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끝자락... 여전히 집이 없는 가족의 미국 월세살이 이야기
코로나 시대의 끝자락... 여전히 집이 없는 가족의 미국 월세살이 이야기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1.06.28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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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인류학] 우리 아이들이 편하게 살 곳을 찾고 싶은 마음
지난 겨울 동안 집에만 갇혀있다가 날씨가 좀 풀릴 때만 겨우 밖에 나가서 놀던 아이들. 올 봄 쯤에는 월세 아파트 탈출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또 기약없이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것 같다. ⓒ이은
지난 겨울 동안 집에만 갇혀있다가 날씨가 좀 풀릴 때만 겨우 밖에 나가서 놀던 아이들. 올 봄 쯤에는 월세 아파트 탈출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또 기약없이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것 같다. ⓒ이은

남편이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하던 시기, 우리는 고학력 비정규계약직원의 허울만 좋은 신분으로 이 곳 저 곳으로 이사를 다녔었다. 그러다 남편이 임용이 되면서 몇 해 전 지금의 도시에 정착하게 되었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지금 사는 곳에서 1년여 정도 머물면서 동네에도 익숙해지고 천천히 집을 알아보고 집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마저도 우리 집이라기 보다는 은행의 집이라고 불러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던 것이 갑자기 코로나 상황 때문에 모든 것이 정지되고 집을 구매하려던 우리의 계획도 일단 무기한 연기를 했다. 이제 코로나도 점점 끝나가고 코로나 상황에서 매일 집에만 갇혀 있다 보니 아이들이 뛰어놀 수도 없고 방음이 거의 안되는 미국 아파트 생활에 점점 더 지쳐가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달부터 다시 집을 알아보려고 미국의 주요 부동산 웹사이트들을 주기적으로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깜짝 놀랄만한 상황이 펼쳐졌다. 몇 달 만에 이 작은 시골 동네의 집 가격이 대폭 상승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마켓에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모두 팔리고 있어서 문의를 하거나 집을 보러 갈 여유조차 되지 않았다. 영국에 본사를 둔 부동산 컨설팅 기업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의 2020년 12월 보고에 따르면 전세계의 집 값은 코로나가 판데믹 화 되면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미국의 경우도 하우징 마켓의 집값이 4~5% 이상 상승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구매 수요자로서의 체감하기에 집값 상승은 더 심하게 느껴진다. 실제로도 특히 4인 가족이 살 만한 집, 아이들의 학군을 고려한 동네의 집의 경우는 집값이 30% 이상 까지도 상승해 있는 상태이다. 2021년의 중반부에 다다른 지금 현재는 집값이 작년 말보다도 더 많이 올라있다. 미국의 집을 구매할 시에는 낙찰 받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각각의 구매 수요자가 지불할 가격과 조건을 써서 제출하고 판매자가 이 중에서 구매조건을 결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요즘과 같이 매물이 없는 상태에서는 경쟁이 심하고 실제적으로 구매가 가능한 가격은 판매하는 사람이 처음 제시한 금액보다도 훨씬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우리는 지금 당분간은 집을 사지 않는 편이 나은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우선 마음에 드는 집이 전혀 나오고 있지 않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의 이동도 줄어들었고 각종 공사가 전면 취소되었거나 속도가 평소보다 느려져서 마켓에 나오는 집도 극도로 줄어들었다. 코로나로 집의 넓이, 정원과 지하실이 있는 집이 더욱 중요하게 고려되면서 일부 집에 대한 수요자는 대폭 증가했다.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구매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다.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답답해 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아이들이 뛸 까봐 혹시라도 큰 소리를 낼 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제 날이 좋아져서 가까운 공원이라도 산책할 수 있고 바깥 활동이 좀 더 여유로워졌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는 조금 힘들어도 아이들과 자주 바깥 활동을 하고 당분간은 계속 월세 생활을 할 예정이다. 매달 나가는 월세를 보면 한국에만 있는 전세 제도가 부럽기는 하지만 요즘 한국 상황을 보면 한국에 있었더라도 이미 오를 때로 오른 한국의 어마어마한 집 값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었을 것 같지 않다.

코로나 때문에 집값은 더 오르고 다음해 월세도 해마다 올랐 듯이 또 오르겠지만 은행 잔고는 오를 줄 몰라서 조금 안타깝다. 돈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고(현재도 잘 모르고) 또 딱히 좇지도 않았지만 요즘 같은 때는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편히 살 집을 꼭 찾고 싶은 미국 엄마의 넋두리도 한국 엄마의 그것을 닮은 것 같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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