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 아빠, 가~!"
"엄마, 가~! 아빠, 가~!"
  • 칼럼니스트 김광백
  • 승인 2013.08.23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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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도움보다는 혼자 해보려고 애쓰는 산하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최근 뜨거운 여름과 함께, 산하가 말이 늘면서 부쩍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신체적 성장이 아닌 내면의 성장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자아에 대한 성장이 특히 그렇다.


얼마 전부터 산하는 물건에 대해 소유물 개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엄마 꺼? 아빠 꺼?”라는 말을 부쩍 많이 사용한다. 더욱 신기한 것은 엄마가 혹은 아빠가 자주 쓰는 물건들에 대해 그 소유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짚어낸다는 것이다. 아이 엄마가 나의 핸드폰을 가지고 있으면 산하는 “아빠 꺼”하면서 뺏어서 나에게 가져온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자신의 물건들에 대해서는 손으로 자기 가슴을 친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자신의 소유라고 표현한다.

 

몇일 전이다. 산하보다 9개월 정도 늦게 태어난 아이가 놀러왔다. 그 아이의 이름은 선우다. 선우가 산하의 보물 ‘아가인형’을 가지고 놀려고 하니까 산하는 단호하게 이것은 자기 꺼라고 하면서 뺏었다. 예전의 산하 같으면 안절부절 못하고, 그냥 옆에서 달라고 징징댈 텐데 말이다. 물론 자기가 별로 좋아하지 않은 물건들을 가지고 놀면 신경 쓰지도 않는다. 그러나 자기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물건을 만지면 어김없이 달려와 뺏는다. 그리고 손을 대지 못하도록 등을 돌려버리는 모습을 보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9개월된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려고 하는 산하. ⓒ김광백
9개월된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려고 하는 산하. ⓒ김광백

 

그리고 최근에는 재미난 일이 있었다. 바로 “엄마, 가~~” 사건이다. 산하는 아가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산하에게는 아가인형을 재워주고, 씻겨주고, 밥 먹여주고, 놀아주고, 노래 불러 주는 일이 하루의 소중한 일과다. 우리가 산하에게 하는 행위들을 그대로 아가인형에게 해준다. 몇 일 전, 엄마가 그렇게 노는 산하를 보고 같이 놀아주려고 하자 산하가 “엄마, 가~~”라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는 등을 홱 돌리고 혼자 놀기에 심취.

 

또 있다. 산하 때쯤 아이들은 자기의 유모차 미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내가 옆에서 유모차 미는 것을 도와주려고 하자, 이번에는 나에게 “아빠, 가~~”라고 이야기한다. 그것도 손짓으로 안녕하면서. 내가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려고 하면, 혼자 해보겠다고 하면서 가라는 손짓을 한다.

 

이제는 누군가의 도움보다는 혼자 해보려는 때인가 보다. 엄마, 아빠가 하는 것들을 따라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는 시기인가 보다. 이런 산하를 보면서 배우는 것이 있다. 저렇게 조그마한 아이도 무언가를 스스로 해보려고 하는데, 나는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해보려는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반성해본다. 아이 키우는 것도 관성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더 나아가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들을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내 맡겨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그렇게 노력하고, 치열하고 살아간다. 18개월의 산하를 보면서 다시 삶을 생각하게 된다.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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