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우리 아이 첫 프리스쿨(Preschool, 유치원) 결정하기
미국에서 우리 아이 첫 프리스쿨(Preschool, 유치원) 결정하기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1.05.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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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 인류학] 미국 엄마의 우리 아이 첫 기관 고민

 

투어를 다니던 유치원 중 한 곳의 외관. 모든 기관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추천이나 평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 아이의 성향에 더 잘 맞을 곳을 찾는 것이 관건. ⓒ이은
투어를 다니던 유치원 중 한 곳의 외관. 모든 기관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추천이나 평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 아이의 성향에 더 잘 맞을 곳을 찾는 것이 관건. ⓒ이은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우리 아이 둘 다 만 3세가 되기 전에 정식으로 기관에 보내본 적이 없다. 정말 감사하고 또 죄송하게도 친정 어머니가 많이 희생해 주셨고 이 후에 큰 아이가 크고 나서는 공교육에 의지하게 됐고 작은 아이는 일주일에 한두번 미국의 문화센터수업 같은 놀이 수업을 함께 들었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코로나로 모두 취소돼 일년 넘게 쭉 집콕 생활을 해오고 있는데 이제 작은 아이도 집에만 있기에는 한계에 다다르는 지경이 됐다. 그래서 이제 드디어 미국에서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는 이번 9월부터 작은 아이를 프리스쿨에 보내보자고 다짐하게 됐다. 엄마와 함께 있는 것도 좋지만 지나친 집콕 생활로 아이도 무료해 하고 가족 이 외의 사람과 상호작용할 기회가 없다 보니 아이가 심하게 낯을 가리게 된 듯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아이도 바깥에서 생활하고 활동할 경험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마음이 굳어지면서 미국에서 처음으로 프리스쿨을 알아보게 됐다. 한국의 경우, 특히 서울같은 경우는 보육기관 수도 많고 수요도 많다 보니 대기 시간이 아주 길고 추첨을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정부의 무상보육지원도 함께 이뤄지고 학부모 사이에 교육기관에 대한 정보도 많이 공유된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의 프리스쿨은 보통 교육비가 꽤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종일반의 경우 한달에 1000불 이상(한화 120만원 정도)인 경우가 아주 흔하다. 첫 기관 경험인데다가 교육비를 그 정도 쓸 여유도 없고 아이를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과 교감하는 연습 정도 시키고 싶은 마음이라 이 곳에서 흔하게 제공하는 여러 등교 옵션 중에 하나인 오전 2~3시간 수업에 일주일에 2회내지 3회 정도 등원할 수 있는 곳을 찾고자 했다. 둘째처럼 아직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프리스쿨에 일주일 내내 등원할 수 있는 옵션이 없는 곳도 많다. 만 4세 이상은 돼야 보통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등원할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이마저도 오전 2~3시간만 등원이 가능한 경우도 많다. 물론 이 역시 지역차가 크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아직 여전히 코로나때문에 직접 방문해서 프리스쿨 투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관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나는 기관을 방문하면 주로 선생님과 스태프 분들을 열심히 본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따스한 눈으로 보시는 분은 그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생각이다. 또한 아이가 직접 방문한 그 곳에서 어떻게 반응하느냐도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시설 적인 면에서는 교구보다도 기관의 계단 난간이나 문턱, 문, 화장실 등을 보는데 얼마나 아이들의 안전에 신경을 썼느냐는 체크하는 편이다. 미국의 많은 기관들은 사실 낡은 건물이거나 낡은 교구를 계속 사용하는 것도 많은데 비록 큰 아이가 미국에서 프리스쿨을 다니진 않았으나 그 후 공교육에서도 경험상 시설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선생님의 사랑과 아이가 지낼 공간의 안정성이라고 생각해왔다. 멋진 교구나 화려하고 깨끗한 공간은 별로 고려 사항이 아니다. 좀 고루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나는 선생님만 따스하고 열린 분이라면 종이 한 장에 크레용 하나만 있어도 즐겁고 행복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버츄얼 투어는 프리스쿨 각각의 특성을 파악하기가 참 힘들었고 홈페이지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도 각종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와 홈페이지를 이용해서 이 지역 프리스쿨 중 추리고 추려 네 군데의 후보를 골라 두었다. 기준은 아이를 직접 보내 본 사람들이 긍정적인 코멘트를 한 곳일 것, 나는 아이를 오전에만 등원 시킬 계획이기 때문에 half-day 즉, 반일반 옵션이 있는 곳일 것, 화상으로 가상 투어를 제공하거나 실제 방문 투어가 가능한 곳일 것이었다.

우선 첫 번째 프리스쿨은 이 도시내에서 제일 평이 좋은 곳이지만 아이들 놀이터가 상대적으로 작고 놀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쓰기 공부를 많이 시킨다는 인상이었다. 이 곳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두 번째 프리스쿨은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연령별로 나눠서 공부를 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유치원이라기 보다는 작은 초등학교 같은 느낌이었다. 아이들 화장실이 복도 밖에 있고 다른 나이 많은 학생들과 같이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세 번째 프리스쿨도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부드러운 분위기이고 선생님도 친절해 보이셨지만 유치원 교실의 크기가 너무 작고 복도 좁아서 아이들끼리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마지막 네 번째 프리스쿨은 두 번째 프리스쿨과 같은 종교단체의 다른 지역 캠퍼스인데 아이들의 만들기, 그림 그리기, 음악, 체육 활동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학습보다 놀이 위주의 분위기인 듯 보였고 무엇보다 아이들 화장실이 교실 안에 있고 변기 크기도 아이들에게 적합했다. 담당 선생님께서는 경험이 많은 할머니 선생님이셨는데 인자하시기보다는 엄격한 분위기와 장난스러운 미소가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분이셨다.

투어 중에는 꼭 기관에 다닐 작은 아이와 함께 했는데 아이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네 군데 모두 본능적인(?) 불안감을 느끼면서 엄마가 오빠를 학교에 내려다 주고 오듯이 자신만 '학교'에 두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나에게 붙어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엄마, 우리 이제 나갈까?” “엄마, 얼른 밖으로 나가고 싶다”라고 반복했다. 작은 아이는 집에 오는 차 안에서도 “엄마, 나는 엄마가 너무 좋아서 학교 안가고 엄마랑 더 집에 있을 거야”라는 아부성 멘트로 어느 곳도 가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종적으로 네 번째 프리스쿨로 아이를 보내기로 결정하고 일단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갈팡질팡이다. 오빠와는 달리 낯을 가리는 우리 딸이, 수줍은 많은 우리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아직 영어는 기본 회화 수준인데 말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답답해 하면 어쩌나. 아직 혼자 응가 뒤 처리 하는 건 힘든데 어쩌나.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실 사람들은 늘 다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아이들은 금방금방 적응한다고 하지만 나는 아이들의 하루하루에 아무 것도 아닌 일들, 지나고 나서 보면 잔잔한 그 적응의 노력들이 엄마 입장에서는 그 순간순간 안쓰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또 마음이 약해지기도 한다. 첫 기관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몽글몽글한가. 하지만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묵묵히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는 것뿐. 그저 우리 아이의 첫 기관 경험이 즐거움과 또 새로운 배움으로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응원해주는 것. 그게 올 9월부터 내가 더 열심히 하게 될 엄마노릇이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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