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었지만 아직까지 유아교육의 본질과 특성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유아교육의 근간을 훼손하는데까지 이르게 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이들이 1년 일찍 초등학교로 진학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학제개편안은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일반인들과 정책입안자들의 유아교육에 대한 인식부족을 여실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 즉 '유보통합'이라는 커다란 숙원과제를 두고서는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유아교육 정책을 바로세우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한국유아교육학회와 함께, 앞으로 유아교육정책의 근간이 될 유아교육 철학에 대해 여섯 차례에 걸쳐 기획연재를 진행하면서 유아교육의 본질과 유아교육의 고유한 특성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유아교육은 인간 생애 중 가장 어리고, 성인과는 질적으로 다른 인생의 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가르치고 길러내는 일이며, 유아 교사는 유아의 발달 특성이나 인지 양식에 대한 지식, 유아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교수 기술, 유아 존재에 대한 윤리적 태도, 교육의 목적 및 내용에 대한 가치판단 등 교사로서의 지식, 기술, 태도, 가치를 포함하는 보편적 기대와 실천적 역량을 동시에 요구받는 전문직이다.

모든 교사는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교직으로서의 독특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교사가 교육적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교육내용, 교수법, 학습자 등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일컬어 PCK(Pedagogical Centent Knowledge)라고 한다. PCK는 학습자를 이해하고 그들을 위한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을 통합하는 지식 즉, 학습자-교육과정-교수법을 관계 맺는 실행력을 의미한다. 이에, 본 고에서는 유아 교사의 유아 이해와 교수법 측면에서 교사 전문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 유아 교사는 유아를 놀면서 배우는 완전한 존재로 존중한다

유아 교사가 유아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는가는 유아와 교사가 만나는 교육적 장면을 결정하는 주요한 토대가 된다. 근대적 관점에서 유아는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성인과 같이 발달이 완성된 존재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는 개념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 유아교육에서는 유아가 학습할 자질과 무한한 잠재성을 지니고 있으며, 세계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는 자율적인 사회적 행위자이고, 끝없는 차이를 생성하는 창조적 놀이자임을 강조하고 있다(이화도, 2016; Dahlberg, Moss & Pence, 2007; Sellers, 2018). 유아 교사는 유아가 여전히 부족하여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놀면서 배우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존엄성을 가진 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한다.

유아 교사는 유아가 어떤 존재인지를 어떻게 알아가는가? 유아 교사는 교원양성과정에서 교육학 및 유아교육학, 인문학, 봉사 및 동아리 등 다양한 교과·비교과 경험을 가지며, 교과 특성에 따른 모의 수업에 꾸준히 참여함으로써 유아를 깊이 이해하는 경험을 쌓는다. 특히, 모의 수업은 교과에 대한 이론적 이해를 바탕으로 유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모의 수업은 단지 수업을 계획·전개하거나 발문의 기술만을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유아와 교실상황을 상상하고 교육적 실행을 구체적으로 탐구하는 실험의 과정이다. 예비 교사는 교사가 수업의 도입-전개-마무리를 계획할지라도 그것이 일방향적으로 진행되지 않음을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상호작용하면서 유아의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감각을 훈련한다. 특히 놀이하면서 배우는 유아의 특성을 반영하여 수업의 놀이성을 충만하게 살리는 것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이처럼 유아 교사는 유아가 스스로 놀이하면서 배울 수 있는 유능하고 독립적이고 문제해결력을 가진 존재임을 인식하고, 유아가 배우고 싶어하는 내적 욕망을 가지도록 지원하는 사람이다(Olsson, 2017). 유아 교사는 결핍된 존재로서의 유아관을 벗어나, 유아의 존재를 날마다 알아가고 기대하는 유아 전문가라 할 수 있다.

◇ 유아 교사는 유아·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실행한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신체운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의 5개 영역 교육내용을 총 59개로 간략화하면서, 유아가 경험해야 할 내용을 유아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놀이하며 배울 수 있도록 교사의 누리과정 실천을 위한 자율성을 강조하였다(교육부·보건복지부, 2019a). 유아 교사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의 방향성인 유아·놀이 중심 교육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누리과정 문해력을 기초로 유아기에 경험해야 할 내용을 유아에게 적합한 양식으로 지원하는 실행력을 갖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실 수준에서 실천되는 교육과정 실천의 자율성, 문해력, 실행력 등은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으로서, 교사는 유아가 놀이하면서 교육과정에 제시된 59개의 내용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5개 영역이 어떻게 통합되고 있는지, 이를 통해 어떠한 배움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찰하고 분석한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의 핵심은 유아가 주도하고 놀이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이는 교사중심의 지식 전달보다 유아의 관심에 따른 놀이 중심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며, 유아의 관심과 놀이가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주요 내용이 된다는 의미이다. 교사는 유아를 교육과정의 공동구성자로 인정한다. 예를 들어, 교사는 유아가 ‘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비의 조건이나 지역 특성 같은 개념을 설명하지 않는다. 교사는 비에 대한 유아의 흥미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것은 우산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나 빗물 웅덩이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 유아의 놀이 흐름에 맞춰 교사는 비 동화를 들려주기도 하고, 바깥 놀이터에서 비 오는 날을 재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도 한다. 비에 대한 감각적이고 통합적인 경험이 쌓이면서 유아는 비를 충만하게 만나고 비에 대한 깊은 지식을 형성하게 된다.

유아 교사는 유아에게 경청하며 유아의 말, 몸짓, 표정 등에서 드러나는 놀이의 의미와 특성에 주목하면서 창조적인 배움을 위한 시간적·공간적·물질적·정서적 기초를 마련한다. 교사는 마치 즉흥곡 연주자와 같이 매 순간 유아를 향해 민감하게 열려있으면서 교육과정을 실행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아 교사는 유아를 깊이 이해하며 유아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의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교육전문가이다. 우리 사회가 유아 교사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교사양성에 대한 숙고를 통해 교사의 전문성 향상과 유아교육의 질적 제고를 도모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한국유아교육학회 홍보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양혜련 경남정보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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