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이번 달로 산하는 18개월이다. 요즘 산하는 말이 부쩍 늘고 있다. 이런 저런 말들을 가르치면 산하만의 발음으로 따라하려고 한다. 말이 조금씩 느는 것일까?
첫 번째 에피소드.
시골에 내려가기 전 산하는 '하부지'라는 말을 자주 했다. 할아버지 사진을 보면서 익힌 말이다. 그런데 할머니라는 말은 못했다. 그래서 시골 내려가기전, 할머니에게 들려주기 위해 엄마표 특훈 실시. 잘 되지 않았다. 엄마는 산하에게 "할미 해봐"라고 하면, 산하는 "꺅~~"이라고 답을 한다. 그때까지 산하는 할머니를 "꺅~~"이라고 했다. 시골에서 며칠 지내고 나서 여느 때와 같이 엄마는 산하에게 "할미"를 가르치고 있었고, 산하는 어느 날 "하미"라고 하는 것이 아니던가? 신기할 따름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
외할머니는 산하에게 존댓말을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외할머니가 "산하야~~"라고 부르면 산하는 "응"이라고 답을 한다. 그래서 외할머니는 산하에게 "네~ 라고 해봐"라고 다시 수정해준다. 역시나 산하는 "응"이다. 우리 부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외할머니는 아니시다. 집요하게 산하가 "네"라고 하길 바라고, 그것을 연습시킨다. 시골에 내려가기 며칠 전. 산하는 드디어 "네"라고 답을 했다. 산하가 "네"라고 대답을 하면 옆에서 박수를 쳐주는데 그것이 신기하고 재밌나 보다.
세 번째 에피소드.
산하 걷는 것이 늘면서 계단 오르락 내리락을 좋아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올라가면서 희열을 느끼는 듯 싶다. 그리고 내려갈 때도 나름 기합을 느면서 내려간다. 산하는 그렇게 계단연습을 나름 열심히 했다. 그러다가 몇 일전. 시골에 내려갔다. 역시나 계단 올라가길 좋아하는 산하여서 엄마 손을 잡고 올라갔다. 그런데 산하가 갑자기 "기~ 단"이라고 하지 않는가? 계단을 올라가면서 혼자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기~ 단"이라고 하면서 올라간다. 특별히 가르치진 않았지만, 우리가 산하에게 "산하야, 계단 올라가자"라는 말을 듣고 따라하나 보다.
네 번째 에피소드.
그래서 시골에 올라오고 나서 말을 알려주려고 시도해보았다. 우선 산하가 좋아하는 계란. 밥반찬으로 계란을 주니 산하가 "기~란"이라고 답을 한다. 내가 "산하야 이거 뭐야?"라고 물으면 산하는 "기~란"이라고 대답을 한다. 또 산하는 콩을 무척 좋아한다. 밥에 들어있는 콩을 보면 그 녀석만 쏙~ 빼 먹는다. 콩이 없으면 나에게 "코~"라고 하면서 달라고 한다. 그 외 산하는 치즈를 "치~"라고 하고, 빵을 "빵"이라고 한다. 바나나는 "빠~", 우유는 "우~"라고 하고, 딸기는 "따~", 밥은 "밥", 물은 "무~" 과자는 "까까"라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은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가 됐나 보다.
기타 에피소드.
산하는 사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진을 "하진~"이라고 한다. 강아지는 "멍멍~"이라고 하고, 비둘기는 "구", 돼지는 "꿀꿀", 꽃은 "꼬", 곰은 "꼼", 바지는 "빠지" 등 자신의 입속에서 발음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나름 말을 시작하고 있다. 물론 엄마, 아빠는 너무나 잘한다.
이렇게 아이들은 말이 느는구나 생각하면서,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 산하 앞에서 말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나 혹은 엄마의 어떤 말들을 따라할지 모르지 말이다. 무심코 뱉는 것이 좋은 말이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면 약간의 낭패를 감수해야 할 듯싶다.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