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보다 반가운 아빠 만들기
택배기사 보다 반가운 아빠 만들기
  • 칼럼니스트 이수연
  • 승인 2013.12.20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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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역할 자신감 갖도록 아내가 도와야

[연재] 이수연의 워킹 맘&대디 스토리

 

얼마 전 근처에 사는 친구 집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갔다. 마침 남편들이 모두 늦게 온다고 해서 아이들과 저녁까지 먹고 갈 생각으로 마음 놓고 수다 떨고 있는데 친구 남편이 저녁 약속이 취소됐다며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 아닌가. 남편의 예고 없는 등장에 당황한 친구는 얼굴을 붉히며 “오늘 따라 왜 이렇게 빨리 들어왔냐”며 퉁퉁거렸다.

 

오랜만에 친구와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힘들게 일하고 들어온 남편을 너무 홀대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불편했다. 아이들은 익숙한 일인듯 시끄러운 소리에도 만화영화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들의 냉랭한 반응에 무안해하는 친구 남편을 보고 있자니 내가 더 민망해져 서둘러 아이들과 밖으로 나왔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친구 부부는 그날 밤 부부 싸움을 했을 것이다.

 

집에 들어가도 반김을 받지 못하는 남편들의 모습은 비단 내 친구 남편뿐만이 아니다. 많은 남편들의 모습이 이와 비슷하다. 오죽했으면 40~50대 남성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애견숍일까. 집에 들어가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니 강아지의 반김이라도 받고 싶어 많은 남성들이 강아지를 많이 산다고 한다. 물론 아내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결국 불발로 끝난 남편도 많지만.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TV 광고도 있었다. 귀가하는 아빠가 “아빠 왔다!”라고 외쳐도 자식들은 내다보지 않고 강아지만 쪼르르 달려나가지만 택배기사의 “택배요!” 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온 가족이 신나게 뛰어 나간다는 광고였는데 이 광고를 보며 많은 아빠들이 “우리 집과 비슷하다”며 씁쓸한 공감을 했다고 한다.

 

아빠들의 존재가 언제부터 택배기사보다도 못하게 됐을까. 아빠가 출근하실 때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하고 인사를 하고 퇴근해서 집에 오실 때면 역시나 하던 일 모두 멈추고 “아빠, 다녀오셨어요” 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냈던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아침저녁으로 인사는 커녕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는 요즘 아빠들이 조금은 가엾다. (아들만 둘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두 아들들의 미래가 걱정스럽긴 하다.)

 

올해 이슈 키워드는 단연 ‘아빠 육아’ 였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모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아빠와 친밀한 아이들이 사회성, 인성, 지능, 과제해결능력 등이 좋다는 일명 ‘아빠 효과’ 들이 부각되면서 여기저기에서 아빠들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를 외쳐댔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 물론 필요하다! 당연한 거고. 하지만 한 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배우 적도 없는 ‘좋은 아빠’ 열풍에 휩쓸려야 하는 많은 남성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에 대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버지 세대에는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돈만 벌어오면 가장의 역할은 끝이었다. 또한 그 당시에는 월급을 봉투에 넣어줬기 때문에 한 달에 한번이라도 가족들에게 당당하게 큰 소리를 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남성들은 월급이 아내의 통장으로 고스란히 들어가 생색낼 기회도 없을뿐더러 돈 잘 버는 것에 옵션으로 아이와 잘 놀아야하고 가사일도 적극 도와야 한다.

 

일명 ‘내친남(내 친구 남편)’처럼 돈도 잘 벌고 자상하기까지 해야 한다는 것. 문제는 30~40대의 일하는 환경이 아버지 세대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는 야근과 회식이 당연한 분위기다. 하지만 아내들의 기대치는 높아지다 보니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스트레스가 쌓여 가정불화가 끊이지 않는다.

 

가정불화는 곧 이혼으로 이어져 이혼률 1위 국가라는 불명예 훈장까지 달고 있다. 요즘은 ‘돌싱(돌아온 싱글)’이라고 해서 이혼을 큰 흠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들에게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혼이라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전에 얼마 남지 않은 12월,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아빠가 자녀에게 어떻게 하냐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질 만큼 가정에서 아빠라는 존재는 자녀들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아빠’ 역시 엄마가 어떻게 하냐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서툰 남편을 비난하고 질책하기 보다는 잘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격려해줌으로써 남편들이 자신감을 갖고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아빠의 존재감이 살아나야 아내와 아이도 건강하고 행복하다! 내년에는 많은 가정에서 택배기사보다 반가운 사람이 ‘아빠’들이길 희망해본다.

 

*칼럼니스트 이수연은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으로서 방송, 신문, 잡지, 사보 등 많은 미디어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워킹맘연구소(www.kworkingmom.com)는 일·가정 균형 우수 지원 기관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한 NO 1. 워킹 맘&대디 전문 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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