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 아동정책 시스템 개혁의 계기 될 것"
"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 아동정책 시스템 개혁의 계기 될 것"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3.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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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 제정 나선 김상희 국회부의장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김상희 부의장을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 본관 국회부의장실에서 만나 대표발의한 '특별법'과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상희 부의장을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 본관 국회부의장실에서 만나 대표발의한 '특별법'과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의 출발은 단기간에 제출된 미봉책이 아닌, 아동이 남기고 간 흔적을 샅샅이 살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범정부 차원의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를 진행해 아동보호체계를 면밀하게 따져봅시다. 대한민국 아동인권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입법 취지와 사안의 중대성, 시급성을 고려해 부디 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와 심의·의결을 부탁드립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병 국회의원)은 ‘양천아동학대 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 제안 설명을 하면서, 머리를 숙여 동료의원들에게 협조를 부탁했다. 지난달 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의 모습이다.

최근 몇년간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전 국민적 공분이 일었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에서 태어난 지 16개월밖에 안 된 정인 양이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사건이 올해 1월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정점을 찍고 있다.

국회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에 나온 이번 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은 여·야 국회의원 139명이 함께 제안했고 김 부의장이 대표발의 했다. 여든아홉 개 시민단체에서 특별법 발의를 환영하고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는 한편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김상희 부의장을,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 본관 국회부의장실에서 만나 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과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를 물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는 등 저출생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을 보여온 김 부의장에게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에 대한 질문도 건넸다.

◇ “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 종합적 아동정책추진체계 시스템 재정비할 것”

김상희 부의장은 본회의에서 특별법 3월 통과를 목표로 당 대표, 원내대표, 상임위 간사 등과 소통하고 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국회의원들도 만나 설득할 예정이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상희 부의장은 본회의에서 특별법 3월 통과를 목표로 당 대표, 원내대표, 상임위 간사 등과 소통하고 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국회의원들도 만나 설득할 예정이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 부의장은 21대 국회가 시작된 후 아동학대와 관련해 전문가·현장·부처 의견을 골고루 들으며 반년 이상 법안 발의를 준비해 왔다. 특히 1월 29일 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온라인 간담회(김상희TV)를 열고 전문가와 시민단체 소속 패널 발표를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 듣는 등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이번 제정안을 완성했다.

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 대표발의 이유에 대해 김 부의장은 “그동안 국회는 중대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터질 때마다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정부도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사건은 오히려 더 많이 발생한다. 제도권의 대응은 한계가 있다는 게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김 부의장은 “그동안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동학대 발생의 근본 원인을 진지하게 분석해 본 경험 없이 개별 사안에 단편적이고 분절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제자리 발걸음만 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2000년 영국에서는 ‘빅토리아 클림비(8살)’라는 소녀가 심각한 학대로 사망한 후, 영국 정부와 의회가 함께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2년간 총 275명을 상대로 조사를 하고 400페이지 보고서를 내놨다. 영국은 이 '클림비 보고서'를 토대로 ‘2004년 아동법’을 제정하고 그에 따라 아동학대대응 시스템을 전면 개혁했다. 

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이 통과되면 한국판 첫 클림비 보고서가 나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김 부의장은 “2018년 이후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 중 여러 유형을 선택해 2년간 한시적으로 대통령 직속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결과 보고서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예방부터 후속 조치까지 아동정책 전체 시스템과 세부적인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촘촘하게 재정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소위 심사과정에서 특별법 원안 변경 우려에 대해, 김 부의장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기간 축소, 소속 변경 등 약간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약간의 변화가 있더라도) 집중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근본적인 인식 전환과 아동보호체계 전환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은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앞으로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심의, 공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본회의 의결 등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 법안 상정 당시 김미애 국민의힘(부산 해운대을) 국회의원이 대체토론에 나서 특별법 대신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의견을 내놓는 등 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 제정에 대해 모든 국회의원이 찬성하는 건 아니다.

이에 대해 김상희 부의장은 “그간 경험상 국회특위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특별법은 보고서에 포함된 대책을 국회와 정부가 이행하는 데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대책 이행까지를 위원회 차원에서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3월 통과를 목표하고 있는 김 부의장은 “당 대표, 원내대표, 상임위 간사 등과 소통하고 있고 김미애 의원을 비롯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국회의원들도 만나 설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어린이집 CCTV 사각지대 없애고 영상 보관기간 늘리는 등 조치 필요”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도 문제지만 최근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도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다. 김 부의장은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에서 4년간 일했다. 누구보다 어린이집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터. 

김 부의장은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에 대해 “너무 화가 난다. 상상할 수 없는 아동학대가 어린이집에서 이뤄졌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보육교사 업무가 가중하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다. 보육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열악한 보육교사 처우 개선과 보육교사 양성 과정에서 자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동시에 필요하다. 보육기관의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어린이집 CCTV 설치와 관련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부의장은 “2015년 어린이집 CCTV 의무 설치를 할 때 너무 인권침해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아동학대가 심각한 줄은 몰랐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린이집이 외부감시나 학부모 감시를 받아들여야 한다. CCTV 사각지대를 없애고, CCTV 열람 조건을 완화하고, 영상 보관기간을 늘리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출생…비용·시간·서비스 제대로 해주고 아이 낳으라고 해야”

김상희 부의장은 아이 기를 비용, 아이 기를 시간, 아이 맡길 곳을 제대로 해주고 아이 낳으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상희 부의장은 아이 기를 비용, 아이 기를 시간, 아이 맡길 곳을 제대로 해주고 아이 낳으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 부의장은 2017년 9월부터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2년 간의 임기를 수행했다. 당시 출산율을 상승시킨다는 목표 대신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목표로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하기도 했다.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 왜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게 됐을까. 정부의 어떤 노력과 지원이 더 필요한지 물었다.  

김 부의장은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다”는 사과부터 했다. 0.84명 합계출산율은 그만큼 아이 낳아 키우는 게 힘드니까 아이 키우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포기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김 부의장의 진단이다.

김 부의장도 지난해 손주를 얻었다. 일 년간 옆에서 지켜보니 아이 키우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직장생활 하면서는 아이 돌볼 시간이 부족하고, 안심하고 맡길 곳도 없다는 점도 실감한다고. “비용, 시간, 서비스 이 세 가지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는 게 김 부의장의 분석이다. 그러면서 “비용 지원해 주고, 아이 키울 시간 확보해주고, 믿고 맡길 수 있는 곳 만들어 주고 일자리, 주택 문제 불안 좀 덜어주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김 부의장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있을 때 육아휴직대체급여 상한 250만 원으로 인상됐고, 중소기업 육아휴직 대체근로자 지원 인상, 난임부부 치료비 지원 확대 등 많은 변화를 이끌어 냈다. 그런 가운데 미완에 그쳐 가장 아쉬운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부의장은 “엄마와 아빠 육아기 2시간 근로시간 단축근무 시행 못한 것, 중소기업 근로 여성 육아휴직과 복직 지원 더 확대 못 한 것, 초등학교 1학년 하교 시간 변경하지 못한 것”을 꼽았다.

김 부의장은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대체급여가 나오는데 중소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는 돈만 내고 혜택은 못 받고 주로 대기업 다니는 노동자와 공무원만 받고 있으니 얼마나 억울한 일이냐. 중소기업 노동자 육아휴직 지원을 더 확대하지 못해 굉장히 아쉽다"고 했다. 같이 내고 같이 혜택을 이용할 수 있어야 형평성에도 맞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력단절이 가장 많은 시기인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 어린이집에서도 오후 5시 하원하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적응기라는 이유로 오후 1시경 하교한다. 일찍 마치는 자녀 때문에 엄마가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김 부의장은 “교육과정을 바꿔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오후 3시 하원으로 바꾸려 했지만 전교조 등 반대에 부딪혀 해결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육아 비용 지원과 관련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김 부의장은 “첫돌 때까지는 아이가 엄마, 아빠, 가족과 함께 있을 권리를 보장해주고, 엄마와 아빠도 아이를 돌볼 권리를 확보해주는 차원에서 매월 100만 원 수당을 주자고 제안했었다”면서 “대부분 출산 후 첫돌까지 가정에서 키우려 하고 실제 어린이집 이용률도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논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 결국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반영돼 2022년 출생아부터 24개월까지 영아수당 월 30만 원 지원이 확정됐다. 2025년까지 50만 원으로 인상될 예정인데, 금액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고 김 부의장은 전했다.

김 부의장은 그간 저출산 예산에 200조가 넘는 돈을 썼다고들 말하는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저출산 예산 중 실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가정지원 예산은 적다. 아동수당 지급도 2년밖에 안 됐고 이것 또한 저출산 예산이 아닌 복지 예산이다. 그동안 안 써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OECD 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정복지 지출 비율이 2.4%(2018년 기준)인데 우리나라는 1.2%로 절반 수준이다. 김 부의장은 “왜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이겠냐. 가정복지 예산이 OECD 평균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경제 10위 국인데 0.84명 합계출산율이면 성찰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끝으로 김 부의장은 “기후변화, 코로나19 이후 경제 문제도 심각하지만 모든 게 사회구성원이 잘살고 행복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 양적성장, 경제성장에만 몰입해서는 경제는 성장할 수 있지만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다. 아동보호체계 개선 또한 낳은 아이부터 잘 기를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기 위한 저출생 문제 극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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