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모두 구분없이 어울려 마음껏 놀 수 있어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모두 구분없이 어울려 마음껏 놀 수 있어요"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12.16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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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병수 미션잇 대표·이혜연 전국장애영유아부모회 고문(上)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우리 아이도 남들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놀이터에서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어울려 규칙 없이도 잘 놀 수 있는 곳, ‘모두를 위한 놀이 Paly for all’ 체험 전시회를 찾아 기획·제작자와 장애아동 양육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자 말   

지난 8일 서울시 장사동 세운상가 세운홀에서 진행된 ‘모두를 위한 놀이 Paly for all’ 체험 전시회를 찾아 기획·제작한 김병수 미션잇 대표(왼쪽)와 이혜연 전국장애영유아부모회 고문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8일 서울시 장사동 세운상가 세운홀에서 진행된 ‘모두를 위한 놀이 Paly for all’ 체험 전시회를 찾아 기획·제작한 김병수 미션잇 대표(왼쪽)와 이혜연 전국장애영유아부모회 고문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부모님들 입장에서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다', 또는 '우리 아이는 장애가 없다'로 생각할 수 있는데 정작 아이들의 놀이는 그룹으로 구분해서 진행되지 않아요. 다양한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 파트너로 만나, 다양한 변수 발생의 여지를 두는 것뿐이에요. 여러 가지 상황을 놀이를 통해 경험하는 것 자체가 큰 성장의 기회라고 볼 수 있죠.”(소통과지원연구소 정유진 실장, Paly for all 가이드북, 13쪽)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우리 아이도 남들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놀이터에서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놀이터 놀이기구는 장애아동이 타고 놀 수가 없게 돼 있다. 별도로 개발된 휠체어 그네 등의 기구조차 현행법에 따른 장애아동용 놀이기구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어 기존 놀이터에는 설치할 수가 없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어울려 규칙 없이도 잘 놀 수 있는 곳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8일 서울시 장사동 세운상가 세운홀에서 진행된 ‘모두를 위한 놀이 Paly for all’ 체험 전시회를 찾았다. 이번 놀이 체험 전시를 기획하고 제작한 김병수 미션잇 대표와 아홉 살 발달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이혜연 전국장애영유아부모회 고문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내용을 상편(김병수 대표), 하편(이혜연 고문)으로 나눠 정리했다. 

◇ “규칙을 정해놓지 않아서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놀 수 있어요”

김병수 미션잇 대표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놀이 방법은 똑같았고 구분없이 다 같이 어울려 놀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병수 미션잇 대표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놀이 방법은 똑같았고 구분없이 다 같이 어울려 놀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어떻게 ‘모두를 위한 놀이 Play for all’ 체험형 전시를 기획하게 되셨나요?

김병수 대표(이하 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시민액션플랜 프로젝트 공모가 있어 지원해 맡게 됐어요. 시민들이 제안한 것을 심사위원들이 네 가지 주제를 선정했는데 하나가 ‘장애아동 놀이터’였어요. 저도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아빠라 어디를 가나 놀이터를 찾아다니고 관심 있게 보고 있었어요. 체험형 전시를 생각한 건, 놀이터를 만들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주어진 예산 안에서 효과적으로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노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놀이 시설물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체험형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체험형 전시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 기획하셨어요?

김: “서진학교 학부모님들과 장애통합어린이집 학부모님 그룹인터뷰를 진행했고요,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학년 발달장애 아동을 찾아가 만났어요. 아이들 노는 모습도 관찰하고, 놀이 전문 디자이너 인터뷰 통해 어떤 공간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그리게 됐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장애아동 부모님들은 어떤 말씀을 좀 해주셨을까요? 

김: “인상 깊었던 건,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거였어요. 저도 처음에는 (노는 방법이) 다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요, 막상 노는 거 보면 아무런 차이가 없더라고요. 휠체어 사용하는 아동의 경우, 경사로가 필요하다거나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발달장애 아동은 놀이 방법이 똑같았습니다. 정말 전혀 차이가 없어서 누가 발달장애 아동인지, 자폐아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어요. 다 같이 어울려 놀 수 있다는 점, 그게 부모님들에게 받은 중요한 인사이트였습니다. 공간 안에서 생각한 건, 규칙을 정해두지 않는 것이었어요. 장애아동의 경우, 줄 서는 게 어려울 수 있고 그것 때문에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거든요. 여기는 규칙을 정해놓지 않아서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소재로 지관(종이 파이프)을 사용하셨어요. 이유가 있으실까요?

김: “적은 예산이 창의력을 불러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웃음). 아이들 안전을 위해 모나거나 날카로운 부분이 없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둥글고, 종이를 사용하면 될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반 시게루’라는 일본 건축가가 있는데요, 그 건축가가 지관을 건축 소재로 사용한 것을 참고했습니다.” 

◇ “누구나 함께 잘 놀 수 있는 사회 되면…모든 아동의 놀 권리를 지켜줄 수 있어”

‘모두를 위한 놀이 Play for all’ 체험형 전시장은 특수 제작된 171개의 고강도 지관(종이 파이프)을 연결한 놀이 조형물이 있어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숨바꼭질과 높이에 대한 도전, 좁은 곳 들어가기 등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모두를 위한 놀이 Play for all’ 체험형 전시장은 특수 제작된 171개의 고강도 지관(종이 파이프)을 연결한 놀이 조형물이 있어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숨바꼭질과 높이에 대한 도전, 좁은 곳 들어가기 등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대표님이 ‘모두를 위한 놀이터’를 만드시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게 있다면 어떤 건가요?

김: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놀 수 있게 하는 것이었어요. 특수 제작된 171개의 고강도 지관을 쌓아서 한쪽은 높고, 한쪽은 낮게 차이를 뒀어요. 연령에 따라 신체적 능력과 성향 등 다양성을 고려해서 놀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누군가는 올라가서 내려오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높은 데 올라가는 게 싫은 친구들은 관을 통과하는 놀기도 하고요, 부모와 서로 반대편에서 까꿍 놀이를 하는 등 상호작용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걷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아래서 기어 다닐 수도 있고요. 손으로 만지는 촉감놀이를 할 수도 있고요, 낮은 곳은 발로 밟고, 뿌리고, …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요. 정해진 게 없으니까요. 저 한쪽 모퉁이에는 심리안정실을 뒀어요. 자폐아동이 스펙트럼이 일어날 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하셔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이용을 많이 하진 않고 그냥 노는 곳 중 하나로 쓰이고 있어요.”

-전시 놀이터에 실현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있으세요?

김: “휠체어 탄 아이도 놀 수 있도록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긴 했습니다. 다만, (전시장 내) 계단을 이용해 경사로를 지관으로 만들어 미끄럼틀을 탈 수 있도록 해보려고 마지막까지 고려했는데 예산 문제도 있고 일정의 촉박함도 있어서 결국 못했어요. 공모 선정되고 기획부터 제작 전시까지 50일 정도 걸렸거든요. 최소 기간 내 최소 예산으로 만들어 냈다고 보시면 됩니다(웃음).”

-오늘(인터뷰한 날)이 체험 전시 마지막 날인데요, 추후 어떤 계획이 있으세요?

김: “코트라에서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두 번째 전시를 기획하고 있어요. 다른 곳과도 전시와 관련해 협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을 위해서 현지에 있는 소재를 활용해 놀이터를 만드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요. 지관처럼 종이 소재로 친환경적이면서 저렴하게 접근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미끄럼틀, 시소, 그네 이런 놀이기구는 비용이 많이 들어요. 놀이기구가 없더라도 애들이 여기 와서 한 시간, 한 시간 반씩 땀 뻘뻘 흘리면서 놀다 가요. 아이들이 다채롭게 놀 수 있도록 어른들이 제공해준다면 개발도상국 아이들의 놀 권리도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려요.

김: “처음 지관으로 놀이터를 시도했는데요, 더 다양한 재료로 더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어요. 이런 기회가 전시회가 아니더라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놀이 공간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지난 주말에 5~60명 정도 다녀갔어요. 인천, 경기도 등 멀리서도 와주셨어요. 실내에서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곳이 없잖아요. 장애아동들도 실내공간에서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들도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섞여 노는데 누가 장애를 가졌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고 하셨거든요. 앞으로 이런 경험이 많아지면 누구나 어울려 놀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구나 나와서 함께 잘 놀 수 있는 사회가 되면 모든 아동의 놀 권리를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하편)"우리 아이도 남들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놀이터에서 놀 수 있었으면…"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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