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한 대가 600만원, 중고차보다 비싸
유모차 한 대가 600만원, 중고차보다 비싸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3.08.22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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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페어서 살펴본 수입 유모차의 세계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유모차 가격이 600만 원이요? 너무 비싸네요. 저걸 실제로 사는 사람이 있나요? 솔직히 잠깐 쓸 건데 저렇게 비싼 유모차를 살 필요가 있나 싶어요. 저 같으면 안 살 것 같아요.” - 주부 강경원(32·여) 씨 -

 

“지금 50~60만 원대 절충형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데 저걸 보니 제 유모차가 초라해 보이네요.(쓴웃음) 돈만 있으면 생각도 해보겠지만 너무 비싸니 살 엄두가 안 나고 오히려 위화감만 드네요.” - 주부 양승미(30·여) 씨 -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1층 A, B홀에서 개막한 제24회 서울국제임신출산육아용품전시회(베이비페어)에 참가한 엄마들은 한 유모차 앞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유모차라고 하기에는 상상도 못 할 금액이 떡하니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유모차는 바로 130년 전통을 가진 영국왕실 유모차 브랜드인 실버크로스(Silver Cross)의 '발모랄'(Balmoral). 영국왕실과 캐서린 제타 존스, 사라 제시카 파커 등 유명인사들이 사용하는 발모랄 유모차는 주문제작상품으로 신생아부터 4세까지 이용할 수 있다.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유럽 상류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러한 브랜드 명성 덕에 발모랄 유모차의 한 대 가격은 660만 원으로 초고가다. 이 가격은 순전히 유모차 본체 하나 가격이고 여기에 시트나 액세서리를 장착하려면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가격만으로 따져보면 이날 베이비페어에 참가한 유모차 브랜드 중 단연 1위이다.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A, B홀에서 개막한 제24회 서울국제임신출산육아용품전시회(베이비페어) 수입 유모차업체 실버크로스 전시장에서 한 모델이 660만 원짜리 유모차 발모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A, B홀에서 개막한 제24회 서울국제임신출산육아용품전시회(베이비페어) 수입 유모차업체 실버크로스 전시장에서 한 모델이 660만 원짜리 유모차 발모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현장에서 직접 살펴보니 발모랄 유모차 안에는 패딩이 따로 구성돼 있었는데, 각도조절이 가능해 등받이를 내리면 요람으로, 등받이를 세우면 유모차로 사용이 가능했다. 또한 알루미늄 프레임과 원터치 브레이크 시스템 등 기본적인 유모차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폭 53cm, 길이 133cm, 높이 124cm의 사이즈로 6인 이하 승용차에 싣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어 보였다.

 

실버크로스 유모차 직수입 업체인 실버팍스 관계자는 “스토케나 퀴니처럼 대량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공정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졌고 한정판이라 고가인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이 모델은 5대 미만만 들어왔을 정도로 희소가치가 높다. 베이비페어 행사기간 동안 방문하면 60만 원을 할인한 600만 원에 유모차를 구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고 중형차 한 대 값을 넘어가는 가격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엄마들은 대부분 한 번씩 이 유모차를 쳐다보거나 손으로 ‘쓱’하고 만져봤다. 서울 송파구에서 왔다는 한 엄마는 “300만 원 정도만 했어도 생각해볼 텐데 조금 비싸긴 하네요. 그래도 영 못 살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저 정도는 한두 달 저축하면 모을 수 있는 금액이니까…. 그리고 나보단 아이를 위한 거잖아요? 제가 조금 고생하더라도 아이한테는 좋은 걸 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내 아이를 위해선 비싼 육아용품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엄마도 있었지만 베이비페어에서 만난 대다수 엄마들은 요즘 유모차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잉글레시나(Inglesina), 부가부(Bugaboo), 미마자리(Mima xari), 스토케(Stokke) 등의 수입 유모차들의 가격은 평균 100만 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끄레델이 선보인 이태리 유모차 브랜드 ‘잉글레시나 클래식 디럭스’는 신생아를 눕힐 수 있는 요람형 바구니가 장착된 유모차로 가격이 150만 원대였다. 신생아 이후에도 이 유모차를 쓰려면 140만 원 정도의 시트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 이 유모차가 비싼 이유는 이태리에서 수작업으로 직접 제조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체 쪽의 설명이다.

 

영국의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이 사용한 유모차로 알려져 있는 네덜란드 프리미엄 유모차 브랜드 ‘부가부 카멜레온3’는 신생아 때는 요람형 유모차로 사용하다가 시트로 갈아 끼우면 최대 36개월(17kg)까지 사용 가능한 제품이다. 이 제품의 베이비페어 현장가는 시트까지 포함해 149만 원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 풋머프, 브리지 선 캐노피 등 액세서리를 장착할 경우 20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베이비페어에 매년 참가하고 있는 와일드알프코리아의 ‘미마자리 플레어’는 시트 내에 캐리콧(아기침대)이 내장돼 있어 요람으로도 쓸 수 있고 유모차로도 사용 가능하다. 이 유모차는 정가 199만 원이었다.

 

이쯤 되니 수입 유모차 중 고가로 손꼽히는 스토케가 오히려 저렴해 보였다. 이날 스토케 유모차는 현장에서 구매했더라도 오는 30일부터 순차 배송될 정도로 엄마들의 인기를 끌었다. 아내의 손에 이끌려 스토케 부스를 방문한 남편 유병철 씨는 스토케 유모차의 가격을 듣고 난 뒤부터 급격히 표정이 어두워졌다. 유 씨는 “아내가 다른 곳보다 저렴하다고 하고 마음에 들어 하니 오긴 했는데 별로 타지도 않을 유모차에 120만 원이나 쓴다는 게 아깝긴 하다”고 털어놨다.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은 "엄마로서 봤을 때 아이에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유모차를 구매하는 것은 결코 아이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비싸야 좋고, 이 정도는 내 아이에게 해줄 능력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엄마들이 있기에 업체에서 비싼 가격 등 상술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모차는 이동하는 수단이자 아이만의 편안한 공간이다. 엄마에게 중요한 것이 아이인지 아니면 아이를 둘러싼 주변환경인지 가치관을 세울 필요가 있다. 돈이 많아서 사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러한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데도 주변사람 시선에 따라 사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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