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맞은 엄마의 후기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맞은 엄마의 후기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1.04.13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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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 인류학] 엄마 아빠의 코로나 백신 맞기

각 주(state)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은 현재 대부분의 주가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추진 중이다. 백신 접종 가능 해당자를 순차적으로 정해서 차례대로 접종을 진행 중인데 내가 살고 있는 펜실베니아 주의 경우는 의료 관계 종사자, 노약자를 직접적으로 접하는 돌봄 노동자들, 만 65세 이상자, 코로나에 특히 취약한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1A 단계로 최우선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이후 3월 31일은 이에 추가로 소방관, 경찰관, 식료품점 근무자나 식품업 종사자들을 타겟으로 백신 접종 대상을 확대했고 4월 5일 이후에는 1B단계로 이행되면서 기타 돌봄 노동 종사자, 교육계 종사자, 제조업 관련자, 우편,통신, 교통 관련 종사자로 백신 접종이 가능한 대상자가 확대됐다.

4월 12일 1C 단계에서는 미디어 관련 종사자, 상하수도 관련 업무 종사자, 기타 대민 업무를 하는 공무원 등으로 그 대상자가 확대됐고 최종적으로 마지막 4월 19일에는 16세 이상의 모든 사람들이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내가 사는 소도시는 다행히 현재까지 백신이 부족하거나 하지는 않은데 근처의 좀 더 큰 도시들을 살펴보면 확실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다. 때문에 몇시간 씩 운전해서 다른 도시에 가서 백신을 맞고 오는 일이 드문 광경이 아니다.

사실 기저 질환이 있는지라 백신을 더 일찍 맞으려면 더 일찍 맞을 수 있었지만 백신을 맞는 것을 미루고 있었던 까닭은 학기 중에 몸이 아파버리면 나를 대신해 아이들을 봐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남편은 계속 강의를 해야하지, 나도 나대로 공부하고 할 일을 해야하니 특히 2차 접종 뒤에는 며칠씩 앓아 눕는 경우가 많다는 코로나 백신을 덜컥 맞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때문에 남편의 종강이 다가올 때 쯤에 2차 접종을 맞을 수 있도록 기다렸다가 이제서야 1차 접종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맞을까 하다가 대기 시간이 생각보다 더 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마침 내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예약이 가능했던 미국에서 제일 큰 약국 체인 중에 하나인 CVS에서 맞기로 결정했다. 이 약국에서 맞을 수 있는 것은 화이자(Pfizer) 백신이었고 우선 1차를 맞게 됐다. 다행히 코로나 백신은 무상으로 맞을 수 있게 돼 있어서 그 점은 부담이 없었다. 나 같은 경우는 혹시나 해서 기저 질환이 있다는 관련 서류를 준비해가기는 했는데 딱히 해당 증빙 서류 같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고 열이 있거나 기존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있는 지 특별한 알레르기가 있는지만 확인하고 주사를 놓아주었다.

숙련된 간호사라서 그런지 코로나 백신의 특징인지 바늘이 들어가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혹시 모를 알레르기나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주사를 맞은 후에도 약국 내에서 15분 정도 대기하도록 조언을 받았다. 맞고 나서 1시간 정도 지나자 주사를 맞은 쪽 팔에 약간의 근육통 같은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4-5시간이 지나자 살짝 머리가 지끈거리고 약간의 피로감이 있었는데 심하지는 않았다. 물론 개인차가 크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팔이 무겁고 근육통 같은 느낌이 하루가 지나니까 거의 사라졌다. 주변에서 보통 24시간 심하게는 48시간 이상 팔 통증이 느껴졌다는 접종 후기가 많았고 드물지만 심한 두통과 열을 동반했다는 경우도 있어서 사실 조금은 걱정됐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이제 많이 자란 작은 아이를 번쩍 들어 안기는 조금 힘들어서 안기는 것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하룻동안 아빠가 전담했다. 남편의 경우는 1차도, 2차도 나보다 일주일씩 뒤로 예약을 했는데 그래야 백신을 맞은 사람이 최소한의 부작용으로부터 회복할 기간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남편은 학기 중에 아팠다가는 강의를 모두 취소해야되기 때문에 2차 접종은 학생들의 기말 고사와 성적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난 날짜로 잡아야만 했다. 마침 희망하는 날짜에 맞을 수 있는 장소 중에 지역 병원이 있어서 그곳으로 예약해서 맞게 됐다.

1차 접종을 받은 후: 다행히 근육통 이외에는 부작용이 없었다. 앞서 백신 접종을 받은 지인들의 충고대로 평소에 자주 쓰지 않는 쪽 팔에 맞았다. ⓒ이은
1차 접종을 받은 후: 다행히 근육통 이외에는 부작용이 없었다. 앞서 백신 접종을 받은 지인들의 충고대로 평소에 자주 쓰지 않는 쪽 팔에 맞았다. ⓒ이은
접종 후: 간호사의 허락을 받은 후 접종 장소의 사진을 찍었다. ⓒ이은
접종 후: 간호사의 허락을 받은 후 접종 장소의 사진을 찍었다. ⓒ이은

당장 다음 학기부터는 큰 아이의 초등학교도 100% 온라인 수업에서 전원 등교로 전환되고 남편의 대학도 모두 온라인에서 면대면 수업으로 바뀐다. 모든 것이 전부 코로나 전의 일정으로 전환되고 있고 마스크 쓰기나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인식이 애초보터 턱없이 부족했던 이 곳 미국 사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 동안 1년 넘게 정말 지독히도 집 안에 갇혀서 홀로 거리두기에 고군분투 하던 우리 가족은 살기 위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백신 마저 맞을 수 없는 나이 어린 우리 아이들이 너무 걱정되지만 그렇다고 영영 사회에서 고립돼 있을 수는 없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부모인 우리라도 백신을 얼른 맞고 아이들에게 손 씻기 그리고 적당한 거리 두기를 혼자서라도 열심히 할 수 있게 가르치는 것 뿐이다. 하루 빨리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걱정없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꿈꾸며, 2차 백신도 부작용이 별로 없이 잘 지나가기를 기원해보면서, 엄마는 조금 욱신거리는 팔을 들어 화이팅을 외쳐본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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