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늦게 오면 공적돌봄 확대해도 문제 해결 안 된다"
"엄마 아빠 늦게 오면 공적돌봄 확대해도 문제 해결 안 된다"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2.07.21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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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전문가 등이 본 '우리가 아이들의 여름방학을 두려워하는 이유'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돌봄 공공성 강화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가 방학이 두려운 부모와 교사, 전문가들과 모여 "왜 우리는 방학이 두려운가"를 주제로 한 라운드 테이블을 21일 오전 11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개최했다. 

라운드 테이블에는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와 초등학교 3학년 자녀의 엄마 김은정 씨, 정현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초등돌봄전담사 전국분과장,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김진석 교수는 이날 라운드 테이블의 사회를 맡았다.

우리는 왜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두려운가? ⓒ정치하는엄마들
우리는 왜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두려운가? ⓒ정치하는엄마들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두 아이의 양육자다. 박 공동대표는 현재 서울시 공공돌봄인 우리동네키움센터와 사교육을 병행하며 아이들 돌봄을 수행한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가장 최우선으로 삼는 조건은 '이동권'. 이와 같은 맥락에서 양육자들이 태권도장을 선호하는 이유도 아이들에게 '픽업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방학이 되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아이들의 식사. 밥을 해두고 나가거나, 카드나 돈을 놓고 출근하는 양육자, 배달을 직접 집으로 시켜주는 양육자도 많다. 방학이면 양육자에겐 '아이들의 끼니'를 챙겨야 한다는 숙제가 생기는 셈이다.

박민아 공동대표는 "공적돌봄 확대에 매우 동의하나 양뿐만 아닌 질을 향상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며 "이용자 중심으로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공적돌봄 확대와 더불어 조건없이 보편적 공적 돌봄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충분한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씨의 자녀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 아이 4살 때부터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봐주셨다. 공백이 생기면 사교육으로 해결. 학원 접근성이 좋아서 학교 마친 후 학원에 가고, 아이는 부모의 퇴근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의 식사는 할머니가 챙겨주신다.

힘든 점은 맞벌이 부부로서 아이의 필요에 맞는 공적 서비스를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또, 보육이 아닌 교육이 필요한 시기에 부모가 원하는 피드백을 주면서 아이를 교육해줄 공적 서비스는 찾기 어려웠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결국 학원. 현재 김은정 씨의 자녀는 하교 후 테트리스처럼 5~6개 학원을 맞물려 다니고 있다. 비용이 상당히 들지만 정보를 접하기 쉽고, 접근성이 좋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은정 씨는 "분절된 서비스와 부족한 예산, 노동자 처우 등을 보면 정부가 돌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라며 "지역마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돌봄서비스가 마련돼있더라면 아이는 지금과 다른 형태로 생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돌봄서비스가 확대되려면 학부모 신뢰가 우선"이라며 "사교육이라는 대체제가 있는 상황에서 공적 돌봄이 학부모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초등돌봄전담사 전국분과장은 "교육부는 계속해서 돌봄교실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교육감과 학교장에 따라 돌봄교실 질이 달라진다"라며 "돌봄교실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지자체 이관을 주장하거나 무턱대고 양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돌봄교사의 처우를 향상하고 통일된 급여와 안정적인 노동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에 따르면 초등학년기 공적돌봄 이용률은 20%다. 우리나라 0~2세 공적돌봄 이용률은 56%고, 3~5세는 95%다. 즉 95%의 아동이 공적돌봄을 이용하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이용할 수 있는 공적돌봄의 양이 절대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라는 것. 사적돌봄은 여성에게 전가되고, 자연스럽게 사교육에 의존하는 양상으로 흐른다.

김진석 교수는 공공돌봄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함과 동시에 '부모의 돌봄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돌봄이 충분히, 양과 질 모두 부모와 아이의 욕구를 채울수 있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부모의 왕성한 사회경제적 활동을 담보할 수 있는 체계가 돼야하는데, 이때 핵심은 이용자 중심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9시부터 18시까지 직장에 있는 것이 보편적인 현재의 노동시장에서 단순히 공공돌봄의 확대만으로 돌봄 공백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며 "노동시간의 유연화, 풍부한 사회적 돌봄이 존재해야 한다. 일례로 육아휴직의 경우 공무원, 대기업 노동자 위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불안정노동자들이 존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계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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