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는 찻길로 달리고 싶지 않아요”
“유모차는 찻길로 달리고 싶지 않아요”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3.09.11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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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주차 차량 많아 유모차 이용자 찻길 보행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으로) 1년 전에 이사 왔는데 유모차 끌고 슈퍼 나가기도 힘들어요. 집에서 슈퍼까지 10분 정도 걸리는데 가는 길마다 울퉁불퉁하고 인도폭이 사람 한 명, 유모차 한 대밖에 못 다닐 정도로 좁은데 정 가운데 전봇대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어서 할 수 없이 찻길로 다닌 적이 많네요. 분당 율동공원에서 위로 올라오는 태새고개 근처나 광명초교 근처의 인도상태가 거진 이렇다 보니 주위에 사는 엄마들이 유모차 끌고 다니는 걸 거의 포기한 상태에요.” - 주부 서나영(38·여) 씨 -

 

“경기도 부천시 원종동 쪽은 시내가 주택가와 연결돼 있다 보니 인도까지 차들이 주차하는 경우가 다반사에요. 아이가 15개월이라 유모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인도 낮은 턱에 차가 걸쳐져 있거나, 아예 인도 위에 주차돼 있을 때면 정말 화가 치밀어 올라요. 이럴 땐 유모차를 끌고 찻길로 이동하거나 들고 이동할 수밖에 없어요.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은 건 이해하지만 유모차가 지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확보됐으면 좋겠어요. - 주부 곽애니(26·여) 씨 -

 

“유모차를 힘들게 만드는 것이 어디 불법차량 뿐인가요? 미용실 앞에 널어져 있는 수건들 하며,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는 보도블록 등 때문에 유모차 끌고 가다가 피한적이 많아요. 제 유모차가 큰 것도 아닌데 반대쪽에 유모차 끌고 온 엄마가 있으면 둘 중 한 명은 비켜줘야 해요. 동시에 지나갈 길이 없어서 말이죠. 특히 이쪽(경기 파주시 봉일천)은 경사로가 높아서 난코스에요. - 주부 황혜진(가명·30대·여) 씨 -

 

경기도 성남시 분당 한 도로변 한 손세차장 앞 인도 위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유모차를 끄는 한 엄마가 차도 바로 옆으로 지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 한 도로변 한 손세차장 앞 인도 위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유모차를 끄는 한 엄마가 차도 바로 옆으로 지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엄마들은 유모차 보행을 방해하는 장애물 1순위로 인도 위에 불법주차된 차량을 꼽았다. 근처 주차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인도 위에 버젓이 차량을 주차해 놓고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얄미운 차주가 많다는 것. 게다가 휠체어 등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경사로가 낮은 턱에도 불법주차 차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엄마들의 주된 의견이다.

 

인도에 진입하기 전 높은 턱도 유모차 보행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다. 유모차가 없었다면 걸어 다니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턱도 유모차만 갖고 나오면 어느새 큰 장애물이 된다. 

 

게다가 인도 위에 아스팔트와 초록색 페인트가 덧입혀진 곳은 비가 올 땐 바닥이 미끄러워 무심코 걸어 갔다간 유모차 바퀴가 헛도는 상황이 벌어진다. 또 울퉁불퉁한 인도를 가거나 툭 튀어나온 보도블록 위를 지날 땐 유모차 손잡이를 부여잡고 방향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갑자기 힘을 주느라 손목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유모차에 아이가 타고 있기 때문에 엄마들이 체감하는 무게는 배가 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인도 곳곳에 흉물스럽게 세워놓은 전봇대나 가게 앞에 세워둔 시설물, 자판을 깔고 장사하는 노점상 등도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에겐 위협적이다. 인도에서 공사가 진행될 때 유모차를 끌고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비좁아져 불편을 겪는 사례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엄마들은 비좁은 인도를 통과하는 대신 찻길로 잠시 내려왔다 다시 올라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실정이다. 찻길에서 유모차를 발견한 차들이 ‘빵빵’대며 경적을 울려 아이가 놀랄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엄마들은 찻길 보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 구리시에 거주하고 있는 권미현 씨는 "첫째는 안고 둘째는 유모차에 태워 길을 가다 보면 인도 진입로에 주차해놓은 차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볼라드가 있건 없건 그렇게 주차를 해놓으니 결국 돌아서 차도로 다닐 수밖에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권 씨는 집 근처 상가 점포 주인들이 인도 휠체어 진입로(인도와 횡단보도 경계에 있는 경사로)에 지속적으로 주차를 하자 구리시청에 민원을 제기해 주차단속을 해달라고 요청한 경험이 있다.

 

시청 쪽에선 직원을 내보내겠다고 했지만 불법주차로 인한 불편함과 심각성은 모르는 눈치였다고 권 씨는 불만을 토로했다. 상가 관리소 직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계속 주차단속만 하고 있을 순 없으니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수차례 이야기한 끝에 점포 주인은 다른 곳에 주차하게 됐지만 대신 다른 차들이 그곳에 여전히 주차를 하고 있어요.”

 

고석훈 교통문화운동본부 기획실장은 “국가별로 교통약자에 대한 정의가 다르지만 노인, 장애인, 임산부, 어린이 등을 통상 교통약자로 보는데 유아를 동반하고 유모차를 끄는 것은 본인 개인의 이동이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려는 차원이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교통약자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 이는 장애인과 동행하는 운전자도 장애인 주차석에 주차가 가능하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고 실장은 “인도에 쌓여 있는 불법 적시물과 불법주차 차량 등을 단속하고 개선하는 것은 유모차 이용자뿐 아니라 모든 보행자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이라며 “유모차 이용자 외에도 교통약자를 대변하는 차원에서 인도 환경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뉴시스(대표 이종승)와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유모차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연중캠페인(http://safe.ibabynews.com)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서포터즈 1000명이 참가하는 '유모차는 가고 싶다' 연중캠페인 서포터즈 소망식이 오는 15일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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