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비가 와~” 빗소리를 모르던 엄마에게 알려주는 너
“비~비~비가 와~” 빗소리를 모르던 엄마에게 알려주는 너
  • 칼럼니스트 이샛별
  • 승인 2021.07.13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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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빗소리를 보여준 아들
빗방울이 내리는 소리를 알려주던 너에게 고마워. ⓒ이샛별
빗방울이 내리는 소리를 알려주던 너에게 고마워. ⓒ이샛별

이제 장마가 시작되었다. 알게 모르게 내리던 소나기와 우리가 잠든 사이에 내렸다가 그친 빗소리는 나는 잘 몰랐다. 그런데 내 아들은 빗소리를 알아가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방 안에서 우리끼리 둘러앉아 블록을 쌓고 있었다. 블록을 쌓던 중에, 창문 사이로 구름이 갑자기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 전에는 화창했는데 갑자기 어두워지니까 우리 둘이서 동시에 창문을 쳐다보았다. 아들 예준이는 창문을 바라보다 말고 다시 블록을 마저 쌓았다.

블록이 무너지는 ‘와르르’ 소리에 신나 하다가도 다시 창문을 바라본 예준이의 시선을 따라 내 시선도 창문을 향했다. 그러더니 아들이 말하는 입 모양은 “엄마~ 비가 와~ 비~ 비~” 이랬다. 그래서 다시 일어서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정말로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바깥이 궁금한지 엄마 다리에 매달리는 예준이를 안아들었다. 다시 예준이에게 물어봤다. “비가 어떻게 내려?” “비가 이만큼 와~ 많이~” 자기 손으로 크게 원을 그려 보이며 대답하는 예준이를 통해 지난밤의 사건이 생각났다. 가족이 모두 잠든 밤이었다. 한참 자고 있던 나를 흔들어 깨운 예준이를 잠결에 안아 주며 달랬다. “예준아? 꿈꿨어?” “아니~아니~밖에~밖에~” 불꺼진 방이어서 예준이의 입 모양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대충 알아들었다.

“밖에 뭐? 괜찮아. 엄마랑 같이 자면 돼” 하며 토닥이니 다시 잠들었던 예준이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뭐였을까? 새삼 궁금해졌다. 엄마로서 짐작일 뿐인데 새벽 내내 비가 내려 빗소리에 잠에서 깬 것이 아닐까 했다. 그렇게 ‘빗소리’를 보여준 예준이와 같이 소나기가 그칠 때까지 열심히 바깥을 바라 보았다. 한참 내리다가 그친 소나기 사이로 집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놀이터~놀이터~”를 외치는 예준이에게 “나가고 싶어?”라고 물어보는 엄마의 눈동자에는 아이의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래, 우비 입고 나가자~” 우비를 챙겨 입히고, 다시 내릴까 싶어 우산을 챙겨들고 나갔다. 방금 전까지 비가 내렸다가 그쳐서 바닥엔 물이 고여있었다. 아이는 장화를 신고 ‘첨벙첨벙’ 발장구를 치며 신났다. 이렇듯 아이와 눈빛으로, 표정과 몸짓으로 교감하며 일상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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