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정적으로 지급되면, 아동 유기사건도 줄어들 겁니다”
“양육비 안정적으로 지급되면, 아동 유기사건도 줄어들 겁니다”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6.18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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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육비법 강화방안 연구하는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국내 양육비 법으론 아이들의 양육환경을 나아지게 할 수 없고, 양육비 채무자에게는 다른 꼼수를 생각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국내 양육비 법으론 아이들의 양육환경을 나아지게 할 수 없고, 양육비 채무자에게는 다른 꼼수를 생각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한부모가정의 양육자들은 양육비를 받기 위해 소송 등 다양한 방법을 취하지만, 양육비 채무자들은 양육비를 주지 않을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각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내에서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여성학 박사인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다.

그는 양육비 관련 법의 문제점에 대해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해 한부모가정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법안이 만들어지도록 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가 진행한 가장 대표적인 연구는 「양육비 이행 관리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과제」(2018)이다.

“국내의 양육비 법은 양육비 채무자가 빠져나갈 수 있는 모든 문을 열어놓은 상태다. 현재 양육비를 주지않는 채무자들을 처벌하기 위해선 감치명령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감치에서부터 막히는 경우가 많고, 감치를 위한 소송기간도 2년 4개월이 걸린다. 이 소송기간동안 양육자는 아이들을 돌보거나, 돈을 버는데 집중해야 할 텐데 소송까지 해야 한다.”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가장 먼저 허술한 현행 법 체계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양육비가 한 달 밀리면 적법절차 과정을 통해 운전면허를 취소한다”면서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 양육비 제도는 한참 뒤쳐져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양육비 이행확보 제도와 양육비이행관리기관 설치·운영되고 있으나, 양육비 이행 프로그램이 양육비 채권자의 소송에 대한 법률 지원에 그친다. 

이번에 새로 양육비법이 개정되면서 양육비를 미납한 채무자에게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제도가 지난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다음달부터는 ▲출국금지 ▲명단공개 ▲형사처벌이 시행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감치명령 결정 이후에 결정되기 때문에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많다. 결국 감치집행을 하기 위해 양육비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소송을 지속적으로 걸 수밖에 없는 것.

◇ “채무자가 직접 양육비를 왜 못내는지 재산 증명해야”

지난해 5월 한부모가족의 날을 맞아 한국한부모연합 등 11개 단체는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5월 한부모가족의 날을 맞아 한국한부모연합 등 11개 단체는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양육비는 아이들이 먹고, 입고, 교육받는 등 당장 생활할 때 쓰이는 돈이다. 어떻게 하면 양육비 채권자가 힘들이지 않고 양육비 이행률을 높일 수 있을까.

허 조사관은 “첫 번째는 가사소송법으로 소송하는 것을 바꿔야 한다. 양육비를 미지급한 채무자가 급여 생활자라면 급여를 원천징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채권자가 직접 소송을 해야 한다”며 “미국은 고용주가 신규 채용했을 때 주정부에 보고하고 3일 이내 정부기관과 공유한다. 이 때 신규 채용자의 양육비 지급여부를 확인하고 이행관리원에 정보를 알린다”고 전했다.

이어서 “이런 과정에서 양육비 채무자가 어디에 취직했고 월급이 언젠지 알 수 있다. 양육비 채권자가 소송을 하려고 접수·서류마련·상담·법원 출석을 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채무자에 대한 조사를 한다. 그러나 채권자 측에서 채무자의 재산 등을 증명해야 한다. 이게 불합리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채무자가 직접 재산이 없어서 양육비를 못준다는 증명을 해야 하는데, 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으면 증명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왜 피해자가 직접 증명해야하나?”

국내 복지제도에 대한 지적도 했다. 허 조사관은 “한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이 미약한 것도 문제다. 그러면서 양육비는 사적인 일, 가정의 일이라고 말한다. 국가 대지급제도를 이행하는 곳은 이미 양육비 이행을 강화한 국가다. 양육비 이행률과 복지제도를 높이면 아동 유기사건이 줄어들수 있다”고 밝혔다. 

◇ 임신시켜 놓고 책임지지 않는 게 우리의 현실... 그럼 우리 아이들은?

"전 사회가 양육비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전 사회가 양육비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양육비의 사각지대는 국내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허 조사관은 “남성들이 피임하지 않고 누군가와 성관계를 해서 상대가 임신을 했지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면 조심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특히 코피노가 이 경우다. 우리나라의 양육비 채무자는 높은 비율로 남성이 많다. 국내에서 아이가 태어나도 양육비를 피할 방법이 많으니 외국에서도 똑같이 행동하고 도망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국내의 상황이 아이가 태어났을 때 빠져나갈 길 없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한국 남성들이 필리핀의 코피노 같은 비극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허 조사관은 “우리가 식당에서 밥 먹고 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양육비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이를 낳았으면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런 규범이 당연한건데 우리나라에서는 희박하다. 책임을 지지 않아도 제재가 없으니까 그렇다. 결국 양육비는 사회 규범 수립에도 굉장히 중요한 제도”라고 전했다.

이어서 “아이들은 아무 의지 없이 태어났다. 그런데 아무도 나를 돌봐주지 않는다는 것, 빈곤이 예정됐다는 것, 이런일들이 일어나게 방치하는 것은 태어난 아이 평생에 거쳐 회복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전 사회가 양육비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어른들의 입장이 아닌 아이의 입장으로 봐야한다. 어린시절, 청소년기는 인생의 기반을 다지는 시기다. 안정된 정서를 가지고 공부를 해야하고, 즐거운 기억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해서 사회구성원이 되는데 시간, 노력, 비용이 든다. 그런데 열악한 상황의 친구를 나몰라라하고 훌륭한 시민이 나오길 바라는 것은 정부가 헛꿈을 꾸는 것이다. 아이들이 불안과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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