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아빠로서 육아일기 쓰는 이유
아이 아빠로서 육아일기 쓰는 이유
  • 칼럼니스트 김광백
  • 승인 2013.07.11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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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출판사로부터 육아일기 출판 제의를 받고 나서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6월 초. 누군가로부터 쪽지가 날라왔다. 쪽지는 00출판사에서 온 건데, 나의 육아일기를 출판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우선 아내와 상의했다.

 

“육아일기 출판하자고 하는데 괜찮을까?”

 

“너무 좋아요. 근데 그 출판사 믿을만한 곳이에요?”

 

“나도 잘 모르겠어. 00출판사라는 곳인데, 이러이러한 책을 냈더라고.”

 

“아~ 나 그 책 알아요. 오마이뉴스에서 연재하던 건데. 암튼 나는 찬성.”

 

아내와 상의 후 좋다는 의견을 달아 메일로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바로 연락이 왔다. 만나자고.

 

아이를 낳기 전. 강상구 씨의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365일'이라는 책을 재밌게 봣다. 이 책의 저자도 나와 마찬가지로 사회활동을 하는 이고, 아빠가 육아를 전담한다.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적었던 육아일기를 책으로 엮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재밌고, 내가 쓴 육아일기는 내용은 차치하고, 읽는 독자가 재밌어야 할 텐데 별로 그렇지 않은데.

 

그래서 나는 속으로 '내 육아일기는 별로 재미가 없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잘 안팔릴 텐데'라는 생각도 했다. 암튼 내가 출판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출판하자고 한 거니까 뭐 나에게는 좋은 일 아닌가로 정리했다. 요새 책은 잘 안 팔리고, 출판업계가 힘들 텐데라는 걱정은 내가 할일이 아니니까. 그리고 산하에게, 나에게, 아내에게 책이 나온다는 것은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혼자서 계약금은 얼마나 줄까? 인쇄료는 얼마나 받을까? 이거 받으면 이걸로 뭘 할까? 무슨 의미 있는 일을 해볼까?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하하하~~

 

지금 쓰는 육아일기는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산하에 대한 나의 마음이 변치 않도록 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김광백
지금 쓰는 육아일기는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산하에 대한 나의 마음이 변치 않도록 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김광백

 

그런데 만나자고 했던 출판사는 1주, 2주가 지나도 연락이 없다. 괜스레 내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리고 출판사가 괘씸해졌다. 책을 안 만든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뭐 책으로 출판하지 않아도 상관없는데, 잔잔한 나의 마음을 흔든 것이 괘씸했다. 그리고 아내도 책이 출판되면 여기저기 자랑해야겠다고 했는데, 이런 재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결국 며칠 전, 나는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다. 어떻게 되고 있냐고? 그리고 답장이 왔다. 미안하단다. 자기가 성급했단다. 여기저기 내 육아일기를 읽어보라고 소개했나 보다. 주변 사람들의 평은 잘 안 팔릴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단다. 뭐 나도 내 글이 재미가 있지 않아서, 상품으로서 가치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런 말을 들으니 괜스레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한 바가지 욕이라도 할까 하다가, 그냥 괜찮다는 메일을 보냈다.

 

이렇게 나의 한 달간의 공상은 끝났다. 그래도 뭐 좋게 생각하면, 한 달간 재미난 상상을 할 수 있어서 좋지 않았나 싶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람들이 나의 육아일기를 보고, 즐거워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은 좋았다. 처음부터 이 육아일기는 재밌는 글을 쓰기 위함이 아니라, 나와 산하에 대한 기록을 목적으로 했다. 더불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어놓고, 현재 내 마음이 변치 않기 위해서 적는 것이다.

 

그래서 출판이 되어져도 상관없지만, 이것은 더운 여름 길을 지나가는데 우연히 교회에서 건넨 시원한 음료수 한잔 같은 행운이 아닐까 생각한다. 재미난 경험이 없어져서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나의 육아일기는 오늘도 쭉~~

 

ps) 베이비뉴스 칼럼을 연재하면서 재미난 일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블로그 이웃님들도 많이 늘었고, 방송국에서 연락도 오고요, 이렇게 육아일기 출판에 대한 문의도 들어왔습니다. 베이비뉴스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꾸벅~~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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