환으로 새롭게 만들고 있는 돌봄서비스인데, 2020년 7월 15일자 에이블뉴스의 ‘다함께 돌봄센터 이용 장애 아동 27명에 불과’라는 기사에 의하면, 전국의 236곳의 다함께 돌봄센터 중 장애 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센터는 16곳에 불과하며, 장애 학생의 이용률이 2%에 그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더군다나 이런 돌봄시스템이 빈틈이 없다 하여, 초등학생은 2018년 발달장애인 평생 종합케어 대책의 돌봄 바우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정작 필요한 돌봄은 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니, 초등학생까지 돌봄 바우처 제도가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 학생의 돌봄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아이를 부모가 돌보느라 경제활동을 못 하고 그로 인해 경제적으로 삶이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장애 아동 돌봄의 부담을 부모가 온전히 안고 가지 않았으면 한다.

◇ 장애아이 가족의 마음마저 돌보는 세심한 정책 이행되길

활동지원사와 함께 오름 나들이를 간, 박정경 대표의 아들 건하 군.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활동지원사와 함께 오름 나들이를 간, 박정경 대표의 아들 건하 군.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장애 학생이 받는 치료 지원 액수는 교육청에서 치료 지원 서비스로 월 12만 원, 발달 재활 바우처로 월 22만 원 정도다. 장애 아동은 치료를 일찍 시작할수록 경과가 좋으며, 아이의 기능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영유아기 시기에는 더 많은 치료가 필요하다. 

장애 아동은 감각통합치료, 언어치료, 놀이치료, 인지 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받으며 유기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때문에, 치료 비용만 해도 월 70만 원은 훨쩍 넘는다. 이는 장애 아동을 돌보느라, 경제 활동을 못 하는 보호자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장애 아동이 필요한 치료를 꼭 받을 수 있도록 지원 금액이 늘어나길 바란다. 또한, 장애 아동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비하여 꼭 치료뿐만이 아닌, 운동, 교과 공부, 한글 떼기 등 다양한 곳에 지원금을 쓸 수 있길 바란다.

장애 학생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대부분 치료를 받으러 간다. 장애인복지관이나 사설치료기관을 이용하는데, 치료의 종류에 따라 적게는 두 곳, 많게는 서너 곳까지 다닌다. 치료 기관이 한곳에 모여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장애 학생은 본인에게 맞는 치료사를 찾아 ‘순회’를 다닌다. 장애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부모는 하루를 몽땅 길에서 보내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이 치료를 학교에서 믿을 만한 치료사에게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개별 치료까지는 힘들더라도 나이별 그룹 치료는 가능할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작년 겨울,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초등저학년 그룹 치료 프로그램 ‘스스로 학교’에 참여하려는 장애 학생이 정원의 세 배나 많아 제비뽑기로 학생을 선발했다. 

스스로 학교 정원은 여섯 명인데, 이 여섯 명 안에 운이 좋아 선발됐다면 다행이지만, 제비뽑기를 못 해서 선발되지 못한 장애 학생의 부모는 또 자기 때문에 아이가 교육의 기회를 놓친 것 같다며 자책한다. 이런 아쉬움을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학교별로 힘들다면 거점 학교를 지정해서라도 말이다.

무엇보다, 장애 아동 가족은 힘들다. 부모는 장애 아동을 키우느라 힘들고, 장애 아동의 비장애 형제는 나름의 고충이 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장애 형제를 비하하여 놀리기도 하고, 집에서는 장애 형제만을 신경 쓰는 부모에게 사랑을 갈구한다. 또 장애 형제가 가정에서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리치료는 장애아동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장애 아동의 비장애 형제 자매가 건강한 마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심리지원 서비스가 제도화한다면 좋겠다.

◇ 세상의 변화보다 아이가 더 빨리 자란다… 부모가 적극적 목소리 내야 

제주아이 특별한아이가 주관한 발달장애인 부모교육.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제주아이 특별한아이가 주관한 발달장애인 부모교육.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장애 아동은 성장하면서 식욕 조절이 어려워 비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요인은 성인병으로 이어지거나 사회에서 장애인이 두렵거나 혐오의 존재로 인식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만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도록 식이조절 프로그램이나, 체력증진 등 지속해서 관리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제주도에는 수영장에 장애인이 가족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탈의 시설이 없다. 장애인 부모가 수도 없이 수영장에 가족 탈의실을 마련해 달라고 도에 건의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수영장 탈의실은 동성만 동행할 수 있으므로, 장애인과 보호자가 성별이 다를 경우 탈의와 샤워를 도와줄 수 없기에 수영장은 이용이 불가하다. 시설 마련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밖에도 코로나 19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인 장애 학생 중 마스크를 쓰기 어려워하는 경우의 대책, 온라인 수업이 도저히 힘든 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대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장애아이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은 끝이 없었다. 장애 아동을 키우기에 점점 사회가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그 속도보다 우리 아이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 

아이를 다 키운 다음에 나아지는 것은 육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개선돼야 함이 마땅하지만,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이가 성장하기 전에,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춘 제도의 개선, 사회 환경의 변화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관심도 필요하겠지만, 장애 아동 부모의 목소리도 필요할 것이다.

불편한 것은 드러내고, 이야기해야 개선된다. 장애 아동의 부모도 아이를 위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로 힘차게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함께하면 그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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