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꽃 한송이 피운 '행복하게 협동조합', 아름다운 꽃나무로 성장하길
작은 꽃 한송이 피운 '행복하게 협동조합', 아름다운 꽃나무로 성장하길
  • 칼럼니스트 김덕화
  • 승인 2021.11.0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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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발달장애아이 키우기] 좌충우돌 '행복하게 협동조합' 설립기 2부- 협동조합 설립과 창립프로젝트 개최까지
행복하게 협동조합 창립프로젝트 '엄마가 행복한 요리 더 기쁜 반찬나눔'. ⓒ김덕화
행복하게 협동조합 창립프로젝트 '엄마가 행복한 요리 더 기쁜 반찬나눔'. ⓒ김덕화

제주에서 발달장애가족 지원사업을 하는 '행복하게 협동조합'은 ‘제주 여성공동체 창업창업보육 지원사업’과 ‘청년 등 협동조합 창립지원사업’의 도움으로 창업지원금과 창업교육, 컨설팅을 받으며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1부 창업 교육과 사업계획서 작성까지의 과정을 소개했고, 2부에서는 협동조합 설립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서류와 서류의 연속, 협동조합이라는 ‘틀’을 만들기

이제는 정말 협동조합 ‘설립’해야 한다. 그동안의 과정은 협동조합 안에 담을 ‘내용’을 만드는 일이었다면, 다음은 내용을 담은 ‘틀’을 만드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의 설립 단계는 조합원 구성을 한 후 창립총회를 거치고, 정관을 만들고, 출자금을 마련하고, 협동조합 설립 법정 서식을 작성해 시청에 접수하면 우선 설립허가는 끝난다. 그다음은 법원에 등기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증이 나오면 영업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서류와 서류의 연속이다. 하나라도 틀리면 다시 수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해서 꼼꼼하게 준비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이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산 하나를 넘으면 또 더 높은 산이 나타나는 기분. 모든 과정이 처음인지라 작은 차이를 알아차리기 어려웠고, 지원조직에서 받은 참고서류나 조언들이 조금씩 달라서 뭐가 맞는지 확인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일을 몇 번씩 반복하기도 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처음 계획한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지 못하고 일반협동조합을 설립한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공익 성격의 협동조합을 할 것이기에 비영리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목표로 했다. 이후 지원사업이나 후원금 모금 등에도 비영리법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끝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하지 못했다. 촉박한 사업일정 때문이었다. 우리 팀이 참여한 지원사업은 올해 11월 안에 협동조합 설립을 끝내고, 지원금 1500만 원과 조합원 출자금을 합한 2000여만 원을 모두 소진해야 하는 사업이었다. 시간은 4개월 남짓 남았는데, 도저히 그동안 창립총회와 설립, 우리가 계획한 협동조합 창립 프로그램 진행까지는 무리였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설립 기간이 일반협동조합보다 훨씬 길다. 일반협동조합은 모든 과정이 2~3주면 끝난다면, 사회적협동조합은 최소한 3개월이다. 최근에는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건수가 많아져서 그 이상도 걸린다고 했다. 결국,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 서류 준비를 거의 다 마무리했지만, 고심 끝에 마지막에 일반협동조합으로 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행복한 요리, 더 기쁜 반찬나눔' 프로그램은 발달장애아 부모들에게 즐거운 요리수업과 이웃의 발달장애가족과 반찬을 나누는 사업이었다. ⓒ김덕화
'엄마가 행복한 요리, 더 기쁜 반찬나눔' 프로그램은 발달장애아 부모들에게 즐거운 요리수업과 이웃의 발달장애가족과 반찬을 나누는 사업이었다. ⓒ김덕화

◇ 9월 30일, '행복하게 협동조합'이 탄생하다

이웃 발달장애가족과 나눈 반찬도시락. 참가자들은 반찬을 나누는 그 자체에 무척 행복해했다. ⓒ김덕화
이웃 발달장애가족과 나눈 반찬도시락. 참가자들은 반찬을 나누는 그 자체에 무척 행복해했다. ⓒ김덕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일반협동조합으로 서류 준비를 해 설립절차를 거쳤다. 설립허가, 등기, 사업자등록증까지 나오는데 3주 정도 걸린 것 같다. 설립절차가 마무리되니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평소 고질병이었던 어깨통증과 손가락 관절염이 도지고 매일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은 나날들, 잠을 자도 꿈속에서도 일하는 것 같은 시간이 지나고 사업자등록증을 받으니 날아갈 듯 기뻤다. ‘이 종이 한 장을 받으려고 이렇게도 우리가 애를 썼구나, 이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에 벅찼다.

행복하게 협동조합은 이 긴 여정을 마치고 9월 30일에 창립하게 됐다. 협동조합 설립을 누가 쉽다고 했던가? 4월부터 10월까지 거의 7개월에 걸친 대장정이었고, 개인적으로 능력의 한계를 느끼며 좌절한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행복하게 협동조합이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이 긴 과정에서 팀원끼리 마음이 틀어지는 일은 거의 없었고, 사업화에 대한 논의만큼 팀워크 교육을 함께 받아오면서 더 단단해진 팀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이 몰려 힘든 동료는 지지해주고, 잘 모르는 부분은 서로 돕고 채워가면서 긴 7개월의 협동조합 설립 기간을 함께 했다.

◇ '행복하게 협동조합', 아름다운 꽃을 계속 피우는 나무로 성장하길

두번째 창립프로젝트 '가을밤 행복한 별빛영화제'. ⓒ김덕화
두번째 창립프로젝트 '가을밤 행복한 별빛영화제'. ⓒ김덕화
행복하게 협동조합 두번째 창립프로젝트 '가을밤 행복한 별빛영화제'. ⓒ김덕화
행복하게 협동조합 두번째 창립프로젝트 '가을밤 행복한 별빛영화제'. ⓒ김덕화

드디어 행복하게 협동조합은 두 번의 창립프로젝트를 근사하게 치루며 제주도 내 발달장애 가족들에 우리의 탄생을 알렸다. 첫 번째 창립프로젝트는 '엄마가 행복한 요리, 더 기쁜 반찬 나눔' 사업이다. 10월 한 달간 총 16명의 발달장애 부모가 모여 요리 수업을 하고, 준비된 반찬은 자기 가족과 이웃의 발달장애 가족에게 나눔을 하는 기획이었다. 요리 수업은 제주의 유명한 향토음식 전문가인 양용진 쉐프가 나서 주셔서 더 뜻깊은 시간이 됐다. 참가자들은 요리수업 후 식사도 즐거워했지만, 반찬도시락을 주변 발달장애가족과 나누는 것에 더 기뻐했다. 반찬을 선물받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모습에 행복감을 느낀 것이다. 

두 번째 창립프로젝트는 돌하르방미술관에서 열린 '가을밤 행복한 별빛영화제'다. 호젓한 가을밤 나들이를 하기에 제격인 행사였고, 이 자리에 모인 발달장애 가족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발달장애가족 5가족이 모여 행복하게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제 막 꽃을 피운 우리 협동조합이 앞으로 오랫동안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나무로 성장하길 바란다. ⓒ김덕화
오랫동안 함께해온 발달장애가족 5가족이 모여 행복하게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제 막 꽃을 피운 우리 협동조합이 앞으로 오랫동안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나무로 성장하길 바란다. ⓒ김덕화

행복하게 협동조합은 이제 겨우 설립된지 한달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오래전에 뿌린 씨앗이 싹을 틔워 이제 작은 꽃 한 송이를 피운 것 같다. 작은 꽃 한 송이가 그대로 져버릴지, 튼튼한 꽃나무가 되고, 큰 꽃나무 숲이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이 뜨겁고 행복한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계속 꽃을 피우는 나무로 남게 되지 않을까? 발달장애 가족도 행복하게,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은 이 열망이 이어진다면 말이다.

*칼럼니스트 김덕화는 제주에서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발달장애 가족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발달장애 가족들이 모여 '행복하게 협동조합'을 만들고, 대표 일꾼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이해교육강사, 발달장애그림책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에 공동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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