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에 휩싸인 유치원, 이대로 괜찮다고요?
불길에 휩싸인 유치원, 이대로 괜찮다고요?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21.06.18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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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재난재해 #재난사고 #화재 #재난대응 #안전불감증 #재난안전관리

얼마 전 내가 사는 지역 인근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었다.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큰 불길이었는데 사람이 근무하지 않는 폐공장에서 발화된 것으로 밝혀져 인명 피해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공장 바로 뒤에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하나 있었다. 사실 그 산을 경계로 행정구역이 나눠지는 지점이라 산 너머에 있는 우리 동네에서는 불길 자체가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산보다 높게 치솟은 검은 연기와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잿더미 같은 것들이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선명히 보일 정도로 큰 화재였던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 산 아래 우리 아이의 유치원이 있었다.

처음 뉴스가 나온 시각은 오후 세 시쯤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에 TV를 보고 있거나 해당 기사를 검색하지 않으면 아무도 화재에 대해 알 수 없는 시간이었다. 더욱이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재난 경보 메시지가 오지 않아 더욱 알 수가 없었다. 몇 분이 흐르고 불길이 잡히지 않자 곳곳에서 연기를 본 주민들이 지역 카페와 게시판 지인들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걔 중 누군가가 어디에서 불이 났다고 뉴스에 나오더라 하는 소식을 알린 덕분에 나도 알게 되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창문으로 달려가 밖을 내다보니 그야말로 하늘은 온통 잿빛이었다. 연기의 근원지는 정확하게 아이의 유치원 부근이었고 유치원에서 먼저 아이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알려 왔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제멋대로 뛰는 것 같았다. 빨리 데리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지갑과 휴대폰도 잊은 채 무슨 정신으로 아이를 데리러 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렇게 유치원에서 아이를 무사히 집으로 데려온 후 에야 나는 겨우 한숨을 돌렸다. 그런데 그제야 느껴진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바깥 상황은 전혀 모른 채 일찍 마쳤다고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에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정말 뉴스에서만 보던 사건 사고들이 남일 같지 않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고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일 같았다. 그리고 그날의 사건으로 인해 나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 재난과 재해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트라우마가 생겨 버렸다. 특히 아이들에 대한 부분에서 더욱 그렇다.

산 너머 불 구경! 내 아이가 그 산 아래 있어도 하시겠습니까? ⓒ여상미
산 너머 불 구경! 내 아이가 그 산 아래 있어도 하시겠습니까? ⓒ여상미

나중에 알고 보니 산 너머 발화지인 공장에서 화재가 초기에 진압이 안 될 정도로 커지는 바람에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뒤늦게 소방 당국에서 경계 단계를 격상시켜 반대편인 우리 동네의 모든 소방차들도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실제로 불이 옮겨붙은 것은 아니라 그것이 전부였다. 결국 우리 지역 주민들은 그날의 화재가 모두 진화될 때까지 어떤 재난 재해 메시지도 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뒤늦게 퇴근하고 돌아온 주변 부모들에게 내가 직접 알리느라 바빴다. 게다가 불이 번질 뻔한 산 아래에는 아이의 유치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측 역시 어디에서도 공식적인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불이 직접 산까지 번졌다면 그땐 연락이 왔을까? 그렇게 되어야 아이들을 대피시켰을까? 그리고 그렇게 하는 방법이 최선이었을까? 너무 잘 아는 속담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가진 안전불감증이 과연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트라우마 문제일까? 아직도 이렇게 안일한 대처를 하기에는 이미 너무 가슴 아픈 전적들이 있지 않은 지, 그리고 그 과오를 반복하는 것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해서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미흡한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잘못을 되풀이하는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또 한 번 육아와 안전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한 하루였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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