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학교 간 아이들, 유튜브 안 보고 친구랑 논단다
"가을이 오네" 싶었는데 가을도 막바지인 것 같은 요즘이다. 바람이 차갑다. 그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도 심상치 않다. ‘가을, 너를 이렇게 그냥 보낼 수는 없다’ 싶어 길을 나섰다. 그래 봐야 동네 한적한 길. 커피 한 잔을 사서 혼자 천천히 걸었다. 벤치가 보이면 마스크를 잠시 벗고 커피를 마셨다. 한 모금 마시고 얼른 마스크를 썼다. 떼었다 붙였
"가을이 오네" 싶었는데 가을도 막바지인 것 같은 요즘이다. 바람이 차갑다. 그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도 심상치 않다. ‘가을, 너를 이렇게 그냥 보낼 수는 없다’ 싶어 길을 나섰다. 그래 봐야 동네 한적한 길. 커피 한 잔을 사서 혼자 천천히 걸었다. 벤치가 보이면 마스크를 잠시 벗고 커피를 마셨다. 한 모금 마시고 얼른 마스크를 썼다. 떼었다 붙였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개그맨 부부들의 생활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관찰 예능 ‘1호가 될 순 없어’(JTBC)를 보게 됐다. 마침 김지혜·박준형 부부가 냉장고를 정리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종종 냉장고 문을 열어 두는 아내의 ‘버릇을 따끔하게 고쳐주겠다'(누가 누구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건지,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알 수 있겠지만)며 벌어진 일이었다.
지난 1월 말. 무슨 바람이 불었던 건지 집을 계약했다. 집을 알아본 지 2주 만이었다. 지금 사는 집은 둘째가 태어난 집이자, 신혼집에서 4년을 살고 이사한 집이었다. 그 후 10년을 이 집에서 살았다. 올해 큰아이가 중학교에 가고, 작은아이가 열 살이 되면서 각자 제 방을 마련해 줘야겠다 싶었다. 미적거릴 시간이 없었다. 2월은 내가 안식월을 쓰는 때였
8월은 내게 가장 ‘핫한’ 달이다. 4일, 11일, 23일이 특히 그렇다. 나를 제외한 온 가족의 생일이 모두 8월 달력에 있기 때문이다. 삼복더위에 세 번의 미역국 노동이 나를 기다리는 8월. 생각만 해도 땀이 흐른다. ‘미역국 노동’이라 말하긴 했지만, 미역국 끓이는 일이 그렇게 싫진 않다. 아마도 그건 내가 미역국을 좋아하기 때문이리라. 어떤 사람은
'꽃 핀 적엔 보지 못했네.’ 「수박이 먹고 싶으면」으로 잘 알려진 김장성 작가가 쓰고 정유정 작가가 그린 「겨울, 나무」(이야기꽃, 2020년)의 첫 문장이야. 여기까지 읽은 내 첫 반응은 '무슨 그림책이 이래?' 였어. 다음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가 없을 만큼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이었거든. 한동안 멍한 기분마저 들었지. 하지만 어느새 내 손
처음은 뭐든 어색하다. 불편하다. 처음 출근하던 날도, 처음 다른 부서에서 일하게 된 날도, 처음 출장을 가서 만난 사람도…. 처음이란 말이 익숙해질 법도 할 만큼 수많은 '처음'을 보냈지만, 처음은 항상 언제나 힘들다. 외롭고 괴롭다. 겨우겨우 넘어가야 하는 깔딱 고개 같다. 동네 뒷산을 오를 때마다 가장 초입에 만나는 깔딱 고개는 얼마 높지도 않은데 매
아이들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SBS )의 '찐팬'이었다. 나도 그랬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내 일이 보였다. 그들의 마음이 내 마음처럼 읽혔다. 기사를 편집하는 편집기자의 일을 어찌 감히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비교할 수 있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어떡하나. 나는 그랬는걸. 김사부가 생각하는 의사란 일이 내가 하는 편집 일
목욕탕 하면 이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조금이라도 더 때를 밀려는 엄마와, 1초라도 빨리 엄마 손에서 벗어나고 싶은 딸. 결혼 전까진 그랬는데 결혼하고 나니 목욕탕에 혼자 가는 맛이 아주 좋았다. 엄마처럼 때를 밀 이유가 없었다. 대충대충 슬렁슬렁하는 목욕. 식혜 혹은 바나나 우유 하나 정도는 꼭 먹어줘야 하는 목욕탕의 참맛을 알게
"3월에는 연락하겠다"는 친구가 아직도 소식이 없다. 어찌 된 일인지 궁금했지만 기다렸다. 집안 문제인 것 같은데 친구는 별로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다는데 굳이 캐묻지 않았다. 도움은 나 편하자고 아무 때나, 아무 걸로 하는 게 아니라고,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도움이어야 한다'고 책에서 읽었다. 크게 공감하며 읽었으니 실천에 옮기려고
코로나19 확진자 엄마에게. 안녕하세요. 회사 후배가 읽어보라고 보내준 링크를 타고 가 보니 '나는 코로나19 확진자입니다(https://brunch.co.kr/@shinecho21/1)'라는 제목의 글이 보였어요. '쿵' 하고 마음이 내려앉았습니다. 당신은 남편에게 감염됏다고 했습니다. 이어 '저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라는 문장을 읽게 됐을 때, 제 마
"엄마, 엄마! 여기 이 책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와!" "응? 정말? 진짜네." 몰랐다. 아이들이 학습만화 「내일은 실험왕19」 '지형의 대결' 편을 들고 오면서 증거를 내밀 때만 해도 작가에게 예지력이라도 있나 했다. 아니었다. 내가 잘 몰랐을 뿐, 코로나바이러스는 원래 있던 거였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데노바이러스·리노바이러스
"언니 집에 OO책 있어?" "아니 없는데…우리 집에 있는 건 이거!" "아, 내가 착각했네. 있으면 좀 빌려보려고 했어. 요즘 나 책 빌려서 잘 봐."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아이들이 어렸을 적, 나를 전집의 세계로 이끌다시피 한 동생이었다. 그런 동생이 책을 안 사고 빌려본다고? 이게 무슨 일이람? 궁금증은 자세히 이야기하면서 풀렸다. "언니 나 요즘 책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온 안식월인가 싶었는데, 출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이렇게나 빠르다. 하루 세끼 이렇게 밥을 열심히 차린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은 요즘. 오늘 하루도 멍 때리다 공칠 것 같아 지난 3주간 뭘 했나, 돌아보기로 했다. 그야말로 '코로나19'와 함께 한 안식월이었다. 지난 설 이후 내가 사는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이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마스크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많이 들었다. 마스크 가격이 3~5배 혹은 그 이상 폭등했다는 이야기도. 그런데 그 뉴스가 나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몇 개월 전에 사 둔 성인용 마스크 한 통이 현관 옆에 있는 걸 얼핏 확인했을 뿐이다. 이거면 되겠지 싶었던 거다. 이유가 있다. 지난 설 연휴 이후 2월까
예비 중학생 큰아이는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너무 많은 학원에 다니다가 질려서 그런 게 아니다. 오히려 아이는 초등학교 내내 예체능이 아닌 학원은 거부했다. 한때는 미술학원마저 거부했다. 저학년 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고학년이 되자 더 완강하게 거부했다. 친구들이 학원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다. 매일 숙제에 치이는 걸 봐서 그런지 아이는 한사
'학습지 지참 휴가를 반대한다'라고 적힌 대목을 보자마자 '혹시 우리 애들도 그런가?' 싶어 고민에 빠졌다. 뜨끔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나도 여행을 갈 때면 꼭 학습지를 챙겼다. 밀리면 하기 힘들고, 하기도 싫어지니까. 당연히 아이들 의사를 물어본 적은 없었다. 으레 그래야 할 것이었다. 학원도 안 가는데 이 정도는 기꺼이
"아이가 이제 곧 생리하겠네요." 2020년을 이틀 앞두고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을 하러 보건소에 간 날이었지. 미리 적어 낸 문진표를 확인하고 진료를 끝낸 의사가 예언하듯 말했어. 그리고 내게 물었지. "생리를 하게 되면 생리통이 있을 수 있어요. 그건 대부분 엄마를 닮는데 엄마는 어땠어요?" "요즘은 좀 심할 때가 있는데, 생리통이 심한 편은 아니었
"아이가 몇 살인가요?" "7살이요." "7살은 입장이 안 됩니다. 그 정도 매너는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가 사는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에서 신년음악회가 열리던 날이었어요. 이 대화는 제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뒤에 앉은 가족에게 아이가 공연 입장이 가능한 나이 규정을 어겼다며 항의하는 말이었습니다(이날 공연은 8세부터 입장이 가능했어요). 1부 공연
"욕은 하면 안 돼." 욕하지 말라고 배웠다. 내 아이들에게도 욕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그건 해서는 안 되는 나쁜 말이라고 알려줬다. 어디선가 누군가 욕하는 소리가 들리면 자동으로 얼굴이 돌아갔다(그렇다고 눈도 못 맞추면서!). 버스 안이나 지하철, 혹은 카페에서 말끝마다 '씨X'을 붙이는 아이들을 보며 개탄했다. '세상에 바르고 고운 말이 얼마나 많은데
운동을 막 마치고 집에 왔을 때였나? 네 아빠가 놀란 표정으로 와서 말하더라.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라고.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네가 친구 문제를 상담했다는 거야. 그것도 1시간 동안이나. 평소 과묵한 너의 '다른' 모습에 아빠도 놀라고, 그 사실을 들은 나도 놀랐지. 넌, 내가 오길 기다렸다가 말하고 싶었는데 참을 수가 없어서 아빠에게 먼저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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