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월호 7주기, 몇 번이라도 외칠게
오늘은 세월호 7주기, 몇 번이라도 외칠게
  • 칼럼니스트 최가을
  • 승인 2021.04.16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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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엄마의 방구석 심야 영화관] '당신의 사월'(2019)

‘당신의 사월’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영화다. 그동안 세월호에 대한 영화가 많이 나왔지만 부끄럽게도 이 영화가 내가 본 첫 번째 세월호 영화다. 영화를 보지 못한 이유는 내가 영화를 보고 슬퍼하거나 화내는 것도 감정의 사치가 아닐까, 하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참사 당시 뉴스를 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지점은 오열하거나 고함 지르는 유가족의 모습을 볼거리처럼 생중계하는 언론의 태도였다. 삶이 갑자기 무너진 개개인의 고통을 언론이 이렇게 날것으로 전시할 필요가 있는가, 이들의 고통을 시청률이나 기사 조회수를 위해 이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당신의 사월. ⓒ(주)시네마달
당신의 사월. ⓒ(주)시네마달

내가 아무리 슬퍼봤자 당사자들만큼 슬플 수 있을까. 내가 슬프다고 말하는 것조차 제3자의 감상에 그치는 것 아닌가. 당사자들의 슬픔을 속편하게 극장에서 관람하는 사람이 되는 것 아닌가. 한 명이라도 세월호 영화의 관객이 느는 것이 유가족들에게 보탬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늘 내 발길을 잡았다.

‘당신의 사월’을 보기로 결심한 것은 이 영화가 세월호 참사 목격자들에 대한 영화라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이 참사의 목격자는 전 국민이다. 배가 침몰하는 것을, 학생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것을,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나 또한, 당사자는 아니지만 목격자이기는 하니까 영화를 볼 용기를 냈다.

문지성 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게 된 어부. ​ⓒ(주)시네마달​
문지성 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게 된 어부. ​ⓒ(주)시네마달​

영화에는 다양한 목격자가 나온다. 고등학교 때 참사를 목격하고 ‘공부해야 하니까’ 외면했다가 세월호 기억 교실을 방문하고 기록학을 전공하기로 한 학생, 청와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면서 유가족들의 투쟁을 고스란히 지켜봤던 사장님, 미역을 잡다가 사고 해역에서 한 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게 된 어부, 세월호 유가족의 곁을 지킨 인권 활동가, 인천 인근의 학교에서 뱃고동 소리를 들으면 교실이 가라앉는 배처럼 느껴졌다는 중학교 교사...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기록학을 전공하게 된 학생. ​ⓒ(주)시네마달​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기록학을 전공하게 된 학생. ​ⓒ(주)시네마달​

자신의 일상 속에서 세월호를 꾸준히 기억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로 입은 트라우마와 그 이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차분하게 진술한다. 영화는 목놓아 울지 않고, 소리높여 외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담담함에서 힘이 나온다.

유가족이 간간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들의 고통을 자극적으로 전시하지 않는다. 침몰하는 배도 나오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을 다루는 카메라가 지켜야 할 윤리에 대해 섬세하게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침몰하는 배 대신 인양된 배가 오래도록 클로즈업된다. ​ⓒ(주)시네마달​
침몰하는 배 대신 인양된 배가 오래도록 클로즈업된다. ​ⓒ(주)시네마달​

주현숙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내가 당사자도 아닌데 이렇게 슬퍼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슬픔에 위계가 있다’는 착각이라고 말한다. 슬픔에도 자격을 부여하고 위아래를 정하면, 오히려 유가족들만이 슬퍼할 자격이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자칫 유가족들을 ‘슬픔 안에 가둬버릴 위험이 있다’고. ‘참사의 목격자도 당사자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이 영화는 시작됐다고.

세월호 기록 교실의 풍경. ​ⓒ(주)시네마달​
세월호 기록 교실의 풍경. ​ⓒ(주)시네마달​

그래서일까,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자 ‘그들’의 고통을 관람했다는 죄책감이나 무기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나도 영화에 나온 사람들처럼 일상 속에서 세월호를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416은 ‘그들’의 사월이 아니라 ‘우리’의 사월이 돼야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연상했다는 노래, 아이유의 「이름에게」를 마지막으로 붙인다. 

“멈추지 않을게/몇 번이라도 외칠게/믿을 수 없도록 멀어도/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으로.”

*칼럼니스트 최가을은 구 난임인, 현 남매 쌍둥이를 둔 워킹맘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휴대전화로 영화를 본다. 난임 고군분투기 「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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