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는 지금 배변 훈련 중
산하는 지금 배변 훈련 중
  • 칼럼니스트 김광백
  • 승인 2013.07.1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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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구식' 육아가 전문 육아서보다 낫다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산하는 요즘 배변훈련을 하고 있다.

 

보통 전문가들은 배변 훈련을 18-36개월 사이에 하라고 한다. 아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18개월이 지나면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고, 특히 소변과 대변에 대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전에는 표현하고 싶지만, 자신의 괄약근이 그것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냥 싸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참을 수 있는 신체능력과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려하여 18개월 이후에 배변훈련을 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산하는 이런 통설과 다르게 15개월쯤부터 배변훈련을 시작했다. 물론 17개월을 맞이하는 지금도 배변을 잘 조절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왜 하는가???

 

산하가 6개월쯤이 되면서, 장모님과 나의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한번 자고 일어나면 '쉬~~'하고 뉘어봐." 그땐 그 말들을 허투루 들었다. 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18개월 지나고 하라고 해서다. 육아를 책과 직감으로 배운 나로서는 두 어머님들의 말씀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산하가 돌이 지나면서 장모님은 집에 오실 때마다 소변통을 마련하라고 성화셨다. 자꾸 앉혀보면서 소변과 대변을 누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고 하셨다.

 

두 어머님들의 증언에 따르면 예전에는 돌 전후로 대소변을 가렸다는 것이다. 물론 완전히 가리지는 않았겠지만 그렇게 가리기 시작했단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과 함께 그 말씀들을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장모님의 소변통 마련하라는 성화에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부터 우린 소변통을 마련했다. 그때까지는 장식용이었다.

 

'산하는 지금 배변 훈련 중' 배변훈련은 육아서의 공통된 의견보다 이제까지 나의 선배님들, 선배님들의 선배님들이 했던 방식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대신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김광백
'산하는 지금 배변 훈련 중' 배변훈련은 육아서의 공통된 의견보다 이제까지 나의 선배님들, 선배님들의 선배님들이 했던 방식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대신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김광백

 

그런데 5월쯤, 모 주간지에서 '기저귀 안 쓰는 육아'와 관련한 기사(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4439.html)를 보게 되었다. 이 기사의 주인공은 일본사람인데, 생후 4개월쯤이면 대변의 80%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충격적인가? 아무리 좋은 기저귀라도 아이에게 좋을 순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래서 나와 아내는 대안으로 '천 기저귀'를 써왔다. 일회용 기저귀는 아이가 오줌을 싸도 바로 갈아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기저귀 발진 등 아이에게 유쾌하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기사를 보면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의 두 어머님들의 이야기도 다시 생각해보았다. 불과 30년 전에는 일회용 기저귀는 충분하지 않았다. 대부분 어머니들은 일회용 기저귀보다는 '소청' 천을 사용했다. 그래서 대소변을 누면 바로 갈아주어야 하고, 매일 손빨래와 빨래 삶기를 반복하여야 했다. 지금이야 일회용 기저귀 값이 부담이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감당할 수 있다. 그런데 예전에는 그런 비용을 감당하기란 매우 힘들었을 거다. 이런 상황이니 당연히 아이의 배변 훈련을 빨리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당장 기저귀 없는 육아를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상의 후 우선 팬티를 구매하였다. 그리고 이제까지 썼던 천기저귀는 과감히 창고로 보냈다. 그리고 배변훈련과 관련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구했다. 아내는 책과 노래를 구했다. 그리고 산하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끔 하기 위해 특별히 훈련 비슷한 것들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2개월이 지났다. 덕분에 집안 곳곳에서는 산하가 싼 소변으로 인한 약간의 찌른내가 난다. 처음에는 산하가 이불에 소변을 싸서, 이불 빨기를 매일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그러나 천기저귀를 사용하는 것과 팬티를 사용하는 것이 큰 차이가 없어서 약간의 불편함은 있지만  그냥 이렇게 지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산하는 이불에는 소변을 싸지 않게 되었고, 우리 부부도 산하가 이불에 소변을 싸지 않도록 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그리고 어제, 산하는 소변통에 소변을 누었다. 내가 화장실에서 앉아서 소변을 누는 시늉을 하면 산하도 따라한다. 산하가 소변을 눌 것 같은 시간에 그렇게 하니 산하가 소변통에 소변을 누지 않던가? 이렇게 2번이나 성공했다. 물론 스스로 소변을 소변통에 누지 못한다. 앞에서 모델링을 해줘야 성공할까 말까 하지만 소변통에 앉지도 않았던 산하가, 앉아서 소변을 눈다는 것은 장족의 발전이 아니던가?

 

우리 부부의 목표는 이번 여름이 끝나기 전에 대소변 조절을 하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우리집 이곳저곳에는 산하의 흔적이 남겨져 있을 것이다.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겠지만.

 

내가 배변훈련을 한다고 하자, 몇 몇 이들은 '벌써?'라는 반응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육아서의 공통된 의견보다는 이제까지 나의 선배님들, 선배님들의 선배님들이 했던 방식의 배변훈련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대신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고, 육아에 대한 상식 역시 달라진 게 많다. 무조건 전문가들의 의견만 쫓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 어머니의 육아가 구식이고, 적절하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반대로 전문가들의 의견보다 훨씬 훌륭한 것들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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