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오늘로 산하가 태어난지 500일입니다. 돌을 제외하고 이렇게 숫자로 뭔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별로인 나지만, 산하는 예외인가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주기라는 것이 1년을 중심으로 나뉘기 때문에 100 단위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도 뭔가 꽉 채운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근 한 달간 감기와 더위는 저의 기력을 많이 쇠하게 했나봅니다. 계속된 목 기침, 가끔씩 찾아오는 몸살과 낮의 더위는 저의 체력을 조금씩 갉아 먹었습니다. 그래서 뭔가를 하는 것이 왜 이리 귀찮은지. 몸이 아파도 육아와 집안 살림은 '쭉~' 계속돼야 하는 주부들의 고통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네요. (덕분에 육아일기를 쓰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새삼 '주부'라는 직업을 갖는 모든 분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산하가 어린이집을 다닌지 약 40일이 돼 갑니다. 여전히 저는 산하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습니다. 거의 출근하는 것이죠. 산하와 함께 출근하고, 점심식사하고 나면 퇴근하는 일상. 그리고 집에 오면 약 12시쯤인데, 약 3시간의 낮잠을 잔답니다. 보통 저는 산하가 잠이 들 때면 책도 보고, 육아일기도 쓰고 그러는데, 역시 근 한달간 저도 산하와 같이 잠 들기 일쑤입니다.
500일의 첫 날. 오늘부터 산하는 새로운 시작을 합니다. 본격적으로 어린이집에서 아빠와 떨어지기 대작전을 시작합니다. 산하가 심하게 울 것을 대비해 과자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부터 달력에 X표 치기도 했습니다. 일종의 D데이를 산하에게 설명하는 것인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이번 주는 산하에게도, 저에게 모두 힘든 한 주가 예상이 됩니다. 왜 어른들도 새로운 뭔가를 할 때는 몸과 마음이 매우 힘들잖아요. 이제 17개월밖에 안된 어린 녀석에겐 어쩌면 가혹한일 일지도 모릅니다.
산하는 요새 타는 것에 흥미를 갖습니다. 집에서 어린이집까지 다니는 자전거와 할머니 자동차가 그것입니다. 집에서 나가려면 산하는 '따~~'를 외칩니다.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뜻입니다. 집 밖, 자전거 옆에 가면 흥분합니다. 자전거를 가리키면서 뭔가 설명합니다. '우엉우엉…, 우바바바' 이렇게요. 그리고 손도 흔들어주는 센스. 자전거를 태워주면 환상적인 표정을 짓습니다. 뭔가 타고 이동하는 것이 좋은가 봅니다.
그리고 요새는 할머니 자동차를 무척 좋아합니다. 할머니가 퇴근하시고, 집에 오면 산하는 자동차를 태워달라고 합니다. 수많은 자동차들 사이에서 할머니 차를 찾는 것도 척척. 다 비슷한 하얀색인데 산하는 할머니 차를 정확히 구별합니다. 그리고 열쇠로 열어달라고도 하고요. 앞좌석에 앉아서 핸들을 돌려보는 것도 무척 좋아합니다. 스스로 뭔가 해보려고 하는 기특한 녀석. 요맘때 아이들이 다 그런가 봐요. 어른들이 하는 것을 자기도 해보려고 노력하는 시기인가 봅니다.
다시 500일을 맞이해 저도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육아 지친 모든 분들. 더위라는 또 다른 적이 우리와 아이들을 위협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버텨내야죠. 이왕 사는 거, 아이들이 성장하는 하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면서 긍정적으로 지내자고요. 밥도 꼭 잘 챙겨드세요. 부모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아이도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셔요.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