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약 먹이기 대작전
아이 약 먹이기 대작전
  • 칼럼니스트 김광백
  • 승인 2013.06.10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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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이기 통해 깨닫게 된 진리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5월 중순부터 우리 가족은 감기를 달고 산다.

 

처음엔 내가 시작했다. 심한 몸살을 한번 앓고 나서 약을 먹고는 나았다. 그런데 몸살이 나의 목으로 넘어왔나? 목기침을 조금하고 있다 보니 아내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산하도... 그날부터 우리 가족은 감기 가족이 되었다. 조금 나았다 싶으면 다시 아프기를 반복하고 있다. 덕분에 산하도 계속 콧물과 가래를 달고 있고...

 

산하는 병원에 가면 운다. 처음에는 의사 선생님을 보면 울었는데, 지금은 병원 계단만 올라가면 운다. 병원 건물에 들어서면 산하는 "여기 가기 싫어요~"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병원문을 열고 들어가면 운다. 조금 진정하다가도, 의사선생님을 보면 울음보가 팡. 그런데 신기하게도 진찰이 다 끝나면 다시 평상심을 되찾는 산하다. 아이들이 이렇게 상황을 알고 행동하는 모습 역시 너무 신기할 뿐이다.

 

이제 남은 일은 약 먹이기. 다른 아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산하는 약 먹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약봉지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지만, 싱크대에서 약을 조제하고 있는 모습만 보면 다시 울음보가 터진다. 그리고 내 다리를 부여잡고 "먹기 싫어요"라는 표정으로 나를 불쌍하게 바라본다. 나는 "산하야~ 이것 먹고 나아야 해. 참고 먹자"하고 위로한다. 그래도 아이는 운다.

 

약을 먹일 때 처음에는 약간 억지로 먹였다. 약을 먹기 싫어하니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꾸 먹이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요새도 울긴 해도 말귀를 알아들으니, 나는 "산하야, 입을 아~~ 하자. 그러면 금방 먹을 거야"라고 하면 산하는 울면서 "아~~"를 한다. 그리고 울기를 반복. 그렇게 먹이는 나를 보고 아내는 대단하다고 칭찬해줬다. (산하 팔과 다리는 가슴으로 압박하면서 약을 먹인다)

 

아내가 숟가락으로 먹여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나의 단점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의 제안을 "한 두 숟가락은 모를까, 전체를 그렇게 먹이는 것은 힘들 것 같은데"라고 하면서 거절했다. 입으로 넣어주다가도 잘 흐르는데, 숟가락으로 먹이면 산하가 먹기보다는 흘리는 것이 더 많을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아내가 약을 먹이다가 조금 남은 약을 숟가락으로 먹였는데 산하가 받아먹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냥 넘어갔다.

 

어제 아침. 산하가 조금 심하게 약 먹는 것을 거부했다. 그래서 다시 아내가 숟가락을 먹여보자고 했다. 나는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해보자고 했는데 글쎄 산하가 잘 받아먹는 것이 아닌가? 울먹이면서 먹긴 해도 받아먹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반성을 했다.

 

그래. 육아에는 정답이 없는데...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것인데... 내가 아이를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생활해도 오히려 더 모를 수도 있는데... 나의 어리석은 독단이 그동안 산하를 힘들게 했던 것이다. 편견만큼, 자신의 경험만을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일이었다. 다음부터는 아내의 말을 좀 더 진지하게 들어야겠다는 반성도 하면서.

 

산하야. 얼른 감기 낫자. (그런데 우리 가족 중 제일 건강한 사람은 다행이도 산하다. 아내와 나. 얼른 낫자)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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