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지난주부터 산하는 혼자 무언가를 하려고 부쩍 노력한다. 몇 주전부터 그런 기미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먹는 것이다. 몇 주전부터 자기 힘으로 포크질을 해보려고 노력한다. 과일을 주면 손으로 먹기보다 직접 포크로 먹어보려고 한다. 물론 잘 안되면 짜증도 낸다. 그렇게 1~2주 하더니만, 이젠 제법 포크질을 잘한다. 밥 먹을 때도 직접 포크질을 한다.
그리고 지난부터 직접 숟가락질을 하지 않던가? 산하 영유아 검진 받을 때, 의사가 이유식을 직접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했다. 물론 나는 속으로 잘 안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별로 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내심 나는 산하가, 자기가 하고 싶을 때가 생길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하고 싶을 때, 직접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역시나, 수많은 육아서나 의사들의 조언은 천편일률적으로 10개월 정도부터 혼자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아이의 발달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아이는 먹는 것에서 발달이 빠를 수도 있고, 어떤 아이는 활동영역에서 발달이 빠를 수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다른 부분의 발달이 늦을 수 있다. 그렇기에 천편일률적으로 아이의 발달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육아 조언은, 매우 제한적인 정보 혹은 잔소리가 되지 않나 싶다.
산하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면서, 이것저것 혼자 하는 것들이 늘었다. 산하는 책의 그림 보기를 좋아하는데, 소근육이 발달하니 스스로 책 넘기기가 자연스러워 지니, 혼자 책을 보는 시간도 늘었다. 그리고 소꼽놀이, 손씻기도, 세수하기도 스스로 하려고 노력한다. 기특한 녀석~~ 그리고 재미난 것은 내 손을 잡고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달라고 하거나, 함께하자고 할때다. 언제 이렇게 컸을고~~
산하를 보면서 수많은 육아서의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육아서는 부모를 슈퍼맨(우먼) 역할을 요구한다. 월령표에서 미치지 못하면 마치 부모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혼을 내는 육아서는, 오히려 읽지 않은 것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정보가 매우 불필요하지 않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따뜻한 마음, 관심이다.
나는 1년을 넘게 아이를 키웠지만, 아이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 왜냐고? 아이는 매일 매일,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어떻게 어제와 오늘이 같단 말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아이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그리고 아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하고, 함께 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보다 항상 반 걸음 앞서가있는데 사람들이다. 너무 멀리 가면 아이는 포기하고 만다. 항상 반걸음 앞에서 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존재가 바로 부모다.
산하가 부쩍 혼자하기가 늘면서 부모의 손과 품을 예전보다 많이 필요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언제나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나는 서있고 싶다.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