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작년도 재작년도 눈이 많이 오고 추웠다지만, 올 겨울은 정말 춥다. 더구나 나이 들어 임신을 해서 그런가, 밖에 나가기도 싫고 집에서 뒹굴뒹굴 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아이들 등쌀에 밖에 나가 놀긴 해도, 그래도 정말 나가기 싫고, 정말 추운 날이 있다. 많다. 텔레비전도 없고, 장난감도 많지 않은 우리집. 뭔가 놀이감을 던져주지 않으면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삼형제 덕분에 엄마아빠는 늘 뭐하고 놀까 고민이다. 오늘은 우리 삼형제가 집에서 즐기는 놀이 몇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집에서 노는 놀이야 블록놀이 기차놀이 술래잡기 등, 뭐 어느 집이나 비슷하겠지만…….
큰아들은 책을 좋아해서 책을 많이 읽고 종이접기도 많이 하고 꼼지락대며 뭔가를 많이 만든다. 동생들한테도 읽어주기도 하고 종이접기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제 여섯 살이 된 둘째도 그림책을 보면서 동생한테 내용도 알려주고, 종이접기를 하면 손다림질도 제법 야무지게 한다. 3월이면 학교에 들어갈 큰아들만 있다면야 책 읽고, 그림 그리고, 과학 실험도 하고, 차분히 할 수 있는 것이 참 많겠다. 그렇다면 얼마나 수월할까. 하지만 아직 어린 동생들까지 함께 해야하기 때문에, 정작 큰아들은 신경을 많이 못 써줄 때가 많다.
겨울이 되면서 그동안 별러왔던 새모이통을 만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패트병과 우유팩을 잘라 끈으로 연결하여 창가의 나무와 베란다에 달아놓고, 땅콩이며 쌀, 팥, 조, 그리고 혹시 몰라 닭모이까지 넣어주었다. 그날은 하루종일 내다보아도 조용하더니, 다음날 아침 아이들이 일어나 베란다를 내다보고는 새가 왔다며 시끌벅적 엄마를 부르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 야단에 새들은 모두 훌쩍 날아가버리고 말았지만……. 이제는 아이들도 요령이 생겨 아침이면 일어나자마자 거실 커튼을 살짝 들춰본다. 시끄럽게 하면 새들이 다 날아간다는 걸 알아서 아주 조심스럽게 야단야단(?)이다. 우리 집에 주로 오는 새는 직박구리와 쇠박새인데, 새들도 시간대를 아는지, 아침보다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있는 낮시간에 주로 와서 식사를 하고 간다. 혼자 있는 시간에 손님이 찾아오면, 나는 아이들을 위해 창문 너머로 동영상을 찍어두었다가 나중에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조금 더 익숙해지면 새들도 아이들 무서워하지 않고 와서 모이를 먹겠지. 그 날이 기다려진다.
또 하나의 비장의 무기는 카드놀이이다. 엄마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카드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천자문 카드이고, 별다른 놀이 규칙 없이 만화에서 본 것처럼 놀기도 하고, 숨겨놓았다 찾기 놀이도 한다. 그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카드는 에코샵 홀씨에서 나오는 숲해설가 선생님이 만든 카드이다. <나뭇잎과 열매> 카드로 뒤집어 맞추기 게임도 하고, 아직 어린 셋째는 똑같은 나뭇잎 찾기 게임도 한다. 첫째와 둘째가 게임하는 것을 봐주면서 셋째와 게임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림도 예쁘고 집 근처에서 많이 보는 나뭇잎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나무 이름을 외우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여러 종류의 카드를 미리 사두었는데, 이번 겨울에는 <야생동물과 흔적> 포스터도 붙여주었다. 포스터에 세 아이들 발자국도 찍어주고, 야생동물 카드도 함께 가지고 논다.
아빠가 늦는 밤에 주로 하는 놀이도 있다. 바로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촛불놀이이다. 우리 아이들도 생일축하 노래 부르고 촛불을 끄는 놀이를 정말로 좋아한다. 생일 아니어도 촛불놀이 하려고 작은 케잌을 사다가 먹곤 했었다. 얼마 전에 <아이의 영혼을 깨우는 특별한 놀이 50가지>라는 책을 보고, 촛불놀이를 다시 해보았다. 우선 불을 모두 끄고 아이들이 잠시 어둠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 후, 작은 촛불이 어둠을 밝혀주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가 좀 크다면 초에서 초로 빛을 나누어주는 활동을 해도 좋고, 마음 속의 어둠을 밝히는 빛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그저 몇 번이나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번갈아 끄는 것으로도 충분한 놀이가 된다.
그리고 바둑알로도 한참을 논다. 사실 처음에는 <소문난 연산 지도법>이라는 책을 보고 계란판과 바둑알을 준비해서 십진법 개념을 심어주는 놀이를 하려고 했던 속셈이었다. 그런데 바둑알과 바둑판을 보자마자 첫째와 둘째가 마주 앉아 알까기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함께 세트로 들어있던 장기알로는 천자문 놀이를 하고 놀고……. 노는 데에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한 수 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계란판 셈놀이는 한 녀석씩 집중할 수 있을 때에 하고, 보통은 알까기를 하며 잘 놀고 있다. 큰아이는 오목도 배웠고, 장기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바둑알이 신기한지 셋째도 주워서 들고 다니며 잘 논다.
주말에는 큰 고민 없이 원리과학책에 나온 실험 한 가지씩을 한다. 요즘은 책이 참 잘 나와서, 독후 활동부터 논술까지 친절하게 책 뒤에 부록으로 딸려있는 책이 많다. 우리 집에도 친척에게서 물려받은 원리과학책 전집 한 질이 있는데, 내용도 재미있고 간단한 실험도 나와있다. 우선 아이들에게 책을 먼저 읽어주고, 실험을 하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준비물을 찾도록 도와주고, 함께 실험을 한다. 이 활동은 주말에 아빠가 담당해서 하고 있는데, 이런저런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는 큰아들 덕분에 엄마도 옆에서 잘 공부해두어야 한다.
요리활동도 좋다. 비록 90퍼센트 이상 엄마가 해줘야하고, 뒷정리 하기도 힘들지만, 아이들은 정말 좋아한다. 밀가루 반죽으로 수제비나 쿠키 만들기도 좋고, 만두소를 미리 준비해서 만두 만들기도 좋고, 피자 토핑 올리는 것을 함께 해도 좋다. 깍두기 양념을 미리 만들어놓고 빵칼로 무 썰기를 시키면 신이 나서 열심이다. 수퍼에서 1,500원짜리 만두피 한 팩만 사들고 오면 셋째까지 주물럭대면서 한참을 논다. 견과류 빻기나 유부초밥 만들기, 삶은 달걀 까기 같은 건 아예 저희들이 해야하는 일인 줄 안다.
아침 9시에 일어나 저녁 9시에 잠들 때까지 쉬지 않고 노는 아이들. 엄마는 피곤해서 낮잠도 자야 하는데, 삼형제는 잠자리에 눕는 그 순간까지 에너지가 넘친다. 셋이서 놀 때면 셋째까지도 낮잠을 안 자고 버티며 형들 쫓아다니며 논다. 그래, 놀아라. 노는 것이 너희들 생활의 전부이니, 부디 잘 놀아라. 어떻게 하면 잘 놀까, 뭐 하고 놀까, 하고 엄마 아빠는 오늘도 고민한다.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아들 셋(04년, 06년, 08년생)을 키우며 넷째 딸(2011년 3월 출산 예정)을 임신한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 도서관 등에서 논술 강사로 일해왔으며, 커가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업주부로 전향할 계획이다. 홈스쿨링과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집안일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책 읽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
오호.하나낳기도 힘든데,,넷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