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으로서 미국에서 산다는 것은?
아시안으로서 미국에서 산다는 것은?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1.03.2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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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우리 아이들이 자라날 이 땅에 관한 고찰
Stop AAPI Hate: 아시안과 퍼시픽 아일랜더 들에 대한 혐오를 멈출 것을 촉구하는 미국내 웹사이트. 혐오범죄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신고를 망설이지 말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은
Stop AAPI Hate: 아시안과 퍼시픽 아일랜더 들에 대한 혐오를 멈출 것을 촉구하는 미국내 웹사이트. 혐오범죄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신고를 망설이지 말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은

요즘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는 연락이 자주 온다. 얼마 전 미국 애틀란타에서의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총격 사건을 비롯해 미국 내에서 동양인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혐오 범죄의 가해자보다도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아틀랜타 총격 사건에 대해 미디어 브리핑을 하던 아틀랜타 경찰 관계자의 태도였다. 마치 가해자를 대변해주듯이 그는 본 사건이 인종차별문제와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브리핑을 이어갔고 심지어 가해자가 그저 당일에 안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그러한 일을 저질렀다(“Yesterday was a really bad day for him and this is what he did”)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의 브리핑에는 피해자에 대한 애도와 존중은 찾아볼 수 없었고 가해자의 비겁한 변명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어이없는 태도만 보였을 뿐이다.

며칠 뒤 한 미디어의 보도에서 이 브리핑을 담당한 경찰관이 이전에 인종차별적인 티셔츠의 프로모션에 참여한 전적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여전히 공권력조차 아시안 커뮤니티를 보호할 생각이 없다는 것은 1992년 LA폭동 사태를 연상시킨다. 아시안, 특히 그 중에서도 더욱 약자인 여성과 노인들을 주 타겟으로 하는 졸렬하고 비겁한 가해자들의 행태는 세월이 지나도 변한 것이 없는 것만 같다. 이 며칠 나는 많은 아시안 커뮤니티의 성명과 평화적 시위를 보면서 함께 분노하고 동감하고 또 같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은 항상 우리 아이들이다. 과연 이 사회는 우리 아이들이 살만한 곳인가 라는 고민은 어느 곳에서 살든 어느 시대를 살든 특히 엄마들에게는 아주 근원적이고 아주 절대적인 질문이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지인은 농담 삼아 “나는 중국인이 아니다”라는 티셔츠를 입으라고 말한다. 한국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보니 어떤 이들이 이게 다 중국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말을 듣는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세상의 어느 누구도 국적이나 인종이나 민족 때문에 차별 받거나 억압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인으로 오해 받아서 차별 받는 것이라는 논리로 이 모든 상황이 중국인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거나 차별을 피하려면 내가 중국인이 아니라는 것만 밝히면 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다른 인간을 차별하고 억압해서는 안된다는 가장 근본적인 당위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배우 대니얼 대 킴(Daniel Dae Kim, 그는 미국 내 아시아계의 인권증진과 차별철폐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유명인사 중에 한 명 이기도 하다)이 어느 인터뷰에서 너무나 잘 언명했듯이 지금의 모든 상황은 한 커뮤니티와 다른 커뮤니티의 대립이나 갈등이라기 보다는 우리 모두와 인종차별주의의 대결이자 대립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사실 인종은 생물학적 근거가 거의 없다. 인종 자체가 자연과학적인 구분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대부분의 인류학자들은 인간 그룹을 인종으로 세분화하고 카테고리 짓는 것이 사실상 생물학적/유전적인 근거가 없는 문화적 사회적 개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색이라는 외면적인 차이로 인종을 절대적이며 과학적인 사실과 차이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잘못된 믿음을 바탕으로 때로는 인종차별주의를 정당화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나는 내가 아시안임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가 스스로임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다. 특히 나의 아이들이 스스로가 아시안 임을,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자라났으면 좋겠다. 때문에 지금 볼 수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인 젊은 세대들의 평화적이지만 적극적인 대응 방식은 정말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인종갈등을 극심하게 조장하던 지도자는 바뀌었지만 그가 뿌려놓은 노골적인 인종주의에 대한 강력한 지원은 여전히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그리고 전 세계에) 뿌리 깊은 인종차별주의는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 생각이 점점 더 많아지는 우울한 밤이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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