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대략 3시 30분쯤 산하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간다.
(어린이집 도착하면 산하는)
산하 : 찌~ 빠빠!! 꽝~ 빠빠!!
(어린이집에 나오면서)
산하 : 집에 가자??
아빠 : 집에 갈까?
산하 : 응. 집에 가자!!
(산하를 자전거에 태우고 나서)
아빠 : 산하야 어린이집에서 무엇하고 놀았어?
산하 : 찌~~ 우앙워워~~. 꽝~~ 워요워웡~. 라희~ 이잉웅웅!!
아빠 : 산하야 어린이집에서 잠은 잘 잤어요?
산하 : 하~ 코자. 찌~ 코자. 꽝~ 코자. 라희~ 코자.
아빠 : 산하야 어린이집에서 밥은 잘 먹었어?? 무슨 반찬 나왔어??
산하 : 응. 낌~ 빠~ 우웅~~ (대략 옮기기 어려운 옹알이 중)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산하는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라희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산하보다 늦게 집에 들어간다. 그래서 산하가 집에 갈 때면 다른 친구들이 배웅을 한다. 그리고 선생님께 인사를 마저 한다. 그렇게 나의 품에 안기어 산하의 자전거 '산하쿠스'로 이동한다. 찌~, 꽝~, 라희는 모두 산하와 같은 친구들이다. 찌~는 지형이다. 꽝~은 광현이다. 라희는 정확히 이름을 말한다.
산하를 자전거에 태우고 나면 나는 이런저런 질문들을 한다. 그러면 산하가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다. 지형이와는 어떻게 놀았고, 광현이와는 뭐하고 놀았고, 라희와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말한다. 약10%는 알아듣고, 90%는 나의 상상력에 의존한다.
집에서 아내와 나는 산하에게 이런저런 말들을 가르친다.
아빠 : 산하야. '사랑해요' 해봐요.
산하 : 하~ 랑~ 히~ 오
아빠 : 엄마 이뻐요??
산하 : 엄마 이뻐.
아빠 : 아빠는 이뻐?
산하 : 아빠 이뻐.
아빠 : 산하는 이뻐요?
산하 : 하~ 이뻐. 아가 이뻐. 찌~ 이뻐. 꽝~ 이뻐. 라희 이뻐.
산하와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나와 아내는 마냥 신기해 한다. 얼마전(1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냥 옹알이와 몇 단어밖에 말을 못했는데, 그새 간단한 문장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의 옹알이는 맥락이 없는 듯 보였다면, 지금의 옹알이는 나름 맥락과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런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한 것이다.
나는 산하가 얼른 말을 했으면 좋겠다. 더욱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재밌겠다 싶다. 지난 1년간 육아를 하면서 요즘이 가장 재밌다. 산하랑 많은 것들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