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차원 진상조사 담은 아동학대 특별법, 왜 처리 안하나?”
“국가 차원 진상조사 담은 아동학대 특별법, 왜 처리 안하나?”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4.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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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양천아동학대 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 제정 촉구 기자회견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27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정문 앞 ‘양천아동학대 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7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정문 앞 ‘양천아동학대 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어린이였던 우리는 운 좋게 살아남아 억울하게 숨진 아이들 앞에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세상에 맞을 짓이란 없으며 맞아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부모도 경찰도 아동보호전문기관도 국회도 국가도 누구도 묵인하고 방조할 권리는 없습니다. 살아있는 우리에게는 오로지 죽음에서 배울 의무만이 남아 있습니다. 

국회는 국가 차원에서 진상조사 하도록 ‘아동학대 특별법’을 제정하십시오. 바로 그 순간이 진정한 애도의 시작이며 비로소 숨진이들 앞에 할 말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들이 숨지기 전 온몸으로 외쳤으나 구조를 뿌리쳤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반드시 복기해야 합니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양천아동학대 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아동학대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27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정문 앞. 잔뜩 흐린 하늘 아래 검은 천이 씌워진 탁자 위에는 하얀 국화꽃과 향초가 꼽힌 향로가 놓여있었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아동학대 특별법’ 제정 촉구 발언 중간중간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 “국회는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즉각 설치하라!”

국제아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아동위원회, 사단법인 두루, 정치하는엄마들은 ‘양천아동학대 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국제아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아동위원회, 사단법인 두루, 정치하는엄마들은 ‘양천아동학대 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국회는 ‘죽음에서 배울 의무’를 망각하지 마라!”

“국회는 살아있는 ‘정인이들’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국회는 ‘아동학대 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

“국회는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즉각 설치하라!”

이날 기자회견은 내일(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는 ‘아동학대 특별법’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5일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병 국회의원)이 여·야 국회의원 139명의 동의를 받아 대표발의한 것이다. 

아동학대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대통령 직속 한시조직으로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설치된다. 위원회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진상조사, 기관 및 관계자 대응의 적정성 점검, 아동보호 및 아동학대 근절과 관련한 개선사항 대책 마련 등을 수행하기 위해 조사개시를 결정한 날로부터 2년 동안 활동한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 중 조사대상 사건을 선정해 사건 발생원인, 사건의 실체 정부 대응 시스템의 작동 실태 등 관련 진상을 심도 깊게 조사하게 된다. 이를 위해 자료와 물건의 제출, 출석요구, 진술 청취, 사실 조회, 현장조사, 동행명령, 압수수색 영장 청구, 청문회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조사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아동이 사망에 이르게 된 직·간접적인 원인 및 그 원인을 제공한 법령, 제도, 정책, 조직, 관행 등에 대한 개선과제, 책임있는 국가기관 등에 대한 시정, 아동학대 대응시스템 및 아동보호체계의 개선방안 등을 담은 조사결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위원회의 권고를 받은 국가기관 등은 권고내용을 이행하고 그 이행내역을 국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국회는 조사결과 보고서의 내용과 취지를 입법에 반영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 특별법안은 지난 2월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후, 두 달 넘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 “우리는 왜 그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 했을까요?”…아동학대 특별법 원안대로 통과 요구

국제아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아동위원회, 사단법인 두루, 정치하는엄마들은 "국회는 죽음에서 배울 의무를 망각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국제아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아동위원회, 사단법인 두루, 정치하는엄마들은 "국회는 죽음에서 배울 의무를 망각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 양천, 전북 익산, 경기 용인, 경북 구미, 인천 부평… 우리는 왜 그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했을까요? 왜 지금까지 개정안들은 학대의 신호를 인지하지 못하고 즉각적인 구조작업을 실시하지 못했을까요? 왜 아이가 죽고 사건화돼야만 뒤늦게 개입하는 무책임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나요?”

오은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이같이 물으며 왜 하루빨리 ‘아동학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지 이야기했다. 오은선 활동가는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는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양육과 보호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동학대 판단은 시간적 여유가 없다.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피지도 못한 생명, 어른들이 짓밟아버린 아이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로는 한참 부족한 지금, 사후 예방, 학대 가해자에 대한 가중처벌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구할 수 없다”며 적극적 사전 예방을 요구했다.  

마한얼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왜 아동학대 진상조사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또는 적어도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 피력했다. 마 변호사는 지난 2013년과 2016년 시민사회가 자발적으로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조사 권한은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보완했고 인력과 자원은 아동보호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모인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채웠으나 조사권한과 보고서 정책 반영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 

마 변호사는 “관련된 모든 부처를 종합해 조망할 수 있고 모든 부처에 대해 독립적인 위치의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는 점과 나아가, 조사보고서 발간 후 정책 반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3년, 2016년 민간에서 작성한 조사보고서에 대해 정부는 정책으로 반영해야 할 의무로 여기지 않았다. 진상조사에서 제안된 정책 중 많은 것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고, 특히 예산 확충이 필요한 대책일수록 서랍 깊숙이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원안에서 후퇴 없는 진상조사 특별법 통과를 촉구했다. 

◇ “정부와 국회는 겸허하게 인정하고 ‘죽음에서 배울 의무’를 다해야 한다"

국제아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아동위원회, 사단법인 두루,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모두 다 꽃이야’라는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초대형 영정사진 앞에 국화를 헌화하고 묵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국제아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아동위원회, 사단법인 두루,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모두 다 꽃이야’라는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초대형 영정사진 앞에 국화를 헌화하고 묵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국회는 ‘정인이사건’ 방송이 나간 후 일주일 만에 아동학대 관련 법안만 수십 건을 쏟아내더니 4개월도 채 안 된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다”면서 “국회가 잇단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망각한 사이에도 죽음의 행렬은 계속됐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와 국회가 근본적인 해결 없는 대책을 재탕하는 동안 아동보호체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더욱 더 깊어지고 있다. 처벌 강화와 급조된 대책으로는 결코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정인이들’은 죽음으로 증명해내고 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겸허하게 인정하고 ‘죽음에서 배울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3년 발간된 영국의 ‘클림비 보고서’, 2016년 미국의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국가전략보고서’를 언급하면서 “한해 40~50명의 아동이 학대로 사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지금까지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는 단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대체 언제까지 아동들이 죽음으로 정치권의 망각을 일깨워야 하느냐”고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한편,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내일 국회 법안소위에 두 달 이상 묵힌 아동학대 특별법이 상정되지만 안건번호가 무려 71번이다.  과연 내일 심사가 될지 아니면 다음 임시국회로 넘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회의원들은 인증샷 이런 거 하지 말고, SNS에 정인이 이름 들먹인 의원들은 특별법 한 번 읽어보고 통과시킬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국제아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아동위원회, 사단법인 두루, 정치하는엄마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말미에 ‘모두 다 꽃이야’라는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초대형 영정사진 앞에 국화를 헌화하고 묵념했다. 장 활동가는 “한 회원이 아이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했다"면서 "아이들에게까지 이 노래가 들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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