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겐 아픈 말, 세상엔 필요한 말 ‘장애인’ 
부모에겐 아픈 말, 세상엔 필요한 말 ‘장애인’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0.11.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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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나쁜 말이 아닙니다, 숨어 쓰지 마세요 

‘장애인’, ‘장애’. 나쁜 말인가? 물론, 비하하는 말로 변형되어 쓰일 때면 가슴 아플 때도 있지만, 장애라는 단어 자체는 나쁜 말이 아니다. 오늘은 장애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이 글을 시작한다.

장애 형제·자매를 둔 일곱 살 아이들을 모아놓고 심리지원 수업을 할 때의 일이다. 내 수업은 대단한 것 없다. 장애 형제를 유난스럽게 강조하지 않고, 이런 형제를 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미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전부다. 

장애인은 가정에 흔히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장애 형제를 둔 아이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내거나, 고민의 한끝을 공유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단기간에 이루어지지도 않고,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의 문제로 걱정하거나 고민하는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 “우리 오빠는 말을 잘 못 하는데… 장애인인가요?”

어느 날이었다. 일곱 살 꼬맹이들이 모여 오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이게 정말 나일까?」를 읽은 후, 나를 주인공 삼아 ‘이게 정말 나일까’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이 바라보는 내 모습을 그리거나 글로 써서 표현하는 수업이었다. 그때, 한 아이가 말했다.

“우리 형은 장애인이야. 그래서 말을 잘 못 해.”

아마 아이는 ‘형이 생각하는 내 모습’을 그리려다가 주저했을 테다. 평소 자폐증이 있는 형이 말을 거의 하지 않으니 형의 생각을 알 수 없었기에 고민이 시작된 듯했다.

다른 남자아이가 말했다.

“어? 너희 형도 말을 잘 못 해? 우리 누나는 말을 하긴 하는데 잘 못 해. 그게 뭐냐면, 말을 하는데, 따라 하거나 이상하게 말하거나 그래. 너희 형도 그래?”

“응, 우리 형도 엄마, 아빠 같은 건 하는데 말을 잘 못 해.”

“맞아, 그런 사람들도 있다고 했어. 그런데 우리 누나도 장애인이야. 우리 누나는 가끔 내가 잘 때 깨물어. 그래서 아파. 너희 형도 막 깨물고 그래?”

“아하하, 우리 형은 깨물지는 않아. 때리지도 않고 그냥 그래.”

이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여자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선생님, 얘네들 형이랑 누나가 장애인인가 봐요? 선생님 집에도 장애인이 있어요?”

“으응, 장애인이 같이 사는 집도 있고, 같이 살지 않는 집도 있어. 선생님 아버지는 일하시다가 무릎을 다쳤는데 치료를 해도 다리가 조금 불편해서 몇 년 전에 지체장애인이 되셨어. 너희 집에는 장애인이 없니?”

“아, 선생님, 우리 집에는 장애인이 없어요. 그런데 우리 오빠도 말을 잘 못 하고, 가끔 이상하게 말하고 그러는데…. 우리 오빠도 장애인이에요?”

나는 뭐라 말해야 할지 망설였다. 아이의 오빠는 경계선의 장애가 있는 아이였는데 최근에 복지카드가 나왔다는 말을 언뜻 들은 것 같았다.

“음,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내가 되묻자, 아이는 한참 고민하더니 말했다.

“선생님, 우리 오빠도 장애인인 것 같아요…. 장애인이면 어떻게 돼요?”

“장애인이라고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어. 그냥 네가 좋아하는 너희 오빠고, 엄마 아빠의 사랑스러운 아들이지. 오늘 엄마랑 아빠랑 이야기를 나눠보겠니?”

“네, 그게 좋겠어요.”

똘망한 일곱 살 여자아이는 눈물이 쏟아질 듯한 눈망울을 이내 감추고 책을 만드는 일에 다시 집중했다.

◇ ‘장애’는 아이의 상태 가장 경제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

"‘장애인주차구역’에 제가 차를 대면 딸이 뭐라고 해요. 엄마, 거긴 장애인들이 차 대는 곳이야라고. 그럴 때마다 갈등했어요. 딸은 제 오빠가 장애인인 걸 아직 몰라요." ⓒ베이비뉴스
"‘장애인주차구역’에 제가 차를 대면 딸이 뭐라고 해요. 엄마, 거긴 장애인들이 차 대는 곳이야라고. 그럴 때마다 갈등했어요. 딸은 제 오빠가 장애인인 걸 아직 몰라요." ⓒ베이비뉴스

아이들의 미술 수업이 끝나고 부모와 상담시간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전달하고,  왜 큰아이의 장애를 둘째에게 감추어 왔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언젠가 제가 이야기할 생각이었어요. 아이들이 이렇게 빨리 이야기를 나눌 줄 몰랐어요….”

엄마는 딸아이처럼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이의 엄마는 말을 이어갔다.

“치료실에 들어오면 ‘장애인주차구역’ 표시가 있어요. 제가 그곳에다 차를 대면 딸아이가 뭐라고 해요. ‘엄마 그곳은 장애인들이 차를 대는 곳이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그곳에 대야 한댔어. 엄마 오빠랑 나는 걸을 수 있으니까 그곳에 차를 대면 안 돼’ 이렇게 매번 이야기하거든요. 그럴 때마다 갈등했어요.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딸아이는 오빠가 장애인인 걸 아직 잘 몰라요.”

나는 되물었다.

“어머니가 생각하는 ‘장애인’은 어떤 느낌인가요?”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엄마는 말을 더 잊지 못했다.

아마 그랬으리라. 장애인은 모두 불쌍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 내 자식이 그렇다면, 나중에 부모가 죽은 후에 행여나 불행한 삶을 살진 않을까 내내 불안했으리라.

언론에 비친 장애인은 늘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었다. 특히 발달장애인은 시설에 욱여넣다 보니, 우리는 마을에 함께 사는 장애인을 흔히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장애인’은 아이의 상태를 가장 객관적으로 설명해주는 경제적인 용어일 뿐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왜 아이가 ‘그런지’라고 궁금한 표정으로 쳐다본다면, 혹은 대놓고 물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말은 2년 정도 지체되어있고, 아직 또래에게 관심을 보이지는 않아요. 운동발달은 정상이라고 하는데, 불안이 높은 날은 소리를 내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하기도 해요”라고 이렇게 아이를 설명하기는 사실 많이 피곤하다. 

그냥, “우리 아이는 발달장애가 있어요” 이 한마디면 끝난다. 그 이후 부연설명은 부모가 할 수도 있고, 상대방이 정보를 검색하거나 아이를 관찰해서 알아볼 수 있다. 부끄럽거나, 몰래 사용해야 할 단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엄마가 되물었다.

“그럼, 어떻게 ‘장애인’을 소개하는 것이 좋을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엄마도 충격이고, 아이도 충격인 것 같아서 조심스러워요.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수용하기 힘든 일도 있어요.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도 늘 존재해왔고요. 그렇지만 스트레스는 긍정적인 역할도 많이 해요. 좀 더 단단하고 여문 내가 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 스트레스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별거 아닌 것처럼’ 대하세요. “응, 네 오빠는 장애인이야. 말과 생각이 조금 다르고 느려서 ‘발달장애인’이라고 불러. 그렇지만 네 오빠인 것은 변함이 없고, 엄마 아빠의 자랑스러운 아들인 것은 달라지지 않아. 발달장애인은 생각이 조금 독특하고 달라서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거지 나쁜 것은 아니야’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 ‘장애’라는 단어에 매몰되지 말고 아이만 생각하라 

장애라는 단어는 세상에 꼭 필요한 단어. 그러니, 단어가 주는 고통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시라고, 장애아 부모들에게 말하고 싶다. ⓒ베이비뉴스
장애라는 단어는 세상에 꼭 필요한 단어. 그러니, 단어가 주는 고통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시라고, 장애아 부모들에게 말하고 싶다. ⓒ베이비뉴스

입학 상담 철이 돌아왔다. 장애통합교육기관임에도 비장애아 대기자는 보이질 않고, 겨우 네 명 모집하는 장애아 대기만 수십 번대를 달린다. 장애아 보육료 지원 여부를 묻는 칸에 ‘미대상’이라고 표기된 아이의 부모와 전화 상담을 해보면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한다.

“말은 느려서 언어치료를 받고 있고, 아직 사회적인 상호작용은 어렵지만, ‘장애인’은 아니에요.”

그 마음이야 왜 모르겠는가.

“그래서, 아이가 15명 한 반에 들어가도 소외되거나 방치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 정도인가요?”

수화기 너머 무거운 대답이 들려온다.

“…아니요. 그렇지만 장애아반은… 불편해요. 조금만 도와주면, 내 아이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맞다. 그 ‘조금만 도와주면’이 장애아보육료를 받는 장애아반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부모는, ‘장애’라는 단어가 고통스럽기만 한 모양이었다.

나는 이 시기 부모들이 ‘장애’라는 단어에 매몰되지 않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고, 이것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내 아이에게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 있을까?’

언젠가 독일의 ADHD학교 동영상을 본 적 있다. 우리네 교실처럼 네모난 책상에 네모난 의자에 앉아서 주리를 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몇몇은 짐볼 위에 앉아 정신없이 몸을 흔들어 대면서 수학수업에 참여하고, 몇몇은 자전거를 타면서 수업을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별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특별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뿐이다. 세상이 변해서, 인식이 변해서 내 아이도 특별한 지원을 받으면 아무 문제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장애’는 누군가에게는 가슴 아픈 단어지만, 행정상 이처럼 편리한 단어가 없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세상이 그래서 다양해야 한다고, 1명의 장애인을 위해 99명의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더 다양하게 생각하게 도와주고, 마음은 따뜻하게 해주는 단어라고. 어떤 게 공평한 삶인지 비장애인들에게 늘 고민하게 하는 고마운 단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겠다. 그만, 단어가 주는 고통에 갇혀있지 말고.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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