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채용·승진·배치 등 직장 내 고용 전반에서 남녀 간 차별이 존재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직장 안에서도 성별에 따라 현실 인식의 간극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를 시정할 수 있는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절반 수준에 그쳤고, 제도를 알고 있는 응답자 가운데 실제 시정 신청 경험이 있는 비율도 5명 중 1명 수준에 불과했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2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고용상 성차별 인식·경험 및 성차별 시정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직장인들에게 직장에서의 채용·승진·배치 등에 있어 남녀 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있다’는 응답이 60.7%로 나타났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여성은 73.1%가 직장 내 남녀 간 차이가 있다고 답한 반면, 남성 응답은 49.1%에 그쳤다. 이는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직장 안에서도 전혀 다른 현실을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직장 내 승진·배치 등에 있어 남녀 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607명)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직군·직무 배치 때문’이라는 응답이 55.8%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 공백 때문’(51.9%)이 뒤를 이었다. 이어 ‘인사 평가 과정에서의 성차별과 편견 때문’(31.6%), ‘리더십 경험과 관리직으로의 접근 기회가 적어서’(16.3%), ‘평가 및 승진 기준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13.5%), ‘사내 비공식 네트워크(인맥) 형성의 차이 때문’(11.2%) 순으로 조사됐다.
이전 직장을 포함해 현재까지 직장 내 성차별 처우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57.3%가 ‘있다’고 답했다. 여성의 ‘있다’ 응답은 67.5%로 남성(47.8%)보다 19.7%포인트 높았다.
유형별로는 ‘모집과 채용 시 성별 차별’(38.2%), ‘교육·배치·승진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37.1%), ‘혼인·임신·출산을 퇴직 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 체결’(36.2%),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 성별에 따라 임금 차등 지급’(35.8%), ‘임금 외 복리후생 등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29.7%),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29.3%) 순으로 응답 비율이 높았다.
특성별로 보면 모든 항목에서 여성의 경험 비율이 남성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성차별이 실질적으로 여성 노동자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그 누적된 결과가 임금 격차, 유리천장, 경력 단절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결과"라고 진단했다.
한편 직장 내 성차별 처우를 경험한 응답자(573명)에게 2022년 5월 19일부터 시행된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를 알고 있는지를 물은 결과, ‘알고 있다’는 응답은 47.6%에 그쳤다.
또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를 알고 있는 응답자(273명) 중 실제 시정 신청 경험이 있는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신청하지 않은 이유(213명)로는 ‘시정제도를 신뢰할 수 없어서’(38.5%)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피해자들이 제도를 신뢰하지 못하는 배경은 실제 시정신청 처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고용노동부가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에 접수된 ‘고용상 성차별’ 시정 신청은 2022년 5월 19일 제도 시행 이후부터 2026년 3월까지 총 111건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시정명령이 내려진 것은 7건(6.3%)에 불과했다. 취하 건수는 41건으로 조정 성립(19건)의 두 배 이상이었다.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용기를 내 시정 신청을 했음에도 차별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시정을 받는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셈이다.
직장갑질119 젠더폭력대응특별위원회 강은희 변호사는 “성차별을 시정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시정신청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상의 고용상 성차별 금지 규정이 사문화된 규정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차별 판단 법리 확대와 더욱 적극적인 노동위원회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현장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제도가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면 제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판단 기준부터 위원회 구성까지 시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피해자가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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