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는 마중물이 될게요"
"어린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는 마중물이 될게요"
  • 기고=여소영
  • 승인 2021.03.12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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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수기 공모전] 1. 너의 마중물이 되어 줄게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와 베이비뉴스는 가정어린이집 보육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알아보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보육교사를 격려하기 위해 제3회 영아중심어린이집 보육수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보육수기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을 매주 1편씩 소개한다. 이 작품은 대상을 수상한 여소영 일곡금호어린이집 원장의 수기 '너의 마중물이 되어 줄게'입니다. -편집자 주-

[영아중심어린이집 보육수기 공모전 대상] 너의 마중물이 되어 줄게(여소영 일곡금호어린집 원장)

교사라는 마중물이 있어야 어린 새싹들도 세상에 소중한 꽃을 피울 수 있겠지요. 숨어서는 어쩔 수 없는 땅속 깊은 물을 마중나가 손을 내밀어 주는 마중물처럼 저도, 우리 어린이집도, 우리 사랑이에게, 우리 이쁜 새싹들에게, 마중물이 되고 싶습니다. ⓒ여소영
교사라는 마중물이 있어야 어린 새싹들도 세상에 소중한 꽃을 피울 수 있겠지요. 숨어서는 어쩔 수 없는 땅속 깊은 물을 마중나가 손을 내밀어 주는 마중물처럼 저도, 우리 어린이집도, 우리 사랑이에게, 우리 이쁜 새싹들에게, 마중물이 되고 싶습니다. ⓒ여소영

햇살이 따뜻한 3월의 어느 화창한 오후, 우리 사랑이를 처음 만난 날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사랑이는 만 1세로 또래보다 우람한 체구에 유난히도 하얀 피부, 그리고  크고 맑은 눈망울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낯선 곳을 방문해서 인지 잔뜩 경계를하며 엄마 품에 안겨 엄마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던 사랑이. 처음 어머님이 어린이집에서 하신 말씀은 “우리 사랑이는 아주 특별한 아이에요. 아주 귀한 아이입니다.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세요. 많이 예뻐해주세요”라는 말씀과 몹시 걱정스럽게 떨리던 어머님의 눈동자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사랑이를 데리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사랑이가 무척 불안해하고, 아주 큰소리로 그치지 않고 울어서 외출을 못 한다’고 하셨다. 어린이집의 모든 일은 매일매일 전달이 되며, 작은 일도 바로바로 가정과 연계되어 걱정하실 일이 없음을 알려드리고, 사랑으로 돌보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사랑이의 생애 첫 어린이집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일주일 적응기간을 어머님과 함께 등원하며 사랑이가 불안한 마음이 점차 감소되도록 어린이집 생활을 연계하여 점차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는 놀잇감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고, 친구들과의 놀이에도 잘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사랑이는 여전히 엄마 품에 안겨 훌쩍거리며 불안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저와 담임 선생님, 친구들과의 눈 마주침도 어려워하였으며, 불안한 모습과 큰 울음소리가 아직 적응되지 않은 사랑이의 생활을 잘 대변해 주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랑이는 다른 친구들보다 더 긴 적응기간을 거치며 저와 담임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은 많은 이야기와 사랑이의 성장을 매일 매일 공유하며 지도해 나아갔습니다. 점차 어린이집에 적응하며, 불안한 기색도 많이 사라지고, 가끔씩 친구들과의 놀이에도 참여하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또래들보다 사회성과 언어, 표현 능력이 더디게 발달함을 걱정했던 저와 담임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학부모님 면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이의 전체적인 발달 속도와 또래와의 관계 맺음의 어려움 등을 설명 드리며, 조심스럽게 사랑이의 전문가 상담을 권해 드렸습니다. 그 동안 사랑이를 관찰했던 교사 일지도 함께 보여 드렸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불러도 반응하지 않은 행동이 또래보다 매우 많았으며, 목적 없는 행동, 또는 의미 없는 언어적 표현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것 등이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의 생활을 교사 전체 회의를 통해 도움 될 내용을 학부모님 면담을 통해 알려 드렸습니다. 처음에 사랑이의 부모님은 매우 당황하시며 화를 내셨습니다. “아직 어린 우리 사랑이가 다른 아이보다 발달이 늦다니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아직 어려서 그래요. 더 지켜봐 주세요!”라는 대답이 돌아 왔습니다. 당연한 반응이셨고, 놀라셨을 부모님의 마음을 알기에 사랑이의 객관적인 상황에 대해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몇 번의 면담을 더 하시고 그 후에 사랑이의 부모님께서는 어린이집에서 제공한 자료와 정보를 가지고, 전문 기관의 상담을 받으셨습니다. 전문 기관에서 선생님 말씀이 “빨리 발견해서 다행입니다. 모르고 지나쳐 도움을 제 시기에 받지 못해 더 안 좋아지는 아이들이 많은 현실입니다. 사랑이는 조기에 발견해서 많은 발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사랑이는 ‘경계성 장애 의심’이라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결과지를 담임 선생님께 전하시며 우시던 어머님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모두 마음속으로 울었습니다. 어머님을 다독여 드리며, 부모님과 어린이집 교사들이 한마음으로 사랑이를 더 안정감 있게 잘 보육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하였습니다. 사랑이는 주2회 전문기관에서 언어치료를 받고, 어린이집에서는 사랑이의 어린이집 하루 일과를 부모님과 매일매일 소통하였습니다. 사랑이가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사의 협력, 또래간의 상호작용, 환경요인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도록 지원하였습니다. 또한 학부모님 면담을 통해 어린이집 생활과 가정에서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학부모님 교육지원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러한 꾸준한 노력으로 일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랑이는 선생님들과의 눈 마주침을 어려워하지 않고, 친구들 간의 상호작용도 더 활발하며, 언어의 발달도 빠르게 향상되어 예전보다 많이 크고, 성장한 모습으로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사랑이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도 행복해 하시고, 우리 교사들도 보람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느 늦은 저녁 어머님께서 연락을 하셨습니다. “원장님, 너무나 고맙고 감사합니다. 담임 선생님과 원장님의 노력으로 많이 발전되고, 좋아지는 사랑이의 모습을 보고 행복해요. 앞으로도 더 좋아질 우리 사랑이를 잘 가르쳐 주세요!”라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사랑이가 또래보다 발달이 매우 느려 불안해서, 부정하고 싶었어요. 또래 아이들은 다~ 빠르고 영특해서, 우리 사랑이도 그냥 두면 좋아질 줄 알았는데,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전문기관의 도움을 빨리 받았고, 사랑으로 많이 좋아졌어요”라며 감사의 전화를 받고 나니 저의 마음에도 뜨거운 행복이 스며들었습니다. 사랑이는 또래보다 조금은 느려도 우리가 손을 잡고 함께 걸으면, 더 건강해질 내일이 있기에 우리는 지금 행복합니다.

우리 교사들은 사랑이의 매일매일 변화되는 모습을 함께하면서, 어떤 날은 교수자로, 어떤 날은 협력자로, 또 어떤 날은 지원자로의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을 ‘신성한 직업’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도움을 주시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사랑이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돌봐주신 담임 선생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며 우리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세상의 모든 선생님께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물을 길어 올리기 위해 펌프 안에 붓는 물을 마중물이라고 합니다. 땅 위로 나들이 오실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캄캄한 땅속으로 마중 나가는 물의 사신(使臣)이지요. 마중물이 내려가지 않으면 땅속의 깊은 물은 결코 땅 위로 올라오지 못합니다. 교사라는 마중물이 있어야 어린 새싹들도 세상에 소중한 꽃을 피울 수 있겠지요. 숨어서는 어쩔 수 없는 땅속 깊은 물을 마중나가 손을 내밀어 주는 마중물처럼 저도, 우리 어린이집도, 우리 사랑이에게, 우리 이쁜 새싹들에게, 마중물이 되고 싶습니다. 매일 매일 노력하는 마중물이 되어 어린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는 마중물인 우리는 오늘도 마중을 나갑니다. 새싹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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