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안 하려고 버텼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어요”
“이혼 안 하려고 버텼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어요”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9.08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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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혼시뮬레이션」의 저자 조혜정 가사사건 전문변호사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난달 26일, 「이혼시뮬레이션」(나무발전소, 2020년) 저자 조혜정 변호사를 서울시 양재동 변호사조혜정법률사무소에서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26일, 「이혼시뮬레이션」(나무발전소, 2020년) 저자 조혜정 변호사를 서울시 양재동 변호사조혜정법률사무소에서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제가 이런 데 와서 상담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안 했어요.’ 가정문제로 법률상담을 하러 오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결혼할 때는 누구나 행복할 거라는 환상을 가지니까. 불행한 결혼생활에 대해 막연히 걱정을 할 수도 있지만 누구나 ‘나는 예외’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혼시뮬레이션」 3쪽)

"이혼은 교통사고나 벼락을 맞는 것처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난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일 뿐이다.”(「이혼시뮬레이션」 279쪽) 

「이혼시뮬레이션」(나무발전소, 2020년)은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률문제에 대한 질문과 그 답을 명쾌하게 담았다. 저자 조혜정 변호사(변호사조혜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가사사건 전문변호사로 일하면서 ‘조혜정 변호사의 사랑과 전쟁’,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한 칼럼과 결혼과 이혼, 가족 문제 등에 대해 수많은 상담을 통해 생각을 정리한 원고를 모아 지난 7월 책으로 내놨다.

조 변호사는 질의응답 형태로 개인 상황에 맡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질문에 대한 법률적인 답변에만 그치지 않고 인생 선배로서의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조 변호사를 서울시 양재동 변호사조혜정법률사무소에서 만나 수천 건 이혼과정에 참여한 가사법 전문가이자 인생 선배로서 ‘결혼과 이혼’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 이혼에 대한 시선… “세상이 바뀌었다”

Q.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이혼한 사람에게는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요, 이혼에 대한 시선 어떤가요?

“젊은 분들은 부정적인 시선이 덜한 편입니다. 간혹 ‘어려운 상황에서 이혼 안 하고 왜 버텼냐’고 물으면, ‘저희 부모님이 이혼해서 저는 안 하려고 했어요’ 하더라고요. 딱하죠. 부모 이혼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말이 안 되는 상황인데도 이혼 안 하려고 버텼다는 얘기 들으면 슬픕니다. 나이든 분들은 그게 무서워서 30~40년 살고 그러죠. 제가 2005년에 가사사건을 시작했어요. 16년짼데 그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죠. 그때는 여자분들이 와서 ‘이혼 왜 안 하냐’고 하면, ‘부모님이 그 집안 귀신이 되라고 하셔서’라고 했어요. 요즘은 그런 부모님들 없어요. 여기 앉아 있으면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피부로 실감합니다.”

Q. 다양한 이혼 사유가 있겠지만 ‘육아’로 인한 이혼 청구 사례도 있을까요?

“아이를 낳으면 여자들은 부부사이가 좋아진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일단 아내의 관심이 아이한테 가니까 남편이 소외감을 느끼죠. 이 상황에서 남편이 현실을 따라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다툼이 많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성격이 까탈스러운 남편은 아이로 인해 집안이 어질러진 상황을 참지 못하기도 하고요, 물론 ‘소수와 문명 개화된 특별한 남자들’이 육아를 잘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나 실제 그런 분은 많지 않아요. 내 남편이 그러면 나는 행운이라 생각하면 됩니다(웃음).

남녀가 자라는 과정에서도 차이가 있어요. 아무리 부정해도 여성은 남을 돌보도록 가정과 사회, 문화적으로 체화되면서 자라요. 남자들은 그걸 받도록 사회화가 돼 있습니다. 한순간에 바뀌지 않아요. 일종의 문화지체현상이 일어난다고 보면 됩니다. 또 아이를 낳고 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니까 각방을 쓰게 되고, 그러면서 부부관계가 단절돼 사이가 나빠지기도 해요.”

Q. 그래서 임신과 출산을 계기로 부부관계가 소원해지고 남편의 외도로 이어져 이혼상담을 하게 되는 거군요?

“상담해 보면 남편 외도의 첫 번째 시기가 임신·출산 시기입니다. 황당하죠? 그런데 객관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남녀소통이라고 하는 게 의사소통, 감정교류, 성적교류가 있어요. 연애해서 결혼하고 신혼초기 행복하잖아요. 임신으로 인해 남자들은 단절된다고 느껴요. 여자들은 남편이 나를 전적으로 돌봐주겠지 생각하는데, 남자들도 예전처럼 아내가 돌봐주길 바라다 보니 충족이 안 돼요. 남편 입장에서는 단절됐다는 생각에 이 상황을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만 좋아해 주는 상대를 찾아 밖으로 나가게 돼요. 보편적으로 외도가 일어나는 제1시기죠.

여자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냉정하게 생물학적으로 남편들이 그럴 수밖에 없다는 면을 이해해야 해요. 긴 인생에서 넘어가는 게 맞아요. 그때 끝을 내버리면 현명하지 못한 거죠. 제가 꼰대인가요? 이혼 위기 때 저한테 와서 남편을 쥐 잡듯이 잡고 나서 후회하더라고요. 감정의 변화를 여러 번 거칩니다. 그때 봐주고 이해해주고 기다려줄 걸 하고 후회하시는 분들 많이 봤어요.”

Q. 그러면 이런 문제를 여성들이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무엇보다 이런 객관적 상황을 이해해야 해요. TV 드라마나 영화에 이상적인 남편상이 너무 많이 나와요. 내 남편이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그 기대 수준이 너무 높은 것 같아요. 남녀가 결혼 전에 생애주기에 대한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힘듦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어느 정도 지나면 끝나는데 그 상황에 진입하면 평생 거기서 못 빠져나올 것 같고 잘 못 견디니까 문제죠. 여자들이 기대를 낮추고 현실을 이해하고 남편과의 차이를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싸우고, 깨져요.”

◇ “아이를 적절한 양육자에게 옮겨 줬을 때 보람을 느낀다”

가사법 전문 조 변호사는 아이를 적절한 양육자에게 옮겨 줬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가사법 전문 조 변호사는 아이를 적절한 양육자에게 옮겨 줬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가사전문 변호사 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땐 언제인가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엄마가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몇 년 전에 정신과 다닌 기록밖에 없고 진단명이 없었죠. 엄마가 양육권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고 있으면 아빠가 양육권을 가져오는 게 쉽지 않아요. 저는 아빠 변호인이었거든요. 아빠를 양육자로 지정받기 위해 대법원까지 가서 겨우 아빠가 아이를 데려가게 됐어요.

데려와서 보니 아이가 엄마의 학대로 인해 정신적 상처를 많이 받은 겁니다. 엄마에 대한 분노가 너무 크고, 사건 끝난 지 3년째인데 지금까지 계속 미술치료, 상담치료를 받고 있어요. 그런데도 계속 엄마가 양육자 변경 신청해서 후속 사건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부적절한 양육자에게서 아이를 적절한 양육자에게 옮겨 줬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이 과정이 굉장히 어렵지만 드디어 애가 잘 자랄 수 있게 됐구나 하고 안심하게 되죠.”

Q.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자녀 성을 바꾸는 문제에 있어 가정법원이 예전보다 까다로워졌다고요?

“2008년 처음 자녀 성(姓) 변경제도가 도입됐어요. 우리 사회가 재혼가정을 알리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회라 초기엔 법원에서도 성을 잘 변경해주는 편이었는데 새 아빠 성으로 바꾼 후 재혼가정이 잘 유지가 안 되고 또 깨지니까, 애들 성이 애매해지기 시작했어요. 이런 문제가 발생하니 최근에는 법원에서 성을 잘 안 바꿔주려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잘 안 바꿔주는 게 맞다고 봐요. 궁극적으로는 재혼가정이 흠이 안 되는 사회가 되는 게 맞지 않을까요.”

Q. 양육비와 관련해서도 책에 소개된 사례가 있었는데요, 과거 양육비도 청구가 다 가능하다고요?

“고민하지 마시고 양육비이행관리원으로 가시면 됩니다. 양육비에 관해서는 법원이 소멸시효를 일반적인 채권과 다르게 정하고 있어요. 우리 법원이 양육비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양육비 지급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돼야만 소멸시효 진행이 시작된다고 하거든요.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적이 없다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받을 수 있고 아이가 다 커서 어른이 된 다음에도 받을 수 있어요. 굉장히 특이한 제도죠. 그만큼 특별히 법원에서 양육비를 받게 해주려고 하고 있어요.”

◇ “낮은 위자료… 부양 안 한 대가와 경제공동체 파괴에 대한 보상 더해져야”

조 변호사는 "어린 아이가 있는데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 위자료에 아빠의 부양 안 한 대가와 경제공동체 파괴에 대한 보상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조 변호사는 "어린 아이가 있는데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 위자료에 아빠의 부양 안 한 대가와 경제공동체 파괴에 대한 보상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가사사건을 다루면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위자료를 좀 높였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의 위자료라고 하는 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만을 말해요. 대부분 이혼하면서 받는 돈을 뭉뚱그려 위자료라고 생각하는데 돈은 재산 분할과 위자료 두 가지가 있어요.

우리나라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이 낮은 편이에요. 사망으로 인한 위자료도 1억 원이거든요. 불행한 결혼으로 받은 고통은 수십억을 받아도 부족하다고들 말씀하시지만 현실적으로는 최근 판결 중에 하나를 예를 들면요, 할머니가 40년 동안 폭력적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살았는데 위자료 4500만 원 나왔어요. 남편 심하게 외도해도 위자료 3000만 원밖에 안 나와요. 위자료 너무 적습니다.

어린 아이가 있는데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게 되는 경우, 젊은 엄마들이 애 키우느라 한동안 경제활동을 못 해요. 이 부분에 대한 보상이 위자료의 형태로라도 참작이 돼야 하지 않겠어요? 대략 경제활동을 3년 못한다고 하면 9000만 원 정도는 더 줘야 아이 양육을 제대로 할 수 있고, 위자료에 대한 부담을 느껴야 바람도 안 피우지 않을까요? 아빠들이 부양하지 않는 대가를 따로 산정하고 경제공동체 파괴에 대한 보상이 포함돼야 합니다.”

Q. 안 하면 좋겠지만 이혼을 고민 중이라면 결정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어떤 게 있을까요?

“자립할 수 있느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자립이 어렵다고 하면 나를 도와줄 사람이 부모나 형제 중에서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혼은 현실입니다. 돈 중요해요. 열 받아서 이혼한다 이런 건 안 됩니다. 그런데 폭행, 폭언하는 남편이라면 자립 가능성이 낮더라도 이혼해야 해요. 일단 이혼하고 자립은 도움받아 가면서 나중에 해야죠. 그 외에는 자립 가능성부터 생각하고 이혼하는 게 맞습니다. 폭언, 폭행으로 인해 자신의 정신이 파괴되고요, 회복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부터 끊어내야 합니다.”

Q. 끝으로 선배 엄마로서 임신·출산, 육아로 힘들어하는 임산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응원을 보냅니다. 저도 그때가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 날 것 같습니다. 해주고 싶은 얘기는 힘든 게 영원하지 않다는 거예요. 지나갑니다. 그때는 영원히 갇힐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지나가고, 그 경험으로 자기가 성장한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분명 힘든 건 맞지만 성장하고 기쁨을 얻는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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