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두 번 죽여”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두 번 죽여”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01.02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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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관련예산 삭감 규탄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영유아와 임산부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발생한 지 벌써 4년째. 현재까지 알려진 사망자 수만 144명에 달하고 수백 명의 피해자가 아직도 가습기살균제의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지난달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환경부 동의를 얻어 정부가 편성한 예산에 32억 6300억 원을 증액시킨 총 140억 3900만 원을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예산’으로 확정했다. 여기에는 건강피해 상태에 따라 매달 29~123만 원의 요양수당과 유족조의금, 사망자 장의비를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간 방치돼왔던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구제책이 드디어 마련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기획재정부의 극심한 반대로 물거품이 돼 버렸다. 기재부는 예산의 최종 심사 자리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환노위가 처리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예산 증액분을 거의 삭감한 채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 최예용)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대표 강찬호)은 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실상을 외면한 기획재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들이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과 함께 2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동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안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들이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과 함께 2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동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안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피해자 가족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환노위 여야위원이 합의해 처리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예산이 국회 예결위에서 장의비를 제외한 유족조의금과 요양수당 30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며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의 현실은 혹독하기만 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영유아와 30대 산모 중에는 제대로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증상발생 2~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사례가 많다. 때문에 유족조의금과 요양수당을 지급하자고 했던 것”이라며 “기재부는 피해자들에게 이를 지급하는 것이 세금 낭비라고 억지 주장하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예산권을 무기로 환경부와 환노위 여야의원을 농락한 기재부는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단순히 소비자와 제조사간의 분쟁문제로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들은 현재 계류 중인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과 ‘환경오염사고 피해구제법’을 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 두 법안 역시 기재부의 반대로 허공에 떠 있는 상태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달 15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제정 찬성 의견이 84.9%, ‘환경오염사고 피해구제법’ 제정 찬성 의견이 92.5%로 집계됐다. 대다수 국민도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구미 불산사고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법안 제정을 바라고 있는 것.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들이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과 함께 2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동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안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들이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과 함께 2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동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안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살균제의 1차 책임은 가습기살균제 제조회사지만 정부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대체 생활용품을 어떻게 관리했길래 14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냐”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 예산의 일부를 피해자를 위해 쓰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두 법안을 속히 제정해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해서 생활제품이나 환경시설로 인한 피해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국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책임을 뒤늦게 인정했지만 생계수당에 대해서는 지원할 수 없다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을 시급히 심사해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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